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필승전략 《백전기략》

001. 계전計戰
- 나와 상대를 함께 포함하는 큰 그림을 치밀하게 그려라 -

용병(경영) 원칙
군대와 병사를 움직이는 첫 번째 원칙은 치밀한 계획 수립이다.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기에 앞서 상대 장수가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군세가 강한지 약한지, 병력은 많은지 적은지, 작전 지형은 험준한지 평탄한지, 군량은 충분한지 부족한지 등과 같은 적의 정황을 반드시 먼저 살펴야 한다. 이렇게 치밀한 계획과 계산으로 적과 아군의 형세를 판단한 다음 출병하여 싸우면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다.
《손자병법孫子兵法》(<시계始計>편)은 “적의 정황을 살펴 승리할 방도를 찾고, 작전 지형의 지세와 도로의 멀고 가까움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파악하는 것이 뛰어난 장수의 기본적인 직능이다”라고 했다.

역사 사례
동한 말엽인 207년, 유비劉備(161~223)가 양양襄陽(하남성 양양)에 머물고 있을 때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융중隆中에 은거하고 있는 제갈량諸葛亮(181~234)을 만났다. 유비가 절하며 말했다.

“나는 한 나라 황실의 후손이자 탁군涿郡 출신의 미천한 몸으로, 오래전부터 선생의 높은 이름을 우레 소리처럼 듣고 두 번씩이나 뵈러 왔었지만 뵙지 못했습니다. 천한 이름으로 두어 자 적어 두고 갔었는데, 혹 읽어 보셨는지요?”

그러자 공명이 대답했다.

“저는 남양南陽(하남성 남양시) 땅 야인으로 천성이 성글고 게을러 여러 번 장군을 오시게 했으니 부끄럽습니다.”

유비는 “한 황실은 이미 기울고 간신들이 천명을 도둑질하니 내가 힘을 돌보지 않고 천하에 대의명분을 펴려고 하나 지혜가 부족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생이 어리석은 나를 가르치고 액운에 빠진 나라를 건져 주신다면 실로 천만다행이겠습니다”라며 앞으로의 방략을 물었다.
이에 제갈량은 이렇게 말했다.(이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핵심으로 하는 제갈량의 당시 천하정세에 대한 분석을 ‘융중대隆中對’라 한다.)

“역적 동탁董卓이 세상을 어지럽힌 이후로 각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일어나 제각기 그 지방을 장악하고 있으니 그러한 예를 일일이 다 들 수가 없습니다. 조조曹操(155~220)는 원소袁紹(?~202)에 비해 명성이 미미하고 병력도 훨씬 작았습니다. 그러나 조조는 원소를 이기고 약세를 강세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결코 시기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략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조조는 백만 대군을 보유하고 천자를 방패로 삼아 모든 제후들을 호령하고 있으므로 조조의 세력과 정면으로 겨루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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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권孫權(182~252)의 가문은 강동江東(장강 하류 남쪽) 지방에서 3대에 걸쳐 그 기반을 다져 왔습니다. 강동 지역은 천연의 요새인데다 백성들이 손권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명하고 유능한 인물들이 그를 잘 보필하고 있으니 이런 손권과는 그 세력을 다투지 말고 유대를 돈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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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형주荊州(호북성 형주 일대)는 북으로 한수漢水와 면수沔水가 있고, 남해에 이르기까지 다 이로운 땅이며, 동으로는 오吳(강소성, 절강성 일대)의 여러 지방 도시와 연결되어 있고, 서로는 파촉巴蜀(사천성 지역)과 통해 있으므로 그곳이야말로 군사를 거느리고 천하를 경영할 만한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참다운 주인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곳입니다. 이야말로 하늘이 장군을 위해서 남겨 둔 곳인데, 장군은 어째서 거들떠보지 않습니까?
또 익주益州(사천성 성도成都 주변 일대)로 말할 것 같으면 험준한 요새를 이루고 비옥한 들이 천 리에 걸쳐 뻗어 있는 좋은 나라입니다. 옛날에 한漢 고조高祖(유방劉邦)께서도 그곳에서 기반을 마련했는데, 지금은 유장劉璋(?~219)이 어리석고 약해서 나라가 풍성하고 백성이 번성하건만 사랑할 줄을 몰라 그곳의 뜻 있는 사람들은 어진 주인을 새로이 섬기고 싶어 합니다.

장군은 이미 한 황실의 종친으로서 신의를 천하에 드날리고, 모든 영웅을 휘하에 거느리며 어진 인재를 목마르게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형주와 익주 두 곳을 요새로 삼아 서쪽 오랑캐와는 화친하고 남쪽의 오랑캐들을 위로하고 밖으로는 손권과 동맹하고 안으로는 실력을 쌓으십시오. 그러다가 천하에 변화가 생기거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즉시 뛰어난 장수로 하여금 형주의 군을 지휘하여 완성宛城(하남성 남양)을 경유하여 낙양洛陽(하남성 낙양)을 목표로 진격하게 하십시오.

그런 다음 장군께서 몸소 익주에 있는 군을 지휘하여 진천秦川(섬서에서 감숙에 이르는 진령秦嶺 이북의 넓은 평원 지대로 전국시대 진나라에 속했다)으로 출정하시면 장군을 환영하지 않는 백성이 없을 것입니다.

장군께서 이렇게만 하신다면 천하를 장악할 수 있는 패업을 도모할 수 있으며 한의 황실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장군을 위해서 계책한 바이니 장군께서는 힘써 보십시오.”

제갈량은 말을 마친 다음 동자에게 한 족자로 된 지도를 중당에 걸게 했다. 그리고는 지도를 가리키면서 “이것은 서천 54주를 그린 지도입니다. 장군이 패업을 성취하려면 하늘의 때(천시天時)를 얻은 조조에게 북쪽 땅을 양보하고, 지리의 이점(지리地利)을 차지한 손권에게 남쪽 땅을 양보하되, (장군께서는) 인심을 얻어(인사人事 또는 인화人和) 먼저 형주를 차지하여 집으로 삼고 뒤에 서천 일대를 차지하여 기반 삼아 솥의 세 발처럼 정립한 연후에 중원을 쳐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비는 찬동을 표했고, 그 이후의 정세는 제갈량이 예측한 대로 전개되어 유명한 삼국 시대의 풍운이 일게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일을 찬탄하며 ‘유현덕劉玄德(현덕은 유비의 자)이 당시 곤궁하여 탄식만 일삼았으나 남양 땅에 와룡臥龍(제갈량의 별칭)이 있었음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훗날 천하가 솥의 발처럼 셋으로 나뉘는 것을 알고 싶거든 공명이 가리키는 지도를 보라’고 했다.(이상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당시의 천하 형세를 정확하게 헤아린 끝에 나온 대계大計이자 삼국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명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