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中 화장품 사업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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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9-10-27 09:21|본문
지난 21일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에 있는 웅진화장품 매장. 오후 7시를 넘어서자 하루 일과를 끝낸 20ㆍ30대 중국 여성 10여 명이 한꺼번에 매장에 들어섰다. 제품을 이리저리 만져보던 후샨샨 씨(29)는 "프리미엄 브랜드 셀라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피부 탄력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친구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퇴근길에 함께 들렀다"고 말했다.
웅진그룹(회장 윤석금) 화장품사업이 중국 진출 9년 만에 `미운 오리새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고 있다.
첫해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중국 화장품사업 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69억원을 달성하며 용틀임을 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146억원에 불과했지만 7420여 개 중국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소매점 기준 매출액은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다른 기업들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가져다 파는 데 급급할 때 우리는 중국인 기호에 맞는 제품을 찾아 개발했다"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서서히 먹혀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사장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연예인 채림을 모델로 섭외해 지난 9월부터 대대적으로 현지 광고를 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엔 중국에 화장품연구소도 설립하고, 검토 중인 한국시장 재진출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웅진이 중국에서 사활을 건 사연은 따로 있다. 1988년 윤석금 웅진 회장은 유상옥 동아유리공업 사장(현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의 제의를 받고 개인 지분 65%를 투자해 함께 코리아나를 창업했다. 그러나 1999년 외환위기를 맞아 웅진그룹은 긴급 자금이 필요했다. 이에 윤석금 회장과 유상옥 회장은 향후 10년간 웅진이 국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유 회장이 윤 회장의 지분을 매입해주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따라서 외국시장밖에 없었다. 이듬해 윤 회장은 "화장품사업 노하우를 웅진코웨이가 살려 보라"고 지시했고, 웅진코웨이는 급증하는 시장인 중국에서 화장품사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산 고가 화장품을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웅진 장점인 방문판매도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2004년 7월 부임한 조정현 웅진코웨이 중국법인장은 "3년 내에 흑자로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다. 모든 것을 현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한국산을 고집하던 원재료를 중국에서 직접 조달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셀라트, 뉴리스, 루헨, 떼루아 등 6개 브랜드를 론칭해 고가부터 저가까지 제품군을 다변화했다.
특히 기존 대리점 체제에 방문판매 방식을 접목한 `신대리상(총판업자) 체제`를 구축해 점주 충성도를 높였다. 조 법인장은 "성(省) 단위 대리상이 시 단위 2차 대리상을 모집해 이들로 하여금 점포를 늘리고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신대리상 체제"라며 "많이 팔수록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51개 대리상 간에 점주 모집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는 이들을 위해 지난 23일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우수 종업원을 표창하는 `2009년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조 법인장이 "2015년 업계 10위에 올라 매출 100억위안(약 1조7314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자 참석자 2000여 명이 "쭝징리 워 아이 니(사장님 사랑해요)"를 연방 외쳤다.
김민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방문판매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