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중국에서 오래 살아남기
이한성 KHC 글로벌 물류유한공사 대표
중국에서 진출기업들이 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버틸까?
중국에서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생각하면 누가 속 시원하게 답을 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보는 사람마다 의견도 다르고 사고도 다르고 분야별 관점도다르다. 필자는 제조 부분에 진출한 기업에 대해 현실에 입각해 생각을 해본다.
1998년에 대기업 주재원으로 나와서 현재까지 중국 생활을 하면서 제일 가슴 아픈 일이 있다면 중소기업들이 비청산을 하면서 남아있는 기업들에 고충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불행하게도 비청산 기업이 중국 전 지역에서 증가하면서 이에 연관된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비청산이 발생하면 이에 따르는 협력회사들은 설비 가동률이 낮아지고, 재하청 공급상 물품대금 지불지연 등 연이어 관련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게 마련이다.
이에 대응하고자 경영축소 활동을 하지만 호전되기는 막연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진출기업들이 비청산을 하는가?
자금부족, 관리소홀, 경쟁력 부족, 판매량 부진, 채권과다, 품질보증 실패, 인력관리문제,중국정책 대응력 부족, 경영자 마인드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국은 경영자가 중국 진출 법인의 경영관리를 잘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잘못된 관리를 범하는 이유
첫째, 변화하는 중국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서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기존 확보된 물량을 맞추는데 급급하고 물량이 떨어지면 모기업에 방문해 애로사항을 말하고 모기업에 매달리는 식의 관리이다.
이런 사유로 모기업은 중국 기업을 선호한다.
원자재 원가 절감,돌발물량 변화에 신속한 대응력,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품질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 한국 기업 수준으로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은 변화가 없는 것이 큰 문제이다.
둘째, 바뀌는 중국 제도에 대응력 부족해서이다.
제조법인이 준수해야 할 중국 법규가 상당히 많이 있지만 특히 노무, 세무, 해관, 소방,환경 등이 가장 대표적으로 관리해야 할 법이다.
노무와 세무는 예전부터 중국 정부에서 강하게 관리를 해서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지만 해관의 많은 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로 인해 제도와 법규를 위반해 한국인이 구속되는 사례도 발생되고있다.
소방과 환경은 시진핑 정부 이후 더욱 강하게 관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비용만 생각하고 있다가 '벌금 및 철거'까지 당하고 있는실정이다.
셋째, 제조원가 상승때문이다.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 주 원인을 단순히 인건비 상승이라고 생각하지만(최저인건비 매년 두 자릿수 인상) 퇴직 시 경제보상금을 비롯해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임시공을 활용하더라도 임시공의 능력 부족에서 오는 문제로 또 다른 비용이 야기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소방, 환경부문 공장실사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 징수가 자주 발생하며, 해관관리에 소홀해서 발생하는 벌금이 상당히 높다.
이와 같은 원인들로 향후 5년 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을 해본다.
그렇다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어떻게 버티는 전략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두 가지로 본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인들에게 힘이 되도록 중국정부와 외교정책을 순조롭게 수행해야 하며 기업인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
첫째,
사드로 인한 기업 악영향을 해소해야 한다.
사드로 인해 눈에 보이는 영향(문화교류, 관광) 외에도 제조기업 대상 공장조사, 화물 통관시 검사 횟수 증가 등 영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간 확실한 교류를 통해 기업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해 투자기업들이 제조에만 전념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규 투자기업의 무역완화 정책 부여해야 한다. 양국 간 신규투자 유치 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기업에 장기간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양국은 서로 투자유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내수시장 및 공급상까지 무역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중 지방정부 간 자매도시를 활성화해야 한다.
한-중간 자매도시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좀 더 치밀한 계획으로 도시별 강점을 갖는 분야 교류 및 도시별 선진 기술력 교류 등이 필요하며, 지역별 한인상공회와 연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넷째,
전문분야의 기업육성 지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집합교육 및 메일을 통해 법규제도 변화를 전달하는 방식이었으나 향후 진출기업 지도팀을 구성해 세무, 해관부분에 실무적인 기법점검과 표준화 관리방법을 지도해 기업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다섯째,
비청산기업의 철저한 제재해야 한다. 중국 투자기업 중 비청산 기업은 한국에서 법규절차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하고, 채권자들은 한국에 연계해 채무징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한국에 본사가 없는 기업)는 개인 실명제를 통해 한국 정부에서까지 당사자 정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정부 내에 외국 투자기업 관리(검증)기관 설립이나 관련 법규 제정이 필요하다.
기업은 자생력 확보를 위한 노력 필요
첫째,
무리한 투자는 자살 행위이다.
현 시점에서 기존 품목을 지속하기 어렵고, 중국 초기에 투자한 것이 아까워 사업 전환 및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면밀한 검토 없이 호전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결국 비청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철저하게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최근 중국 법규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 해관 업무의 법규 미준수, 폐수, 소음, 공해 등 공장 환경에 대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응 부족으로 적발 시 벌금, 관리자 구속, 공장 철거까지 당하고 있다.
해관에서 기업들의 자율관리 체제로의 개혁은 기업의 편의 제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소관리'를 통해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므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전문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제조법인은 물량 확보, 납기 준수, 품질 유지, 원가절감 등 제조에만 치우쳐 경영에 필요한 중국 제도 변화 이해나 한국에서 지원하는 경영지원 세미나 참석 등을 소홀히 한다.
앞으로는 제조 외에도 기획 부분을 만들어 경영 세미나 등에 참석을 하고 기업과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찾으면서 경영관리를 해야 한다.
넷째, 중국 문화를 내포한 현지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2010년 이전에는 '간접인력 부족, 작업인력 과다' 시대였으나 현재는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시행으로 서부지역 발전이 급속화되면서 서부지역에까지 일자리 많아지고 연안지역에는 인력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인정하면서 인력관리에 임해야 한다. '강물은 흐름은 변하지만 암초는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하며 중국의 노동자 철학인 유교, 체면, 중용 문화 등을 이해하고 이에 부합하는 인력 관리가 필요하다.
결론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절대로 비청산을 하고 도주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남아있는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가 가치와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된다.
더욱이 최근에 사드 때문에 국가 간 감정이 좋지 않는 현 시점에서는 더더욱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물론 비청산을 하고 돌아가는 기업은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행위는 전적으로 경영자의 잘못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비청산기업 관련 새로운 법(法)을 만들어 외국에 투자하는 경영자들의 경영 마인드가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인건비 증가, 제조원가 상승, 중국기업들의 고품질 확보로 경영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효율적인 경영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