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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세계유산 윈강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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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6-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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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궁궐 복원에 축구장만한 박물관까지
 
김태식 기자 = 천지가 개벽했다. 6년 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이전에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는 사람이면 눈을 의심했다.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윈강석굴(雲岡石窟)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동서 방향으로 형성된 단애를 따라 1㎞가량 오밀조밀하게 형성된 수백 개 석굴 전면으로 드넓은 잔디공원과 주차장뿐이었지만 어느새 온통 소나무 숲으로 변했다. 대략 5만평은 됨직한 그 드넓은 땅 전체가 이제는 송림(松林)으로 바뀌었다.
 
최근 찾은 산시성(山西省) 다퉁(大同)의 중국 최대 석굴사원인 윈강석굴이 준 인상은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 그 자체였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에 마련한 듯한 주차장에 내려 소나무 밭 사이로 난 블록 길을 따라 석굴을 찾아 한참 걸어가다 보니 왼쪽 너머로 거대한 연지(蓮池)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 복판에는 한눈에 봐도 궁궐 같은 거대한 건축물이 떡 하니 버티고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자와 동행한 현지 중국인은 위진남북조 시대 북방을 호령한 선비족 탁발씨가 세운 왕조인 북위(北魏)의 도성을 복원했다고 한다.
 
그 시대 도성은 건물이 전부 없어지고 고고학 발굴조사 등을 통해 그 흔적만 확인한 정도일 텐데 무엇을 근거로 저렇게 위압적인 건축물들을 만들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불연 듯 들었다.
 
동행한 중국인은 고분벽화 같은 데서 보이는 자료들을 토대로 궁궐을 지었다고 귀띔했다.
 
이 북위 궁궐은 지금도 한창 공사 중인 듯 곳곳에서 공사의 굉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공정은 꽤 진행돼 단청과 같은 마무리 공사만 남겨둔 모습이었다.
 
'중국 답다'는 생각을 뒤로하면서 북위시대 복원 궁궐이란 건축물들을 멀리서 찬찬히 살펴보니 경복궁으로 치자면 근정전에 해당하는 정전(正殿)과 그 전면에 평면 방형의 우람한 석탑이 눈에 띈다.
 
북위가 뤄양(洛陽)에 도읍하던 시절, 도성 남쪽에 있었다는 당시 세계 최대의 거찰(巨刹)이라는 영명사(永明寺)의 9층 목탑을 염두에 둔 복원인 듯하다는 지적이 답사단 사이에서 나왔다. 나아가 건축물 마루에는 갖가지 잡상(雜像)을 올려놓았다.
이곳에 많은 건축물 중에서도 북위시대 궁성을 복원한 까닭은 석굴이 있는 다퉁이 뤄양 천도 이전까지 북위의 수도 평성(平城)이 있던 곳이고 바로 그때 이 석굴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넋이 나간 채 이런 풍광을 바라보던 한 동행자가 "그동안 잡상을 어떻게 (지붕에) 올려놓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의문이 풀린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궁궐 복원 외에도 송림 곳곳에는 북위시대 풍모를 내는 각종 건축물이 들어서는 중이었다.
 
새로 마련한 정거장에서 석굴 입구까지 1㎞ 정도는 되는 듯했다. 이전에는 석굴 전면 정거장에서 내려 곧장 걸어서 석굴로 간 것과는 달리, 이 도보를 따라 소형 전동차가 연방 관람객을 실어날랐다. 이곳 윈강석굴과 더불어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뤄양의 룽먼석굴(龍門石窟)의 풍경과 흡사했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석굴 관람을 끝내고 산시성문물고고연구소 다퉁(大同) 분소에서 북위시대 건물터를 한창 발굴 중인 석굴 뒤편 언덕에 올라가 전면을 조망했을 때 펼쳐졌다.
 
언덕에서 석굴 전면을 내려다보니 온통 덮은 송림 오른쪽으로 우리의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을 연상케 할 만한 거대한 건축물이 막바지 공사 중이었다.
 
뭘 짓는 거냐는 질문에 "박물관"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얼마나 큰 박물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넓은 박물관을 무슨 콘텐츠로 꾸밀 지가 못내 궁금했다.
 
2004년 여름, 기자는 명지대 부설 한국건축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중국 산시성 일대 고건축 답사에 참여해 이곳 다퉁시 윈강석굴을 다녀간 적이 있다. 그로부터 꼭 6년 만에 다시 찾은 윈강석굴은 이처럼 기자를 거듭 놀라게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윈강석굴의 이런 급작스런 변모는 기자를 포함한 답사단에게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이니까 저런 새 단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공통됐다. 같은 세계유산인 경주를 우리가 저런 식으로 개조한다고 하면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중단하고 말 것이다. 경관을 해친다, 역사적 진정성을 말살한다는 식의 반대 여론이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했다가는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되고 말 것이라는 목소리가 드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윈강석굴과 같은 급격한 변화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데도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역사적 진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만으로 유적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발굴조사가 끝난 뒤에는 현장을 서둘러 덮어버리고 잔디만 까는 우리 식의 문화재 보존방식도 능사는 아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답사에 동행한 한 고고학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중국은 (문화유산을) 너무 많이 바꿔서 탈이고 일본은 너무 안 보여줘서 탈인데 우리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하는 게 탈입니다."
 
왜 중국 당국은 윈강석굴을 이렇게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을까.
석굴 답사를 끝낸 그날 저녁 다퉁 시내 식당으로 이번 답사단을 초청한 다퉁시 고위간부가 말했다.
"다퉁은 중국 제1의 석탄 생산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1위 자리를 최근에는 네이멍구(內蒙古)로 빼앗겼습니다. 이제 다퉁이 살 길은 역사와 문화와 관광입니다. 다퉁은 석탄도시에서 역사관광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과정에 있습니다. 비단 석굴뿐만 아니라 시내 주요 문화유산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이 간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2년 뒤에 다시 오십시오. 그땐 다퉁과 윈강석굴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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