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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 최초로 리더의 유형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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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0-02-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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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伊尹은 상나라 초기의 대신이다. 전설에 따르면 노예 출신으로 이수伊水가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여기서 그의 성인 이伊가 유래되었다. 원래 유신씨有莘氏 군주 곁에서 노복으로 있었는데 상탕이 ‘어질고 덕이 있으며 의롭다’는 말을 듣고는 그에게 마음을 두었다. 상탕과 유신씨가 혼인관계를 맺음에 따라 이윤은 유신씨 딸의 배가陪嫁 노예, 즉 시집올 때 함께 딸려 보내는 폐백과 함께 노예로 따라와 탕의 ‘소신小臣’이 되었다.

이윤은 요리사였는데 언젠가 틈을 타서 요리를 예로 들어 천하의 정세를 상탕에게 이야기하면서 “하夏를 정벌해 인민들을 구하라”고 설득했다. 『한비자』 「난언難言」편에 따르면 이윤이 탕에게 ‘70번을 설득했으나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으니, 이윤의 인내심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이윤은 탕의 눈에 들어 국정을 맡아 상탕이 하걸을 멸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하 왕조 내부에 잠입해 ‘하나라를 이간시키는’ 첩자 노릇까지 해냈다.

정치가로서 이윤은 리더의 유형을 최초로 분류했다. 고요가 ‘구덕론’으로 리더십 이론을 제기했다면, 이윤은 아홉 가지 항목으로 리더의 유형을 제시하면서 그 장단점을 파악했다. 이를 이윤의 ‘구주론九主論’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중심으로 고대 리더와 리더십 논의를 이어가보자.


요리로 정치를 논한 이윤

이윤은 고요, 기자 등과 함께 중국 역사상 최고의 리더십 이론가다. 실천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리더십론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사 최초의 명재상으로 알아들기 쉬운 언어로 통치의 본질과 리더의 자질론을 설파해 탕 임금을 명군의 길로 이끌었다. 요리용 솥을 들고 있는 이윤의 초상화다.                                        

역사상 성공한 리더의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특출난 참모가 있다. 상나라를 건국한 탕 임금도 역대 명군의 반열에 올라 있는 리더다. 그런 탕에게는 이윤이라는 뛰어난 참모가 있었다. 앞서 잠깐 소개한 바와 같이 탕이 무려 다섯 차례나 이윤을 찾아가 그를 발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것이 유명한 ‘오청이윤五請伊尹’이란 고사다.

탕 임금과 이윤에 관한 설화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전하는데 가장 흥미로운 것이 ‘이윤부정伊尹負鼎’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이윤이 솥을 짊어졌다’는 뜻이다. 고대에 세발 달린 솥을 정鼎이라 했는데, 고기 같은 것을 넣고 삶는 조리 기구로 사용되었다. 말하자면 이윤이 요리사 출신이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다.

이 설화에 따르면 이윤은 자신의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리더로 탕을 마음에 두었다. 그러나 좀처럼 탕을 만날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이윤은 탕에 접근하기 위해 요리 기구를 전부 싸들고 탕의 아내가 될 유신씨의 혼수품에 딸려가는 노예가 되어 따라갔다. 이렇게 탕에게로 온 이윤은 훌륭한 요리 솜씨로 일단 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리의 방법을 비유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탕에게 이야기했다. 당시 이윤이 탕에게 들려준 치국의 도는 다음과 같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같은 이치입니다. 모든 요리는 그에 맞는 요리법을 필요로 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음식을 만들 때 솥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조미료는 언제 넣어야 하며, 얼마나 써야 하는지 등이 모두 알맞아야 합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국의 발전에 어떻게 순응할 것이며, 어떤 법도를 시행할 것이냐는 모두 형세에 대한 관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는 요리를 할 때 불의 온도와 화력의 정도를 통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공을 성취하고 천하를 얻으려면 조건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시기를 잘 파악해 과감하게 결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윤은 정치의 요체란 정세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있다고 보았다. 정세 변화의 기미를 제대로 파악하면 그에 맞추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윤은 요리법을 치국의 도에 비유하면서 탕 임금에게 통치와 치국의 본질을 강론했고, 이윤의 수준 높은 정치론에 깊은 감명을 받은 탕은 그를 재상에 임명해 국정 전반을 이끌게 했다. 이렇게 해서 이윤은 중국 역사상 리더를 가장 훌륭하게 보필한 최초의 성공한 재상으로 남게 되었다.

 

‘구주’와 함께 ‘소왕’을 거론하다

『사기』 권3「은본기」에 나오는 이윤과 탕 임금의 관련 기록을 잘 살펴보면 이윤이 탕의 신하가 된 다음 ‘소왕素王’과 ‘구주九主’에 대해 논했다는 대목이 눈에 띤다.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언급은 없다. 그러나 그 후 『사기』에 주석을 단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자료들을 끌어다 ‘구주’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보탰고, 이것이 이윤의 ‘구주론’이 된 것이다.(『사기색은』 『사기집해』 『별록』 등) 

‘법군’은 비상한 시기에 필요한 리더의 유형이긴 하지만 ‘전군’으로 흐를 위험성이 큰 유형이다. ‘기군’과 ‘파군’은 망국의 리더로 최악이며, ‘수군’은 무능력한 리더의 전형이다.

‘고군’은 자기수양은 등한시한 채 무력으로 주변을 위협하거나 정복하려는 유형으로 매우 위험한 리더다. ‘삼세사군’은 어린 나이에 통치자가 된 리더로, 어떤 대신이 보필하느냐에 따라 리더의 자질이나 리더십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이다.

가장 바람직한 리더의 유형은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 부지런히 일하는 ‘노군’과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며 논공행상 역시 원만하게 처리하는 ‘등군’이다.

이상 ‘구주’의 내용을 보면 대단히 실제적인 리더십 이론가로서 이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윤은 이 아홉 가지 유형의 리더 외에 ‘소왕’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소왕이란 말 그대로 ‘무관의 제왕’을 말한다. 

이윤은 비록 제왕은 아니었지만 덕망이 높아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사람을 예로 들며 탕 임금에게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강론한 것 같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역대 리더들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서 그 장단점을 상세히 피력함으로써 탕 임금의 통치 철학을 정립하는 데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나는 어떤 유형의 리더인가?

이윤이 제시하고 있는 리더의 유형은 수천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리더 유형으로 치환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참신하다. 특히 아홉 가지 리더의 유형은 조건과 환경, 자기수양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나쁜 리더에 속하는 유형들은 대개가 리더 한 몸에 여러 유형이 한꺼번에 겹쳐져 나타난다. ‘법군’과 ‘전군’의 경계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윤은 ‘구주’와 함께 ‘소왕’을 거론하며 고매한 인품과 덕을 갖춘 인물들을 본받거나 이런 인물의 도움을 받아 리더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으라고 충고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리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이른바 셀프 리더십self leadership의 시대다. 그리고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에브리바디 리더everybody leader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리더에게 요구되었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은 ‘자신을 아는(지기)’ 능력이었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 그리고 장단점을 정확하게 아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된 리더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단계다. 이 단계가 빠지거나 제대로 거치지 않을 경우 리더는 나쁜 길로 흐르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윤의 ‘구주론’은 리더의 유형론이자 리더의 변화 내지 변질의 단계까지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리더십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이 포스트는 단순한 역사서를 넘어 21세기 CEO들의 경영 필독서로 확고히 자리하고 있는 『사기』를 경영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 김영수 교수의 <나는 사기로 경영을 배웠다>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구성한 포스트입니다. 


김영수 지음

인간의 본질과 인간 행위의 이면을 깊숙이 파헤치고 있는 『사기』는 기업경영과 관련해 수준 높은 통찰력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할 수 있는 보물창고와도 같습니다.

 이에 EBS 특별기획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로 널리 알려진 국내 최고의 『사기』 전문가 김영수 저자가 30여 년에 걸친 『사기』 연구를 통해 얻은 인문학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경영의 지혜를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인간과 조직, 사회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은 2천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살아 숨 쉬는 교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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