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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뿐인 고성에 '현장'의 설법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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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11-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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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삶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뉴턴이 기여한 바 있는 결정론적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필연이다. 우주만물의 모든 질서가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고부터 미래까지 어떤 일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멸의 종교와 신화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20세기,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불멸의 필연이 흔들렸다. 어느 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우연을 급부상시켰다. 삶의 출발인 출생 자체가 우연이기 때문이다. 우연과 필연은 요지부동인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추구하는 자유의지가 이를 결정한다. 우연이 필연도 되고 필연이 우연도 되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인간 삶의 총체인 역사는 어떠한가. 역사는 필연적인 법칙을 찾는다. 우연이란 단지 역사전개를 촉진 또는 지연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는 필연적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우연은 또한 서로를 상쇄한다. 서로 다른 우연이 상쇄하며 필연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서기 630년 2월. 서유기를 통해 삼장법사로 더 유명한 현장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고창국왕 국문태의 초청을 받아 하미에서 고창으로 향한다. 당시 고창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였는데 국왕은 한족출신이었다. 왕은 현장이 고창국에 남아줄 것을 원한다. 하지만 현장은 인도행을 고집한다. 왕이 반대하자 현장은 단식투쟁에 돌입한다. 단식투쟁 3일째. 왕은 현장이 3가지를 수락한다는 조건으로 인도로 가는 것을 허락한다. 왕과 형제의 의리를 맺고, 한 달간 인왕반야경을 설법하고, 인도에서 돌아올 때 다시 들러 3년간의 공양을 받는 것이다. 현장은 이를 수락한다. 그리고 한 달간의 설법을 마치고 인도로 향한다. 이때 국왕은 현장에게 많은 사람과 선물, 그리고 주변 여러 나라들이 현장의 인도행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주었다

탐사단이 고창고성에 도착한 때가 오후 6시가 지났건만 태양은 아직도 이글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고 뽀얀 먼지를 헤집고 가니 폐허뿐인 고성이 벌판에 고요하다. 천 사백여 년 전 이곳은 중국의 장안을 옮겨 놓은 듯 성곽과 인파로 넘쳐났을 터, 지금은 바람 따라 먼지만 자욱하다. 현장은 어디에서 설법을 하였을까. 다행스럽게도 현장이 설법했다는 이슬람풍의 돔형사원이 남아 있다. 탐사단은 현장의 설법 장면과 이를 진지하게 듣는 고창국왕과 백성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래서인가, 사원의 벽과 감실에서는 아직도 그날의 열기가 느껴진다.

현장은 고창국왕의 협조 아래 순탄한 여행을 한다. 아기니국(阿耆尼國,카라샤르), 굴지국(屈支國,쿠차) 등을 거쳐 지금의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와 테르메즈를 통해 인도로 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현장이 거쳐 간 나라들이 곧바로 당나라의 지배를 받는다. 이오국(伊吾國,하미)이 항복하고 고창국(高昌國)이 항복한다. 아기니국, 굴지국도 매일반이다. 승려인 현장과는 관계가 없는 우연적인 일인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도 석연치 않다. 당나라는 강대한 국가 건설을 위해 그때까지 소홀히 했던 서역지역을 차지하려 애썼다. 실크로드 무역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통한 국익증대가 목표였다. 서역에 있는 나라들은 불교를 숭상한다. 젊은 승려 현장은 불경에 심취해 그 발상지인 인도에 가고 싶었다. 권력자의 생각은 무엇일까. 존경받을만한 인물을 통한 정보수집과 활용일 것이다. 현장 또한 이러한 권력자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집필한 대당서역기를 보면 나라마다 필요한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있다. 불경을 구하러 가는 승려가 자신이 직접 본 나라뿐 아니라 전해들은 나라들까지 자세하게 기록해야 하는 까닭이 정녕 있는가. 현장은 기록한 정보를 곧장 상인들에 주어 장안으로 전하도록 했다. 왜 그랬을까. 의구심은 또 있다. 현장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번역하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그전까지는 한낮 미미한 젊은 승려일 따름이다. 또한 당시 장안에는 250만 명의 인구가 살았다. 이런 와중에 야반도주까지 하며 인도로 가야할 필요가 있는가. 제국의 국왕이 미물과도 같은 현장에게 늘 관심을 가졌단 말인가. 오히려 주변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위장술은 아니었는가. 현장의 다음 글 역시 인도까지의 여행 중에 그가 해야 할 임무는 아니었을까.

실로 그곳의 땅에는 삼황오제의 시대 이상으로 천자의 은혜가 미치고 있었으며, 살아 있는 것 모두가 화락한 은혜를 입고 있었으니, 말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누구라도 천자의 공적을 칭송하지 않는 곳이 없다. 중국으로부터 아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천축에 이르기까지 변경의 이민족, 절역의 나라들에서조차도 모두가 대당력을 받아서 한결같이 천자의 덕화를 입고 우리의 무공과, 문덕의 성대함을 찬미하여 으뜸가는 화제로 삼고 있다.

우리가 아는 역사에서 우연은 없다. 역사가가 채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택된 역사에 우연은 없는가. 만약 있다면 필연으로 전화된다. 천인합일사상에 의해 필연적으로 하늘의 뜻을 대신할 천자가 등장한다. 필연은 우연으로 전화되지 않는가. 전화되지만 역사 밖으로 사라진다. 승리자의 역사에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인간사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는 우연일진대 그 연결고리는 항상 필연인 것인가. 탐사단은 사막 너머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확신한다. 만남은 우연이고 이별은 필연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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