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성① 타이항산, 대륙의 심심산중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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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7-04 08:09|본문


타이항산맥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약 400㎞에 걸쳐 있는 지형이다. 산맥을 경계로 서쪽은 고원, 동쪽은 평야로 구분된다. 산맥의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타이항산 대협곡은 타이항산맥 여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곳이다.
린뤼산(林慮山)이라고도 불리는 허난(河南)성 안양(安陽)의 타이항산 대협곡은 최대 표고차가 1천m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다. 고원 위에 돌로 된 거대한 병풍이 세워져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처럼 타이항산 대협곡은 하나의 풍경구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보통은 이 지역에 있는 명소 가운데 몇 군데만을 선택해 둘러보게 된다. 그중 초행자도 등산하기 적합한 곳이 도화곡(桃花谷)과 왕상암(王相岩)이다.
타이항산 대협곡의 특징은 '북웅남수(北雄南秀)'로 요약된다. 산의 위쪽은 웅장하고 아래쪽은 수려하다는 의미이다.
도화곡이든, 왕상암이든 산행은 정상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풍경이 수려한 능선을 타면서 삐죽삐죽한 산봉을 올려다볼 따름이다. 가끔 좁은 길을 통과할 때도 있지만, 등산 장비를 갖춰야 할 만큼 힘들지는 않다.
'복사꽃이 핀 골짜기'라는 뜻의 도화곡 트레킹은 물길을 거슬러 오르며 걷는 과정이다. 푸른빛을 띠면서도 바닥이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물은 천천히 계곡 위를 흐르다 평평한 곳에서 소(沼)를 이루고, 다시 낭떠러지를 만나 세찬 폭포로 변한다.
바위 옆으로 위태롭게 설치된 계단을 오르고, 출렁거리는 다리를 몇 차례 건너면 이내 종착점이다.
왕상암에서도 자연의 속살을 탐험하는 일이 가능하다. '석판암(石板岩)'이라는 마을을 기점으로 전망대까지 대략 800m의 산길이 뻗어 있다. 왕상암은 산수도 좋지만, 중국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식물이 많으므로 길섶의 풀과 꽃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타이항산 대협곡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또 다른 볼거리다.
자동차를 타고 구절양장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절묘한 지점마다 가옥이 있다. 그들은 도저히 살 수 없을 듯한, 낭떠러지 위의 좁은 평지에 자그마한 집을 짓고 농사를 하며 삶을 영위한다.
이곳을 찾는 이방인은 늘었지만, 겨울에 먹을 옥수수를 말리고 텃밭을 일구는 소박한 일상은 과거와 같다.
◇ 신이 만든 산에 인간이 뚫은 수로하늘이 빚은 타이항산에는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 독특한 경관이 있다.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할 만한 '홍기거(紅旗渠)'이다.
길이가 1천500㎞에 달하는 인공 수로인 홍기거는 안양 린저우(林州)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결과물이다. 어리석은 영감이 우직하게 일해 산을 옮겼듯, 10년에 걸친 인간의 노력이 엄청난 길이의 물길을 뚫은 것이다.
총리를 지냈던 저우언라이는 난징(南京)의 양쯔강 다리와 홍기거에 대해 '새롭게 태어난 중국의 두 가지 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부터 린저우에는 물이 귀했다고 한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걸어야 할 때도 있었다. 타이항산은 바위가 많아서인지 좀체 물이 샘솟지 않는다.
1960년부터 이곳 주민들은 강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바위를 깎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땅을 파내기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다. 강에서 마을까지 물이 흐르게 하려면 오르막이 거의 없도록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홍기거를 용기와 지혜가 결합된 기적이라고 칭송하는 이유이다.
청년동(靑年洞) 일대는 홍기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물이 천천히 흐르고 그 옆으로 길이 닦여 있다.
이곳의 수로는 일직선으로 난 경우가 거의 없고, 거개가 구불구불하다. 그래서 인공이 아니라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운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