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오래된 마을(古村)을 찾아서 (5) 수천소학교(水泉小學校)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작성일 :11-10-10 09:09|

본문

장예모 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 촬영지
버스도 없는 오지마을
"날 저문데 자고가시라"
끼니ㆍ잠자리 걱정까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베이징 북쪽의 어느 작은 마을. 단 한 분의 교사인 까오(高)선생님과 서른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전교생을 가진 희망소학교가 있다.

병든 어머니 간병 때문에 한 달간 학교를 비워야 하는 까오선생님 대신에 임시 교사로 온 웨이(魏)선생님은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소녀다. 워낙 시골인지라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까오선생님은 26개의 분필을 주고 하루에 한 개씩만 사용하라고 부탁한다. 분필 하나까지 소중한 가난한 학교다. 그러면서도 웨이선생님은 한 달 뒤에 학생 수가 한 명도 줄지 않도록 보살펴 준다면 약속한 보수 외에 10위엔(元)을 더 받기로 약속 받는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아 여자아이 하나는 육상선수로 뽑혀 읍내 학교로 옮겨 가고, 말썽장이 장후이거는 어려운 집안을 돕겠다며 돈을 벌기위해 도회로 떠나버린다.

고심하던 웨이선생님은 어렵게 얼마간의 돈을 만들어 장후이거를 찾기 위해 도회로 나간다. 어떻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 지도 모르는 웨이선생님은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방송국을 찾아가서 막무가내로 방송을 부탁한다.
 
갈 때마다 문전박대를 당하다가 방송국장의 눈에 띄어 드디어 출연이 성사된다. 장후이거 역시 끼니를 구걸하다시피 어느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식당 주인이 우연히 방송을 보게 되고 두 사람은 눈물의 상봉을 한다. 방송국의 도움으로 많은 학용품까지 싣고 웃으면서 학교로 돌아가게 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총지휘했던 거장 장예모 감독이 98년도에 만든 그의 대표작 '책상서랍 속의 동화(원제:一介都不能少)'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영화를 촬영한 곳이 바로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좀 넘게 떨어진 적성현(赤城縣) 닝바오(寧堡) 수천소학교이다.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은 버스가 적성으로 들어갈 즈음 기어코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적성에서 영보마을로 가는 버스는 없다. 택시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승합차를 대절해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지만 적성으로 오는 버스 타는 것부터 예삿일이 아니었다. 베이징의 북쪽에 있는 아주 작은 터미널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래저래 수천 희망소학교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쯤이었고 가랑비에 젖고 있는 마을은 마치 잠이 든 듯 조용했다. 자물쇠가 걸린 교문 앞에서 서성거리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마을 조무래기 서너 명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를 흘끔거린다.

영화를 만들 때 이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젖먹이 아기였을 터. 영화 이야기는 전설이다.
 
 
내가 말렸는데도 아이들은 이 마을에 살고 계시다는 선생님을 모시러 뛰어가 버렸다. 30년 넘도록 이 마을에서 살며 오직 이 학교에서만 근무를 하고 계시다는 선생님이다.

비가 내리는 휴일인데도 이(李)선생님은 교문을 열고 교무실로 안내해 주셨다. 지금 사용하는 새 교사(校舍)는 영화를 다 찍은 다음 제작팀이 지어 준 것이라고 한다.

원래의 학교 건물은 마치 마구간처럼 변하고 영화 속 아이들이 뛰어놀고 아침 조회를 하던 운동장에는 말발자국만 선명하다. 제법 넓어 보이던 운동장이 지금 보니 시골집 마당만하다. 스무 명이 넘게 공부하던 교실과 교무실이 있던 건물도 지금 보니 세 칸 초가에 불과한 크기다.
 

선생님은 따뜻한 물과 담배를 번갈아 권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몇 번 집으로 가자는 말씀을 인사치레로 치부하고 귓등으로 흘렸는데 밖으로 나오자 한사코 손을 이끌어 집으로 향한다. 그의 아내에게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자 부인이 대뜸 하는 것은 나의 점심걱정이다.

시골은 시골이다. 그저 객의 끼니걱정에 빗길 걱정뿐이다. 따끈한 차가 나오고 앉으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선생님의 댁은 약간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창밖으로 마을의 돌담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용히 내리는 빗속에 엎드려 있는 마을이 마치 정물처럼 보인다. 한참을 앉아 얘기를 나누어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급기야는 자고 가라는 말씀까지 나온다.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더 있다가는 정말 폐를 끼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날은 어두워간다. 방금까지 문 앞에서 맴돌던 마을 조무래기들은 굵어지는 빗방울이 부담스러웠던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차가 길모퉁이를 돌아 눈에서 벗어 날 때까지 선생님 내외분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육상선수로 선발되어 읍내 학교로 떠나는 제자를 태운 자동차를 붙잡으려고 어린 웨이선생님이 달리던 그 언덕길을 따라서 나는 마을을 떠난다. 
0

중국여행 목록

중국여행 목록
세계의 공장 중국 … 중국의 백화점 이우 (이우义… 인기글 이우 중국 저장성 한복판에 있는 도시로 상하이에서 350km, 항저우에서 150km, 닝보에서 200km 떨어졌다. 도농복합 행정구역으로 도시지역 인구는 70만 명이며, 외국인을 포함해 매일 평균 20여만 명의 외지인이 방문한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2년 공예품 장터에 세금 혜택을 주면서 현대식 시…(2011-10-31 08:07:11)
천년역사의 수상도시 오진(烏鎭, Wuzhen) 인기글 중국 남방의 유명한 수상도시인 오진(烏鎭, Wuzhen)은 소박하고 전통적인 건물을 통해 유구하면서도 두터운 문화적 함의을 발산한다. 천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수상도시 오진은 "동방문명의 활화석"으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절강(浙江, Zhejiang)성 가흥(嘉興, Jiaxing) 동향(桐鄕…(2011-10-28 08:36:43)
만주의 봉천(奉天), 심양 아이러니 (심양沈阳) 인기글 한족의 경계로 흔적만 남은 만주의 상징도시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심양역 역사(驛舍) 위로 붉은 해가 지고 있었다. 서울역과 흡사한 웅장한 돔 형식 지붕 위로 해가 지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해가 지다'는 이 도시의 이름(沈陽)과 기가 막히는 어울림이다. 아니, 차라리 아이러니에 가깝다. 인구 1000만 명에 가까운 만주 제일의 도시로 발전한 이 도시의 이름이 '해가 진다'는 지극히 패배적이고 감상적인 이름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심양의 옛날 이름이…(2011-10-28 08:33:24)
노천탕 천국… 눈감으면 바람결에 海神(장보고)의 숨결이… (… 인기글 장보고가 숨쉬는 중국 威海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반도는 타민족과 쉽게 섞이기 어려운 지리적 조건을 갖고있다. 하지만 바다에도 길은 있고, 길 위에는 사람이 왕래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는 싹튼다. 인천항에서 서해 물길을 따라 가면, 14시간만에 중국 산둥 반도의…(2011-10-26 08:45:56)
통곡할 만한 자리 (연변延边) 인기글 광활한 벌판과의 강렬한 첫 만남, 누구라도 목놓아 울 수밖에여섯빛깔 문화이야기 모든 감동이란 첫 경험에서 일어난다. 처음으로 만주 벌판을 보는 그 감동은 '울고 싶다'로 축약할 수 있다. 일찍이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만주 벌판을 처음 봤을 때 감동을 다음처럼 적었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면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 없이 …(2011-10-26 08:43:46)
동방명주(東方明珠)를 타고서 (연변延边) 인기글 만주로 가는 바다 위에서 한민족 중년 사내의 평균치를 보았다저렴한 비용에다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지루할 틈도 없는 낭만적인 만주행 배편여섯빛깔 문화이야기 항구를 떠나는 배들은 대개 각오가 대단한 용사처럼 보인다. 거대한 여객선 동방명주가 인천항을 떠날 때는, 해지는 서쪽 바다가 배경으로 깔리기 때문에 그 각오는 비장미가 넘쳐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일찍이 이 시대 최고의 가객 정태춘은 동방명주의 낭만을 노래했다. '동방명주, 대륙 가는 배가 반도를 떠나는구나'…(2011-10-24 09:24:42)
프롤로그 '놈놈놈'과 만주 개장수 (연변延… 인기글 민족의 희미한 기억 '만주의 삶'을 찾아서시중 책이나 교실선 정사나 기록문학인 독립군 투쟁사만 있고꿈을 좇아 건너갔던 수많은 조선청년들의 애환어린 삶은 없어당시 개장수가 많았던 건 조선족도 많았다는 반증여섯빛깔 문화이야기 22일부터 '여섯빛깔 문화 이야기'의 하나로 '소설가 박명호의 만주일기'를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지난 8일자로 끝난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 후속이다. 박명호 씨 글 속의 만주는 중국…(2011-10-24 09:20:36)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2) 쉬춘(許村) 인기글 隱者(은자)처럼 몸을 낮춘채 나그네에 길을 열어주고…소금무역상들 모여살던 곳처첩 아편값 감당못해 몰락관광지로 지정됐지만 한산 '오악(五岳)을 보고나면 뭇 산을 볼 필요가 없고, 황산(黃山)을 보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빼어난 산이 황산이다. 황산은 산으로도 유…(2011-10-17 10:07:15)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 (3)펑황쩐(鳳凰鎭) 인기글 봉황 타강가에서 만나는 아침.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옅은 운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봉황 8경' 진수 외지인 탄성손재주 뛰어난 묘족들의 터전고풍스런 분위기 신비감 더해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방문한 이야기를 듣고 안견(安堅)이 그렸다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말 그대로 상상속의…(2011-10-17 10:03:27)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4)핑야오고성 (平遙古城) 인기글 북경서역에서 서쪽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 철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 달린다. 하나는 운강석굴이 있는 따통(大同)방향이고, 또 하나는 산서성의 성도인 타이위엔(太原)과 시안(西安)을 지나 티베트와 실크로드 가는 길로 다시 갈라진다. 이번에는 황토고원과 크고 오래 된 고가(古家)와 아직 주민들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고성을 만나…(2011-10-10 09:13:09)
[열람중]오래된 마을(古村)을 찾아서 (5) 수천소학교(水泉小學校) 인기글 장예모 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 촬영지버스도 없는 오지마을"날 저문데 자고가시라"끼니ㆍ잠자리 걱정까지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베이징 북쪽의 어느 작은 마을. 단 한 분의 교사인 까오(高)선생님과 서른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전교생을 가진 희망소학교가 있다. 병든 어머니 간병 때문에 한 달간 학교를 비워야 …(2011-10-10 09:09:40)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 (6) 통리(同里) 인기글 중국 10대 水鄕으로 명성15갈래 하천 마을 이어줘겨울이 가고 새봄에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온다는 강남은 장강(長江)-양자강의 남쪽을 말한다. 이 강남에는 크고 작은 수향(水鄕)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통리다. 내가 통리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거의 10년 전쯤이다. 그 때는 아주 유명한 두어 곳의 수향이…(2011-10-03 09:50:51)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 (10) 사오씽(紹興) 인기글 박태만의 중국기행 / 중국문학의 거장 노신의 고향영웅들이 호탕하게 마셨던 술, 黃酒의 산지왕희지 절세의 걸작 '난정서' 탄생지금도 소흥에 가면 시엔헝주점(咸亨酒店)이 있다. 젊은 날 루쉰(魯迅)이 가끔 찾았던 잔술집이다. 소흥을 찾을 때마다 나도 그곳에서 한 사발 그득하게 나오는 황주(黃酒-소흥주)를…(2011-10-03 09:42:19)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11)왕지아따위엔 (王家大院) 인기글 성벽의 한 곳에 올라서서 보는 홍문보의 한 부분. 대원 밖으로는 실제 서민들이 거주하는 동굴집이 많이 보인다. 대원 안팎의 차이를 보는 듯하다. 50년간 '방 1000개' 완성두부장수로 성공한 巨富 서유기 속 손오공이 활약하던 수미산 인근마을근대화ㆍ일제 식민지 이후 왕씨 일가 쇠락…관광지로 변모그녀가 입고 있는 옷의 짧은 소매 끝에 카일라스(kailas)라는 알파벳이 조그맣게 보였다. 모자 위로 걸친 선글라스와 손목에 묶은 손수건,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여행객임을 …(2011-09-26 08:51:11)
오래된 마을을 찾아서(12)푸롱쩐 (芙蓉鎭) 인기글 영화 속에서 두부를 팔던 가게자리는 지금도 두부를 팔고 있다. 하지만 따스해 보이던 주인공 부부의 잠자리가 있던 곳에는 냉기만 흐를 뿐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진 듯하다. 흥청거리던 나루의 소란함이 없어서 일까, 떠나간 사람들이 함께 가져간 마음 때문일까. "여기가 북적이던 영화속 '왕촌'이던??인적…(2011-09-26 08:43:55)
게시물 검색

공지사항 2024년 龍의 힘찬 기운을 받아 건강부자가 되세요
延边聖山本草商贸有限公司(연변성산본초상무유한공사)微信 138-4339-0837 카톡전화번호 010-4816-0837
Copyright © 2006 吉ICP备2020005010号 住所 :延吉市北大新城 2号楼3010
企业法人注册号(법인사업자 등록번호):22240000001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