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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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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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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리 여행의 운치, 역사의 향기 찾아 떠나는~
 
인천과 칭다오를 왕복 운항하는 카페리(여객과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배) ‘뉴 골든브리지 5호'는 매주 화·목·토요일 오후 5시30분 인천 제2국제터미널에서 출항해 다음날 오전 10시 칭다오에 도착한다. 카페리와 연계된 투어 패키지는 비행기를 이용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 카페리 안에 식당·카페·편의점·극장·노래방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밤 시간에 이동해 긴 항해 시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뱃길 여행의 낭만은 덤이다. 배로 열 시간 이상을 이동하는 건 처음이라 멀미 걱정이 살짝 들었지만 출항하고 나서 보니 자잘한 상하 진동이 느껴지는 정도여서 식사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실크로드의 영화 서린 저우춘의 옛 상가 둘러보고 공자의 고향에서 야시장 나들이
칭다오에 내려 한국보다 한 시간 늦은 현지 시간에 맞춰 손목시계 바늘을 돌린 뒤 산둥(山東) 중부에 자리한 쯔보(淄博)로 향했다. 쯔보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수도로 문물이 번성한 상업 중심지.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 주 무왕의 건국을 도운 공으로 봉토로 받은 나라다. 강태공은 출세한 뒤 젊어 고생하던 시절 그를 버리고 떠났던 아내가 찾아오자 대접의 물을 바닥에 쏟으며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예전에 섭섭했을지라도 이미 출세했는데 젊은 날 고생시켰던 전 부인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할 건 뭐란 말인가'하고 혼자 생각하는 중 버스는 쯔보의 상업지구 저우춘(周村)의 옛 상점가에 도착했다.
실크로드의 시발점으로 견직물 수공업과 상업이 발달해 ‘천하제일촌' ‘육지부두'(온갖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육지의 항구라는 의미)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저우춘은 청나라 말엽까지 명성을 이어갔다. 돌이 깔린 폭 6~7m의 길을 사이에 두고 2층짜리 상점들이 마주 보며 300m 이상 이어진 상점가는 과거의 영화를 잊은 듯 고즈넉한 모습이었지만 그래서 더 은근한 매력이 있었다. 상점가 중간쯤에 자리한 찻집 2층은 상인의 딸들이 지나가던 총각에게 색실로 수놓은 공을 던져 마음을 전했던 곳이라고 했다. 남편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시집가는 게 당시 풍습이었지만 부유하고 개방적인 상인의 딸에겐 연애결혼도 가끔 허용됐던 모양이다. 남자가 공을 잡아야 혼담이 오갔다니 나름대로 스릴 있는 구애 방식이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까르르대며 지나가는 총각들을 품평했을 젊은 처녀들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머금어졌다.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에 도착한 건 날이 어둑해져서였다. 공자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연회용 춤사위를 구경하고 호텔에 짐을 푼 뒤 야시장 탐색에 나섰다. 옥돌을 섬세하게 조각한 도장과 장난감 등을 파는 노점을 지나쳐 다양한 식재료를 좌판에 얹어놓고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센 불로 조리해주는 노점 앞에 멈춰 섰다. 돼지고기·닭고기·양고기·생선·번데기·메뚜기·황소개구리·전갈·매미유충 등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에서부터 시식이 두려운 재료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재미있었다. 성충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을 듯한 통통한 매미유충엔 쉽게 손이 가지 않아 매운 양념을 발라 바삭하게 튀긴 조그마한 전갈 튀김을 택했다. 마른새우볶음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고소한 느낌. 숙취가 생기지 않는다는 공자 집안의 술 ‘공부가주'와 함께 취푸의 밤이 깊었다.
둘째 날엔 베이징 고궁의 태화전, 타이안 대묘의 천황전과 함께 중국 3대 고건축물로 꼽히는 취푸의 대성전을 보기 위해 공자의 사당 공묘로 향했다. 공자에게 제사를 드리러 온 역대 황제들이 세운 수십 개의 비석과 누각, 솟을대문을 지나면 대성전의 웅장하고 격조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붕 위에 다시 지붕을 올린 뒤 금빛 기와를 얹고, 기둥마다 용을 아로새기는 등 황제의 궁에만 쓸 수 있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생전에는 뜻을 펴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았지만 사후 황제처럼 모셔지고 후손까지 왕처럼 대접받는 영예를 누렸던 공자의 삶을 생각하며 그의 사당을 나섰다.
 
중국인들이 숭배하는 타이산 정상 오르고 칭다오 명소 구경
다음으로 향한 곳은 조선시대 양사언의 시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로 친근한 타이산(泰山). 황제가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천의식을 치르던 장소로 예부터 중국인들이 숭배해온 명산이다. 해발 1545m의 산을 어떻게 오를 것인지 긴장했지만 다행히 산 아래에서 승합차를 타고 5분 정도 올라가, 케이블카로 5분간 이동하고 다시 10분 정도 걸으니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6인승 케이블카는 예상외로 안정감이 있었고, 케이블카 하차장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한두 군데 구간을 제외하고는 폭넓은 평지와 낮은 계단으로 이뤄져 걷기 편했다. 타이산의 최고봉인 옥황정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깎아지른 절벽 대신 굽이굽이 산길이 이어져 평소 막연히 떠올려 온 ‘태산'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정상을 정복한 기쁨은 없었지만 계단길 사이사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관문과 중국 당대 명필들의 작품이 새겨진 비석 등을 느긋하게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칭다오 투어에 나섰다. 첫 방문지는 아쿠아리움 ‘해양 극지 세계'. 북극곰과 남극의 펭귄이 눈앞의 대형 수조에서 각각 빠르게 유영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돌고래와 물개 쇼를 보고 나와서 중국의 5·4 학생운동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세워진 해변공원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유럽식 건물로 유명한 팔대관으로 향했다.
 
 
칭다오는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뒤 열강에게 국토를 빼앗길 때 독일의 조차지가 됐던 곳이다. 이때 독일 귀족들의 여름 별장 지대로 건설된 팔대관은 다양한 양식으로 지어진 수백 채의 유럽식 건물과 정원, 거리마다 수종이 다른 가로수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독일 총독의 사저로 사용된 화석루는 그중에서도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건축물로 국민당 정부 시절 장제스가 아내 쑹메이링에게 여름 별장으로 선물했던 곳이다. 장제스는 당시 기독교 신자인 아내를 위해 십자가 문양이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을 꾸미게 했다고 한다. 더 많은 건물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승선시간이 야속하게 다가왔다.
칭다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소어산공원, 청 말기 리홍장의 시찰을 위해 임시로 지은 부두였다가 칭다오시를 상징하는 명소가 된 잔교, 팔대관의 독일총독부 건물과 기독교회당 등 칭다오의 다른 명소들은 ‘다음 언젠가'를 기약하기로 했다. 카페리 여행의 운치와 역사의 향취가 스민 이국적 명소를 찾는 즐거움을 알게 됐으니 그날이 멀지만은 않을 듯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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