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1-01-24 18:03|본문
돈을 속되게 이르는 `아도물`
돈이면 다 된다는 `전가통신`
돈을 두고 정반대 생각 존재
"돈 워리." 혹자는 Don`t Worry(돈 걱정하지 마)로, 혹자는 돈(MONEY)워리(돈 생각해)로 난센스 풀이한다. 전자는 돈은 nothing, 돈에 어두워야, 후자는 everything, 돈을 밝혀야 삶이 행복하다고 본다.
고사성어에서 아도물(阿堵物)은 돈 경시, 전가통신(錢可通神)은 돈 중시와 연관돼 있다.
중국 위진시대 왕이보(王夷甫)는 청담한 선비였다. 부인 곽씨는 이재에 밝고 세속적이었다. `돈`의 ㄷ자도 입에 담지 않는 남편이 늘 답답했던 부인은 그가 자는 사이에 침상 주변에 동전을 가득 깔아두게 했다. 치우기 위해서라도 `돈`을 말할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웬걸, 왕이보는 여종을 시켜 "어서 이것들을 치우라(擧却阿堵物)"며 끝내 말하지 않았다. 조선시대엔 선비들이 기생에게 주는 화대(花代)를 젓가락돈이라 했다. 상 위에 엽전을 놓아두고, 한 닢씩 젓가락으로 집어 줬다. 돈은 더럽기 때문에 입으로 말하기도, 손으로도 직접 대기 싫어한다는 가치관에서였다.
전가통신은 이와 반대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의미다. 당나라의 재상 겸 도지(세금 담당)였던 장연상(張延賞)이 대형 부패사건 수사를 맡게 됐다. 그는 정의감에 불타 수사를 밀어붙였다. 3만관의 뇌물청탁이 5만관으로 올라갔지만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만관으로 뇌물액수가 뛰자, "10만관이라는 돈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는 액수다. 되돌리지 못할 일은 없는 것이다. 내게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錢至十萬, 可通神矣)"며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시켰다. "귀신은 경전 글귀는 못 알아들을망정, 돈의 말은 알아듣는다"고 한다. 영어의 money talks도 같은 뜻이다. 귀와 입이 없는데도 알아서 만사형통케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돈의 막강한 위력이란 비유다.
돈 전(錢)은 예전에 돈을 가래 모양으로 만든 데서 비롯됐다. 농기구와 돈 모두 인간 생활을 지탱하는 방편이란 점에서 통한다.
중국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친닝추는(錢)을 쇠 금(金)+창과(戈)+창 과(戈)로 보아 (錢)"풍요를 얻길 원하는 사람은 돈을 얻기 위해 투쟁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풀이한다. 외적 투쟁과 내적 싸움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요즘 ESG경영(Environment·Social·Governance,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이 화두다. 전가통신, 예전엔 돈이면 귀신도 움직인다는 뜻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돈은 정신, 철학과 통해야 벌 수 있다`란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