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북지방 한국어 배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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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11-23 08:22|본문
박종국 특파원 = 22일 오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랴오둥(遼東)학원의 한 강의실.
300여 명의 청중이 빼곡히 자리를 채운 가운데 잔뜩 긴장한 채 연단에 오른 대학생들이 한국어로 미리 준비했던 주제 발표를 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주어진 단어 5개로 문장을 만들라는 요구에는 난감해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한국어로 또박또박 답변했다.
랴오둥학원과 단둥한인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한국어 말하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처럼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단둥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선발된 19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유 주제 발표와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는 즉석 스피치, 5개의 단어로 문장 구성하기 등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이 대회는 해가 거듭할수록 참가 학생들이 늘고 참가자들의 한국어 수준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대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 이날 참가자 가운데는 중국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유창한 우리말 실력을 뽐낸 학생도 있다. 한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 동북지역에서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와 CJ, 롯데, SK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국의 제4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동북지역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면서 한국어를 배우면 한류를 즐길 뿐아니라 취업 기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랴오닝과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에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모두 48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7천여 명에 달한다.
이들 학교는 한국에서 들여온 시청각 교재뿐 아니라 한국인 교사를 초빙해 중국의 조선족들이 쓰는 '조선어'가 아닌 '정통'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한국어 보급에 적극적이다.
다롄(大連)시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시민들이 늘자 지난해 다롄 시내와 개발구 등 2곳에 '시민 한국어 교실'을 개설했다.
다롄대 한국학 연구원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이 교실에는 개설과 함께 30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지방정부가 영어나 일어 교실을 운영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한국어 교실을 연 것은 중국 지방정부 중 다롄시가 처음이다.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 대회도 다양하게 열려 학생들의 학구열을 자극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응원하는 한국어 웅변대회와 길림신문사의 한국어 교육 신문인 '한국어 마을'이 개최하는 한국어 백일장, 랴오둥학원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이 해마다 열린다.
우승하면 한국에 갈 기회를 주는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일부 학생은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 실력을 과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랴오둥학원 한국어학과 김순저 교수는 "우리 학교에서만 올해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고급 수준인 5급 이상의 성적을 취득한 학생이 30여 명, 최고 수준인 6급을 딴 학생도 6명에 달한다"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수준도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