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국·전통과 현재의 공존 ‘두 얼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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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8-04 08:34|본문
400년 역사 숨쉬는 ‘마카오’
누가 마카오를 작다고 했나. 유럽과 중국의 문화가 동시에 살아 있는 마카오는 보통 홍콩 여행길에 하루 짬을 내 둘러보는 곳으로 인기가 있다. 전체 면적 28.6㎢로 반도와 섬을 모두 합쳐 우리나라 종로구만 하다. 그러나 마카오는 면적과 여행의 볼거리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25개의 세계문화유산과 최신식 호텔과 비즈니스 거리, 좁은 골목 귀퉁이마다 숨어 있는 이국적인 풍경 속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다리가 뻐근해진다. 마치 크기가 작다고 얕본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하루 벼락치기’로 둘러보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 마카오의 매력은 도보 여행을 할 때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 400년 역사가 숨쉬는 마카오의 낮
마카오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25개나 된다. 기아 등대를 제외하고 24개가 반도 서쪽에 모여 있어 가벼운 운동화와 물통 하나만 있으면 반나절에 400년 역사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성 바울 성당 유적으로, 1637년부터 20년간 만들어진 목조 성당이다. 마카오 최초의 대학이자 예수회 대학이었으나 1835년 화재로 건물이 소실된 이후부터는 돌로 만든 건물의 정면과 계단만 남아 있다. 건물 정면 양쪽 꼭대기를 유심히 보면 좌측 비둘기 밑의 문은 열려 있고, 우측에 화살이 두 개 꽂힌 모자 밑의 문은 닫혀 있다. 천국의 문이 성령에 의해 열리고 부와 권력으로는 안 열린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 바울 성당의 동쪽 언덕을 오르면 몬테 요새가 나온다. 마카오가 1622년 네덜란드의 침입에 맞서 싸웠던 곳이다. 세나도 광장을 향해 조금 내려오면 색감이 예쁜 노란색의 성 도미니크 성당이 보인다. 여기엔 17 ~ 19세기에 걸친 포르투갈의 예술품 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광장을 본뜬 세나도 광장에 닿으면 눈 아래 물결무늬가 펼쳐진다. 이 바닥 모자이크는 포르투갈에서 돌을 가져와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젊은 취향의 쇼핑 거리이기도 하며, 마카오 육포와 아몬드 등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도보 여행은 가장 남단에 있는 뱃사람을 지켜주는 여신 틴하우를 모신 아마 사원을 마지막으로 쉼표를 찍는다. 열심히 ‘발품’을 판 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 모든 유적지 입장료는 전부 무료다.
◆ 마카오의 밤은 낮보다 럭셔리하다
낮 시간 잔잔한 역사 속 여행을 마칠 즘이면 해가 지고, 겉보기에도 화려한 호텔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콜로안 섬과 타이파 섬 사이의 바다를 메워 만든 ‘코타이 스트립’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호텔과 카지노들이 들어서 있다. 2007년 오픈한 베네시안이 단연 눈에 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건물로 3000개의 룸, 350개의 숍과 레스토랑, 3만평에 이르는 전시공간,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 등이 모두 이 안에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거리를 재현해 곤돌라가 관광객들을 태우기도 한다.
2008년 개장한 포시즌스 호텔은 영화배우 권상우가 패션 화보 촬영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다른 호텔들과 달리 카지노를 운영하지 않고 호텔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영화에 나올 법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1일 숙박료는 4만파타카(480만원, 1파타카=120원)로 엄청난 가격이지만, 카지노 사업 관련 ‘큰손’들이 즐겨 찾곤 한다. 코타이 스트립은 2015년까지 모든 대형 프로젝트를 마무리, 아시아 최고의 휴양지로 변신할 계획이다.
◆ 두 얼굴의 마카오
마카오인들의 평범한 삶을 느끼고 싶다면 섬으로 가자. 반도의 남쪽 바다 건너에 있는 타이파 섬은 3개의 다리로 육지와 연결돼 반도에서 차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실제 포르투갈 주택들을 손질해 만든 타이파 주택 박물관에서는 포르투갈인과 중국인의 피가 섞인 ‘매캐니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건물 외관의 파스텔톤 색상이 예뻐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좀 더 아래로 가면 바닷가 마을 콜로안 빌리지가 나온다. 성 프란시스 자비에 성당에는 김대건 신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로드 스토우 베이커리’에 들러 마카오의 명물 에그타르트의 오리지널을 맛보고 있으면, 거리에 인적도 드문 어촌 마을의 평화로움이 밀려온다. 이곳 사람들은 관광객 방문을 일상의 지루함을 깨는 ‘이벤트’처럼 여기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관광객을 찍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카오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마카오는 한 얼굴에 두 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얼굴 한쪽에는 과거가, 또 다른 면에는 현재와 진행 중인 미래가 공존한다며 어느 한 가지도 놓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비를 담은 마카오의 한쪽 얼굴은 앞으로 어떻게 치장될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