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성② 은허, 눈앞에 나타난 설화 속의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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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7-04 08:06|본문
광대한 나라, 중국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고 명성이 있는 도시를 선정한 '7대 고도(古都)'가 있다. 요나라부터 현재까지의 수도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시안(西安), 뤄양(洛陽), 난징(南京), 카이펑(開封), 항저우(杭州), 안양(安陽)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에게 가장 덜 알려진 곳이 안양이다. 국내〈� 거의 소개된 적이 없고, 1천 쪽이 넘는 여행책자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중국 편에도 안양에 대한 정보는 단 두 쪽에 불과하다.
도보 여행을 할 때 참고할 만한 흔한 지도도 첨부돼 있지 않다. 그만큼 생경한 지역이다.
하지만 '시간'만을 놓고 7대 고도를 비교하면, 안양을 따라올 수 있는 도시는 없다. 시안과 뤄양이 3천 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안양이 번성한 시기는 약 3천300년 전이다.
고고학적으로 실재(實在)했다고 판명된 중국의 가장 오랜 왕조인 상나라의 도읍, 은허(殷墟)가 위치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상나라는 '은'이라는 국명으로 더 익숙하지만, '은'은 상나라의 후반기를 지칭할 뿐이다.
사실 상나라는 19세기 후반까지 진실과 허구의 사이에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등장하지만, 실존했다고 믿을 만한 유적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1899년 안양에서 '갑골문자(甲骨文字)'가 발견되면서 설화 속에 갇혀 있던 상나라가 현실로 나타났다.
갑골문자는 한자의 효시가 된 상형문자로 거북이의 등딱지나 소의 뼈에 새겨져 있었다. 상나라의 점술사들은 갑골문자를 통해 국가의 명운을 점치기도 했다.
기원전 1300년 무렵부터 255년 동안 12명의 왕이 거주했다는 은허는 상나라의 다양한 유적들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과 여전히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너른 대지, 귀족의 무덤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상나라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은허 박물관의 전시물은 갑골문자, 청동기, 옥기와 석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인류가 발명한 4대 고대문자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갑골문자 유적뿐만 아니라 청동으로 제작된 정교한 물품과 토기도 흥미롭다.
중국의 한 역사학자는 "은허의 도시, 문자, 청동기는 중국의 찬란한 고대 문명을 대표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물관을 빠져나와 구덩이에 해골이 묻혀 있는 발굴지를 지나면 '부호(婦好)'의 무덤이다. 은허에서 가장 잘 보존된 묘소로 깊이가 7.5m에 이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닿는 무덤 내부에는 유골과 부장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