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문은 어디메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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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8-22 09:06|본문
짙은 구름… 첩첩산중… 천산천지…
인간은 항상 꿈을 꾼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 갖고자 하는 욕망을 되새기며 꿈을 키운다. 꿈이 없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간의 삶 자체가 꿈을 꾸고 꿈을 찾아 나서며, 꿈을 이루고 꿈을 회고하는 일련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꿈은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보다 더 좋은'을 강조하는 현실이 낳은 만족할 줄 모르는 조급함이다. 꿈은 항상 낭만적이고 희망적인가. 초록빛 꿈이 실현가능한 꿈이라면 보랏빛 꿈은 그럴듯한 허상이기 쉽다.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찾아 헤맬 때 '낭만적'이고 '희망적'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꿈이 민족과 국가에 이르면 이데올로기가 된다. 신화는 이러한 집단적 꿈의 산물이다.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와 성스러운 힘을 요체로 한다. 민족과 국가의 꿈이 신화로 변형됨으로써 꿈이 이루어지고, 꿈을 이룬 민족과 국가만이 그 우월성을 만방에 과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화는 국가와 민족을 하나로 묶는다. 집단적 우월성에의 도취와 믿음이 더욱 찬란한 신화를 만들고, 신화는 또다시 꿈을 꾼다.
우루무치에서 출발한 실크로드 탐사단은 천산북로와 천산남로의 험준하고 매서운 길을 돌아 다시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신강성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우루무치는 변함없이 활기차다. 국제 바자르에는 어제의 사람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흥정을 하고 호객을 한다. 저마다의 꿈을 위해 목청껏 소리치고 잰걸음으로 나아간다. 삶과 꿈이 함께 동화되어 만들어내는 소리가 천산천지까지 닿을 듯하다.
우루무치에서 동북쪽으로 115㎞ 떨어진 천산산맥의 중턱에는 천지(天池)가 있다. 백두산의 천지처럼 신령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천산산맥의 주봉인 박격달봉의 만년설 녹은 물이 만든 천연호수이다.
이곳에도 신화가 있다. 천산산맥의 곤륜산에 서왕모라는 신인(神人)이 사는데 불사약(不死藥)인 복숭아를 관장한다. 서왕모는 도교에서 신으로 숭상하고 있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천산천지는 서왕모가 목욕하던 곳이라고 한다. 천산천지와 서왕모 이야기는 서역경영에 힘을 쏟은 한나라 무제 때 민간에 널리 퍼졌다. 이는 한무제가 서왕모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 때부터 중국은 변경지역에 대한 '역사적 중국화'를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를 강화해 왔다. 지금은 서북지역과 서남지역에 이어 동북지역의 중국화에도 주력하여 고구려의 역사 왜곡을 서슴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들 지역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를 매개체로 사용하여 불확실성을 꿰맞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강은 이러한 역사적 중국화를 이룩함에 있어 범이슬람연대라는 민족적이고 국제적인 문제까지도 연관되어 있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들 국경지역의 소수민족을 더욱 지역화 한다. 즉, '신강위구르자치구'처럼 민족명인 '족'을 뺀 지역명으로만 사용한다. 민족이 사라지고 지역화 되면 소수민족의 전통적 유대관계와 정체성은 약해진다. 지역이 민족을 만들고 그렇게 생성된 민족은 갇힌 공간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인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이 확립된다. 신화를 따르고 정체성을 새롭게 수립하는 순간, 민족도 전이되는 것이다.
우루무치는 위구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이다. 천산천지의 푸른 호수와 초록 언덕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우루무치를 표현함에 부족함이 없다. 위구르인들은 이러한 우루무치에서 그들의 민요인 '아라무한'을 부른다.
아라무한은 어떻게 생겼나?
홀쭉하지도 뚱뚱하지도 않아.
아라무한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날개 없는 천사야.
착하고 선량한 것이 초원과 하늘을 닮았지.
반달눈썹에 버들가지 허리
자그마한 입술과 눈빛을 보면 견딜 수 없다네.
아라무한은 어디에 사나?
투루판 서쪽 360리.
아라무한은 자유로운 유목인,
명예와 근심도 없어.
순결하고 온유한 것이 초원과 하늘을 닮았지.
아라무한 생각에 온종일 한숨 쉬며
아라무한 생각에 온갖 눈바람을 겪었네.
신발이 다 닳도록 아라무한을 찾았네.
사랑노래는 연약하다. 특히, 신강 위구르에서 듣는 민요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정녕 이들의 꿈은 개인적인가. 위구르라는 단어에는 '단결'과 '연합'이라는 뜻이 있다. 그들이 그 뜻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부르는 민요는 무엇인가. 사랑은 인류 태초의 본성이다, 사랑노래가 인류의 단결과 연합을 통한 대동사회의 꿈을 이루는 희망가라고 볼 수 있다면 신강은 바로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실크로드만이 주는 소중한 가치다. 글로벌 문명시대임에도 실크로드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끝>
<인천일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중국 실크로드를 다룬 기획특집인 '신실크로드, 중국신장성을 가다'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총 15회에 걸쳐 중국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본 이번 특집은 실크로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인천일보가 5년 장기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실크로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인간은 항상 꿈을 꾼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 갖고자 하는 욕망을 되새기며 꿈을 키운다. 꿈이 없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간의 삶 자체가 꿈을 꾸고 꿈을 찾아 나서며, 꿈을 이루고 꿈을 회고하는 일련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꿈은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보다 더 좋은'을 강조하는 현실이 낳은 만족할 줄 모르는 조급함이다. 꿈은 항상 낭만적이고 희망적인가. 초록빛 꿈이 실현가능한 꿈이라면 보랏빛 꿈은 그럴듯한 허상이기 쉽다. 우리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찾아 헤맬 때 '낭만적'이고 '희망적'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꿈이 민족과 국가에 이르면 이데올로기가 된다. 신화는 이러한 집단적 꿈의 산물이다.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와 성스러운 힘을 요체로 한다. 민족과 국가의 꿈이 신화로 변형됨으로써 꿈이 이루어지고, 꿈을 이룬 민족과 국가만이 그 우월성을 만방에 과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화는 국가와 민족을 하나로 묶는다. 집단적 우월성에의 도취와 믿음이 더욱 찬란한 신화를 만들고, 신화는 또다시 꿈을 꾼다.
우루무치에서 출발한 실크로드 탐사단은 천산북로와 천산남로의 험준하고 매서운 길을 돌아 다시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신강성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우루무치는 변함없이 활기차다. 국제 바자르에는 어제의 사람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흥정을 하고 호객을 한다. 저마다의 꿈을 위해 목청껏 소리치고 잰걸음으로 나아간다. 삶과 꿈이 함께 동화되어 만들어내는 소리가 천산천지까지 닿을 듯하다.
우루무치에서 동북쪽으로 115㎞ 떨어진 천산산맥의 중턱에는 천지(天池)가 있다. 백두산의 천지처럼 신령스러워 보이지는 않지만 천산산맥의 주봉인 박격달봉의 만년설 녹은 물이 만든 천연호수이다.
이곳에도 신화가 있다. 천산산맥의 곤륜산에 서왕모라는 신인(神人)이 사는데 불사약(不死藥)인 복숭아를 관장한다. 서왕모는 도교에서 신으로 숭상하고 있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천산천지는 서왕모가 목욕하던 곳이라고 한다. 천산천지와 서왕모 이야기는 서역경영에 힘을 쏟은 한나라 무제 때 민간에 널리 퍼졌다. 이는 한무제가 서왕모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 때부터 중국은 변경지역에 대한 '역사적 중국화'를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를 강화해 왔다. 지금은 서북지역과 서남지역에 이어 동북지역의 중국화에도 주력하여 고구려의 역사 왜곡을 서슴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들 지역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를 매개체로 사용하여 불확실성을 꿰맞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강은 이러한 역사적 중국화를 이룩함에 있어 범이슬람연대라는 민족적이고 국제적인 문제까지도 연관되어 있다.
그리하여 중국은 이들 국경지역의 소수민족을 더욱 지역화 한다. 즉, '신강위구르자치구'처럼 민족명인 '족'을 뺀 지역명으로만 사용한다. 민족이 사라지고 지역화 되면 소수민족의 전통적 유대관계와 정체성은 약해진다. 지역이 민족을 만들고 그렇게 생성된 민족은 갇힌 공간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인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이 확립된다. 신화를 따르고 정체성을 새롭게 수립하는 순간, 민족도 전이되는 것이다.
우루무치는 위구르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이다. 천산천지의 푸른 호수와 초록 언덕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우루무치를 표현함에 부족함이 없다. 위구르인들은 이러한 우루무치에서 그들의 민요인 '아라무한'을 부른다.
아라무한은 어떻게 생겼나?
홀쭉하지도 뚱뚱하지도 않아.
아라무한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날개 없는 천사야.
착하고 선량한 것이 초원과 하늘을 닮았지.
반달눈썹에 버들가지 허리
자그마한 입술과 눈빛을 보면 견딜 수 없다네.
아라무한은 어디에 사나?
투루판 서쪽 360리.
아라무한은 자유로운 유목인,
명예와 근심도 없어.
순결하고 온유한 것이 초원과 하늘을 닮았지.
아라무한 생각에 온종일 한숨 쉬며
아라무한 생각에 온갖 눈바람을 겪었네.
신발이 다 닳도록 아라무한을 찾았네.
사랑노래는 연약하다. 특히, 신강 위구르에서 듣는 민요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정녕 이들의 꿈은 개인적인가. 위구르라는 단어에는 '단결'과 '연합'이라는 뜻이 있다. 그들이 그 뜻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부르는 민요는 무엇인가. 사랑은 인류 태초의 본성이다, 사랑노래가 인류의 단결과 연합을 통한 대동사회의 꿈을 이루는 희망가라고 볼 수 있다면 신강은 바로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실크로드만이 주는 소중한 가치다. 글로벌 문명시대임에도 실크로드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끝>
<인천일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중국 실크로드를 다룬 기획특집인 '신실크로드, 중국신장성을 가다'는 이번 호로 끝을 맺습니다. 총 15회에 걸쳐 중국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본 이번 특집은 실크로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인천일보가 5년 장기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실크로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