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동방명주(東方明珠)를 타고서 (연변延边)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1-10-24 09:24|

본문

만주로 가는 바다 위에서 한민족 중년 사내의 평균치를 보았다
저렴한 비용에다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지루할 틈도 없는 낭만적인 만주행 배편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항구를 떠나는 배들은 대개 각오가 대단한 용사처럼 보인다. 거대한 여객선 동방명주가 인천항을 떠날 때는, 해지는 서쪽 바다가 배경으로 깔리기 때문에 그 각오는 비장미가 넘쳐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일찍이 이 시대 최고의 가객 정태춘은 동방명주의 낭만을 노래했다. '동방명주, 대륙 가는 배가 반도를 떠나는구나' 인당수, 장산곶, 요동반도…. 차라리 그의 노래는 서정시가 아니라 서사시라 해야 옳다. 상해에 서 있는 동방명주 탑도 명물이지만 단동 가는 '동방명주'야말로 한중간 진정한 명물이 아닐까.

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두 해 건너 한번 정도 만주에 다녀왔다. 비행기 타는 것을 무척 싫어해 배로 갔으니 동방명주를 열 번 정도 탄 셈이다. 지인들은 그런 나를 보고 고소공포증이다 뭐다 하며 비웃지만 비행기 여행은 영 여행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만주 갈 때는 동방명주를 타야 한다. 그리고 꼭 일반실(이등실)을 타야한다. 기왕 배를 탔으면 선박 여행의 맛을 오로지 느끼는 것이 상책이다. 여행이란 일상과 달라 '일등실 삼류, 삼등실 일류'란 말이 있을 법하다. 여행의 고수들은 결코 특실이나 일등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일반실은 2, 4인실보다는 우선 확 트인 넓은 공간이 좋고,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레 사귈 수 있는 것이 좋다.

뱃삯도 아주 저렴하다. 편도 100달러 정도니 비행기에 비하면 경제적 부담도 없다. 오후 3시쯤 승선하면 다음 날 오후 10시쯤 단동에 도착한다. 18~19시간이나 어떻게 배를 타느냐고 하지만 그것 또한 하수들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단 승선을 하고서 깡통맥주 하나 뽑아서 갑판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 맥주를 느긋하게 마시면서 장엄한 서해 노을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 다가오고, 저녁 식사 뒤, 적당히 어울려 술잔을 나누다가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배는 이미 도둑처럼 대륙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2006년 겨울에도 동방명주를 탔다. 그때도 역시 일반실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변에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제각각 사연을 안고 대륙으로 가는 그 만물상 같은 표정들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마치 어린 시절 장터 분위기였다. 장터 근처에서 자란 나는 장날이 되면 괜히 마음이 들떠 잔치 마당 같은 장터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칸막이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던 두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둘 다 옛날 장터에서 본 것 같은 낯익은 얼굴이었지만 표정이 너무 대조적이었다. 같이 비스듬히 앉아 있었지만 한 사내는 꿈꾸듯 앉아 있었고, 한 사내는 그 꿈이 다 말라버린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두 얼굴이 남과 북? 아니면 좌우 같은 무엇인가 중요한 부분을 대표하는 것 같았는데 선뜻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평범한 얼굴이지만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 그것이 못내 궁금했다. 내가 다가가자 우리는 쉽게 이야기 동무가 되었다. 선박 여행에서는 누구나 쉽게 말을 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동무가 될 수 있는 법이니….

한국에서 좋은 사장 만나 5년 동안 돈을 벌어 귀국한다는 조선족 구 씨는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듯 얼굴에 만족감이 넘쳤고, 어깨에 힘까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맥주와 안주로 선심을 썼다. 사업을 한다는 한 씨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옆에는 서툰 한국말을 하는 중국 여자가 있었다. 한 씨의 아내였다. 얼핏 보아도 스무 살 정도는 젊어 보였다. 그녀는 맥주 집에서 일하는데 그 수입으로 단동에 있는 가족들도 살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한 씨는 백수였고, 중국 여자에게 얹혀사는 형국이었다. 젊음과 돈 버는 기회라는 끈으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그런대로 평화로워 보였다. 한중간의 결혼들이 대부분 위장과 사기로 파탄이 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오히려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날 동방명주 칸막이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두 얼굴의 표정은 만주 여행 내내 따라 다녔다. 어쩌면 그 얼굴이 오늘 날 한반도와 만주에 걸쳐 있는 우리 한민족 중년 사내들의 평균값에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닐까.
0

중국여행 목록

중국여행 목록
도문행 기차서 만난 사람들 ② 아사코와 콩쥐 (연변延$… 인기글 눈부신 자연미인 동포와 세번의 만남…세월앞에 인연도 늙어가더라활달한 성격의 아가씨 북경서 사업가로 활동우리네 여행가이드 자처…몇년 지나자 환상 깨져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인연' 중). 콩쥐와 나는 피천득의 '인연'처럼 세 번 만났다. 첫 번째는 아가씨 때였고, 두 번째는 결혼해 첫 아기를 낳았을 때였고, …(2011-11-07 08:40:19)
도문행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 ①북조선 인민 (연변延ů… 인기글 과거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그들과의 음울한 만남 호기심에 말을 건넨 북한사람은 내게 낡은 물건들을 사줄것을 간청했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중국 심양에서 오후 6시 출발하는 도문행 열차는 다음날 오전에 연길에 도착한다. 이 기차안에서 북녘 동포들을 만나 나는 몇번이나 그들이 내민 물건을 샀다. 도문행 기차…(2011-11-07 08:39:03)
중국 태산을 답파하다 3 (태산泰山) 인기글 태산에 7개 등산로 개발 황동호 중국태산트레킹 사장“중국에 등산붐 일으킬 겁니다.” “2005년 5월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태산에 올라 등산로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갔던 길 10회 이상, 1년에 200회 이상 태산에 올랐습니다. 2년간 개척했으니, 총 400회 이상 태산을 오르내린 셈이죠. 아마 저가 세상에서 제일 많이 태산에 올랐을 겁니다.” 중국태산트레킹을 만들어 태산 가이드를 하고 있는 황동호(51) 사장. 처음엔 고생도 무지 했다. 눈이 와서 없어진 길을 찾아 헤매다 미끄러져 죽…(2011-11-04 08:25:23)
중국 태산을 답파하다 2 (태산泰山) 인기글 ▲ 1태산 천가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2칼바위능선이 끝나면 여성 상징 바위가 바로 눈앞에 나온다. /3정상에 오악독존이라 새겨진 마애석./4여성 상징 바위를 불과 10m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남성 상징 바위. 아침 일찍 숙소에 나서 산행 들머리인 행화촌 마을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8시1…(2011-11-04 08:23:51)
중국 태산을 답파하다 1 (태산泰山) 인기글 ▲ 1운해가 잔뜩 낀 만인석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고 촬영하기 위해 붐비고 있다.<사진=중국태산트레킹 황동호 사장 제공>/2태산 정상 옥황정 바로 앞의 무자비./3D코스로 가면 가파른 칼바위능선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4D코스로 오르며 바라본 태산 주변 조망. 오악의 으뜸, 신앙의…(2011-11-02 10:00:52)
중국 베이징, 9999칸의 자금성에 놀라고… 새하얀 만리장성… 인기글 마르코 폴로가 서양인에게 처음 알려준 동양은 중국이었다. '황금의 땅' '신비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 중심이 베이징이다. 뭐든지 큰 중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9999칸의 자금성이 있고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도 볼 수 있다.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도시는 동북아를 제패한 제국의 흥망…(2011-11-02 09:57:36)
만주에서 기차표 구하기 (심양沈阳) 인기글 연길행 표를 사기 위해 두 번의 지옥을 경험했다힘든 시간 이겨내고 다가선 창구에선 입석표만 팔고암표상과의 흥정 실패…길거리에 버려져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중국 여행을 하다보면 황당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기차표를 사기 위해 당한 황당함은 잊을 수가 없다. 중국, 특히 만주 여행에서는 기차 없이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넓은 지역의 이동에는 기차만큼 편한 것이 없다. 이동 중에도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그들의 삶 속에 젖어들 수 있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기차 여행이다. 그런…(2011-10-31 08:09:16)
세계의 공장 중국 … 중국의 백화점 이우 (이우义… 인기글 이우 중국 저장성 한복판에 있는 도시로 상하이에서 350km, 항저우에서 150km, 닝보에서 200km 떨어졌다. 도농복합 행정구역으로 도시지역 인구는 70만 명이며, 외국인을 포함해 매일 평균 20여만 명의 외지인이 방문한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2년 공예품 장터에 세금 혜택을 주면서 현대식 시…(2011-10-31 08:07:11)
천년역사의 수상도시 오진(烏鎭, Wuzhen) 인기글 중국 남방의 유명한 수상도시인 오진(烏鎭, Wuzhen)은 소박하고 전통적인 건물을 통해 유구하면서도 두터운 문화적 함의을 발산한다. 천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수상도시 오진은 "동방문명의 활화석"으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절강(浙江, Zhejiang)성 가흥(嘉興, Jiaxing) 동향(桐鄕…(2011-10-28 08:36:43)
만주의 봉천(奉天), 심양 아이러니 (심양沈阳) 인기글 한족의 경계로 흔적만 남은 만주의 상징도시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심양역 역사(驛舍) 위로 붉은 해가 지고 있었다. 서울역과 흡사한 웅장한 돔 형식 지붕 위로 해가 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해가 지다'는 이 도시의 이름(沈陽)과 기가 막히는 어울림이다. 아니, 차라리 아이러니에 가깝다. 인구 1000만 명에 가까운 만주 제일의 도시로 발전한 이 도시의 이름이 '해가 진다'는 지극히 패배적이고 감상적인 이름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심양의 옛날 이름이 '하늘을 받들다'는 뜻의 봉천(奉天…(2011-10-28 08:33:24)
노천탕 천국… 눈감으면 바람결에 海神(장보고)의 숨결이… (… 인기글 장보고가 숨쉬는 중국 威海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반도는 타민족과 쉽게 섞이기 어려운 지리적 조건을 갖고있다. 하지만 바다에도 길은 있고, 길 위에는 사람이 왕래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는 싹튼다. 인천항에서 서해 물길을 따라 가면, 14시간만에 중국 산둥 반도의…(2011-10-26 08:45:56)
통곡할 만한 자리 (연변延边) 인기글 광활한 벌판과의 강렬한 첫 만남, 누구라도 목놓아 울 수밖에여섯빛깔 문화이야기 모든 감동이란 첫 경험에서 일어난다. 처음으로 만주 벌판을 보는 그 감동은 '울고 싶다'로 축약할 수 있다. 일찍이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만주 벌판을 처음 봤을 때 감동을 다음처럼 적었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면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2011-10-26 08:43:46)
[열람중]동방명주(東方明珠)를 타고서 (연변延边) 인기글 만주로 가는 바다 위에서 한민족 중년 사내의 평균치를 보았다저렴한 비용에다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지루할 틈도 없는 낭만적인 만주행 배편여섯빛깔 문화이야기 항구를 떠나는 배들은 대개 각오가 대단한 용사처럼 보인다. 거대한 여객선 동방명주가 인천항을 떠날 때는, 해지는 서쪽 바다가 배경으로 깔리기 때문에 그 각오는 비장미가 넘쳐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일찍이 이 시대 최고의 가객 정태춘은 동방명주의 낭만을 노래했다. '동방명주, 대륙 가는 배가 반도를 떠나는구나' 인당수, 장산곶,…(2011-10-24 09:24:42)
프롤로그 '놈놈놈'과 만주 개장수 (연변延边) 인기글 민족의 희미한 기억 '만주의 삶'을 찾아서시중 책이나 교실선 정사나 기록문학인 독립군 투쟁사만 있고꿈을 좇아 건너갔던 수많은 조선청년들의 애환어린 삶은 없어당시 개장수가 많았던 건 조선족도 많았다는 반증여섯빛깔 문화이야기 22일부터 '여섯빛깔 문화 이야기'의 하나로 '소설가 박명호의 만주일기'를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지난 8일자로 끝난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 후속이다. 박명호 씨 글 속의 만주는 중국 옌볜 일원을 포함한 동북 3성 지대를 가리킨다. 이 곳은 고대부터 일제…(2011-10-24 09:20:36)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2) 쉬춘(許村) 인기글 隱者(은자)처럼 몸을 낮춘채 나그네에 길을 열어주고…소금무역상들 모여살던 곳처첩 아편값 감당못해 몰락관광지로 지정됐지만 한산 '오악(五岳)을 보고나면 뭇 산을 볼 필요가 없고, 황산(黃山)을 보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빼어난 산이 황산이다. 황산은 산으로도 유명하지만 산자락에 …(2011-10-17 10:07:15)
게시물 검색

공지사항 2024년 龍의 힘찬 기운을 받아 건강부자가 되세요
延边聖山本草商贸有限公司(연변성산본초상무유한공사)微信 138-4339-0837 카톡전화번호 010-4816-0837
Copyright © 2006 吉ICP备2020005010号 住所 :延吉市北大新城 2号楼3010
企业法人注册号(법인사업자 등록번호):22240000001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