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려는 中 지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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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2-04-02 03:01|본문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hbjee@chosun.com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지난주 북경(北京·베이징), 영파(寧波·닝보), 항주(杭州·항저우)를 다녀왔다. 이중 절강성(浙江省) 바닷가에 있는 영파는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전라도 해안에서 돛배를 띄워 해류에 맡기면 저절로 닿는 곳이 영파여서, 고려시대 사신과 승려들이 왕래했던 고려사관(高麗使館)·고려사(寺) 등 유적들이 남아있다. 조선 성종 때 최부(崔溥)는 서해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영파에 닿아 명(明)나라 사람들의 도움으로 귀국해 표해록(漂海錄)을 남겼다.
영파에 도착했을 때 눈길을 끈 것은 고층 빌딩숲이나 도로를 메운 자가용 행렬이 아니었다. 중국의 지방도시로 여겨지지 않는 깨끗한 환경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요강(姚江) 주변에는 수십㎞의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돼 있고, 강변의 고급 음식점과 카페에서 젊은 남녀들이 맛있는 음식과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주거·상업시설과 산책로로 이어진 강변공원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호수와 잔디밭이 조화를 이룬 도심공원, 하늘을 가릴 듯한 짙은 가로수 등은 중국 도시라면 으레 따라오는 '자동차 매연과 지저분한 거리'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자오솽린(焦雙林) 시정부 외사판공실 부처장은 "영파의 인구가 호적인구 500만, 외래인구 300만 등 800만에 달하지만, 아름답고 쾌적한 주거환경 덕분에 중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 상위에 꼽힌다"고 자랑했다.
영파의 모습은 중국 도시 발전방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성장 일변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지방간부들의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
영파항(港)유한공사의 장웨이(蔣偉) 판공실 주임은 "현재 세계 6위인 영파항의 다음 목표는 바로 앞인 부산항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했다. 류하이췐(劉海泉) 영파시 부시장은 "우리는 환경보호와 문화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더 배워야 한다"며 "영파시가 5월 12일부터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에 절강성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도 이런 목적"이라고 말했다.
영파뿐이 아니다. 한때 우리 인천 송도특구를 배우러 오던 천진(天津)은 빈해(濱海)신구 개발을 통해 인천의 경제규모를 훨씬 뛰어넘은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에코시티(Eco-City·생태도시)'를 조성 중이다. 겨울이 일년의 절반을 넘는 하얼빈 시정부는 작년부터 한국의 문화전문가들을 초빙해 동계스포츠와 얼음축제를 결합한 겨울 문화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지방 지도자들은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군사대국으로 떠오른 G2로서의 위상을 뒤로한 채 여전히 낮은 자세로 한국을 배우려 하고 있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한국 신문을 펼쳐들자 총선을 앞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여야의 추태가 지면에 가득했다. 절강성보다 좁은 한국땅에서 나라밖 변화에는 등을 돌린 채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이 땅의 정치풍토가 앞으로 어떤 후과(後果)를 가져올지 두려움이 밀려왔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지난주 북경(北京·베이징), 영파(寧波·닝보), 항주(杭州·항저우)를 다녀왔다. 이중 절강성(浙江省) 바닷가에 있는 영파는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전라도 해안에서 돛배를 띄워 해류에 맡기면 저절로 닿는 곳이 영파여서, 고려시대 사신과 승려들이 왕래했던 고려사관(高麗使館)·고려사(寺) 등 유적들이 남아있다. 조선 성종 때 최부(崔溥)는 서해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영파에 닿아 명(明)나라 사람들의 도움으로 귀국해 표해록(漂海錄)을 남겼다.
영파에 도착했을 때 눈길을 끈 것은 고층 빌딩숲이나 도로를 메운 자가용 행렬이 아니었다. 중국의 지방도시로 여겨지지 않는 깨끗한 환경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요강(姚江) 주변에는 수십㎞의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돼 있고, 강변의 고급 음식점과 카페에서 젊은 남녀들이 맛있는 음식과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주거·상업시설과 산책로로 이어진 강변공원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호수와 잔디밭이 조화를 이룬 도심공원, 하늘을 가릴 듯한 짙은 가로수 등은 중국 도시라면 으레 따라오는 '자동차 매연과 지저분한 거리'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자오솽린(焦雙林) 시정부 외사판공실 부처장은 "영파의 인구가 호적인구 500만, 외래인구 300만 등 800만에 달하지만, 아름답고 쾌적한 주거환경 덕분에 중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 상위에 꼽힌다"고 자랑했다.
영파의 모습은 중국 도시 발전방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성장 일변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지방간부들의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
영파항(港)유한공사의 장웨이(蔣偉) 판공실 주임은 "현재 세계 6위인 영파항의 다음 목표는 바로 앞인 부산항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했다. 류하이췐(劉海泉) 영파시 부시장은 "우리는 환경보호와 문화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더 배워야 한다"며 "영파시가 5월 12일부터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에 절강성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도 이런 목적"이라고 말했다.
영파뿐이 아니다. 한때 우리 인천 송도특구를 배우러 오던 천진(天津)은 빈해(濱海)신구 개발을 통해 인천의 경제규모를 훨씬 뛰어넘은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에코시티(Eco-City·생태도시)'를 조성 중이다. 겨울이 일년의 절반을 넘는 하얼빈 시정부는 작년부터 한국의 문화전문가들을 초빙해 동계스포츠와 얼음축제를 결합한 겨울 문화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지방 지도자들은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군사대국으로 떠오른 G2로서의 위상을 뒤로한 채 여전히 낮은 자세로 한국을 배우려 하고 있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한국 신문을 펼쳐들자 총선을 앞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여야의 추태가 지면에 가득했다. 절강성보다 좁은 한국땅에서 나라밖 변화에는 등을 돌린 채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이 땅의 정치풍토가 앞으로 어떤 후과(後果)를 가져올지 두려움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