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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민간교류의 물꼬를 튼 고마운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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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4-09-0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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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 민간교류의 물꼬를 튼 고마운 한국인

박정희정부고위직에서 물러나 일본 유학 중이던 동훈씨

  (흑룡강신문=하얼빈) 나춘봉 기자 =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대 진영간의 대립과 모순이 첨예했던 지난 세기 80년대 초반, 긴장했던 국제 분위기 속에서 이념적,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장벽을 뛰어넘어 국가가 할 수 없었던 가교역할을 하며 따뜻한 동포애를 실천한 한 개인이 있었다. 당시는 혈기왕성한 장년이었지만 현재는 팔순 고령을 넘은 동훈씨다.

1984년, 일본 도쿄대학 한국유학생이었던 동훈씨는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안중근의사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운동근거지가 있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재일중국대사관에 제출한 동훈씨의 중국순방요청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큰 국제회의나 스포츠행사를 제외하고 동서진영 간의 교류가 단절되었던 때라 당시 동훈씨의 중국행은 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매체들이 대서특필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 특히 박정희 정부시절 사정비서관, 한국통일원 차관을 지낸 동훈씨의 전직 고관 경력이 당시 방문을 더욱 주목받게 했다.

1984년, 하얼빈시조선민족병원을 방문해 원장과 부원장을 만난 동훈씨는 의료기기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조선족 연구원의 가이드를 받으며 동훈씨는 17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에 올랐다. 동훈씨는 중국혁명근거지인 연안에서 한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상하이, 안중근 의사가 의거를 치른 하얼빈,장백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광활한 대지를 누비며 온 몸으로 중국을 체험했다. 아울러 자본주의 나라에서 온 전직 고관 및 학자의 신분으로 정부 외사 판공실이 주최한 세미나를 비롯해 가는 곳 마다 정계, 학계 인사들에 둘러싸여 국제관계, 한반도 문제 등 당시 민감한 화두로 특강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중국동북지역을 방문한 동훈씨의 마음을 끈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한 핏줄을 타고난 재중 조선족들이었다.

  “만주 땅에 조선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민족학교, 신문사, 출판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민요를 부르며 민족문화를 온전히 보전한 조선족들이 고맙고 대견했어요”

  그는 민족학교와 신문사 등 민족단체를 방문하며 조선족 유지인사들을 만났다. 당시 경제발전이 낙후하여 각종 시설과 여건이 어려웠던 여러 동포단체들을 돌아보면서 민족애가 꿈틀거렸던 그는“동포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는결심을 내렸다.

  하얼빈시조선민족병원을 돌아본 동훈씨는 당시 부원장이었던 곽순옥 부원장에게 초음파기기를 비롯한 필요한 의료기기 목록을 작성하게 하였다. 일본에 돌아간 동훈씨는 재일교포 기업가를 찾아가 당시 엄청난 액수였던 일본 돈 6천만엔 상당의 의료기기를 구매해 하얼빈시조선민족병원에 보냈다. 중국의 의료조건이 보편적으로 낙후했던 당시, 민족병원이 보유한 선진적인 의료기기들은 민족병원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동훈씨가 첫 중국방문에 당시 연변대학 부교장이었던 고 정판룡씨(왼쪽)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우정을 나누었다.

  연변대학이란 민족대학의 존재는 동훈씨에게 더욱 큰 감격을 안겨주었다. 그는 연변대학의 도서관을 참관하고 나서 당시 부교장이었던 고 정판룡씨의 손을 잡고 “인문, 자연, 과학 계열의 도서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도움을 드리겠다”며 우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우그룹 전 김우중 회장을 설득해 5000권의 관련 서적을 연변대학에 기증했다. 도서들은 서울→부산→홍콩→대련→연길이란 험난한 여정을 거쳐 연변대학 사생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책들은 연변대학이 처음 지원받는 해외도서였다.

  그 외 동훈씨는 “조선족학생을 잘 가르치겠다”는연변대학 교사들을 선발해 매년 이삼십명씩 일본의 명문 대학과 한국의 대학교에 보내 무료 연수를 받게 했다. 그가 주선한 해외연수는 연변대학 교사 해외연수의 시발점이 되었고 지금까지 대학들간의 상호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 있는 동안에는 명절 때 마다 재일 조선족교수들을 초대하여 명승지유람이나 단합모임을 조직하여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기업가도 재벌가도 아닌 재일 유학생 신분이었던 동훈씨는 동포들을 돕기 위해 기업가나 종교단체를 부지런히 찾아 다니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주변 관계를 동원했다.

  “조선족 중에는 일본인 압제에 못 이겨 만주로 떠난 독립군들의 후예들이 많아요. 조선족들이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서 가장 존경 받고 인정 받으며 앞질러 가는 민족으로 거듭나길 바래요. ”

  현재 팔순을 넘은 동훈씨는 동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지난 날들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weeklyc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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