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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사판의 조선족 노동자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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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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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재한 조선족 삶의 현장에서'를 취재하면서 전화 통화와 인터뷰를 통해 32명의 재한 조선족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운 상황을 파악했고, 힘든 돈벌이와 근검절약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을 보며 중국에 있는 조선족의 삶이 말 그대로 사치임을 깨닫게 됐다.
 
재한 조선족들마다 꼭 거쳐가는 고생스러운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다. 이 건설현장에서 재한 조선족들은 중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고된 노동을 경험하게 되고, 웬만한 고생은 일도 아닌 것처럼 넘길 수 있게 된다.
 
건설현장 일자리 하늘 별따기
가을 추위가 엄습한 10월 1일 새벽 4시 반. 서울 ‘신천지웨딩드레서’ 버스정류소 부근에 이르렀을 때 캄캄한 밤하늘 가로등 사이로 배낭을 둘러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배낭속에는 작업복과 안전화, 장갑 등이 들어있다.
 
새벽 5시 독산 1동 사거리에 위치한 '동서인력'에는 그날 일거리를 소개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먼저 와서 등록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때문에 다들 새벽에 오는 것이다.
 
인력소개소를 찾은 사람들은 등록을 해두고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이름이 불리면 노란색 표를 받아 건설현장으로 향한다.
 
서울시에는 현재 이같은 인력사무소가 몇 백 개에 이른다. 규모가 큰 사무소에는 매일 200여 명씩 몰려들고 있다. 인력사무소는 보통 아침 5시에 문을 열어 7시까지 운영된다. 7시까지 일자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구직자는 많은데 일자리는 한정돼 있어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날 운 좋게 일자리를 받아 건설현장으로 나갔던 연변 출신의 한 조선족과 나흘 후 연락을 취해보니 기자를 만났던 다음날부터 나흘동안 쭉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반년 전 조선족들이 몽땅 해고되는 바람에 공사판을 전전하는 한 조선족은, 이 조차도 일거리가 없어 반년간 거의 놀다시피 했다. 수중에는 단돈 1만 원도 없다. 하루 벌어 며칠을 사니 저금은커녕 송금도 할 수 없다.
 
그와 함께 회사를 나왔던 조선족 6명 중 1명만이 다른 직장을 찾았고, 나머지 5명은 그날 벌어 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찾기 전까지만 임시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몇년간 줄곧 건설현장만을 찾는 사람, 매일 인력사무소에서 일거리를 찾는 사람, 인력사무소로부터 고정적인 건설현장 일자리를 배치받는 사람도 있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늘 일자리를 얻고, 일당도 꽤 높다. 장춘 농촌 출신의 한 조선족은 6년째 건설현장에서 고정적으로 목수 일을 하는데, 일이 있는 날에는 일당 1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공사판 일이라는 게 대부분 철근 등의 자재를 정리하거나 먼지를 뒤집어쓰는 현장 청소같은 일이다. 일당은 보통 6만 원. 이 돈에서 인력소개소에 10%를 떼어주고 소개소에서 건설현장까지 왕복 차비까지 빼면 수입은 5만 원 정도다.
 
큰 빌딩이나 아파트를 짓는 현장에서는 기중기 등의 기계를 쓰지만 빌라 등의 중소형 건물을 짓는 곳에서는 사람이 직접 모래, 시멘트, 벽돌 등을 이고 4~5층 높이를 오르내린다. 일은 힘들지만 일당은 7~9만 원으로 비교적 세기 때문에 조선족들은 고됨을 마다하지 않는다.
 
공사판에는 한 가지 당연한 법칙이 있다. "부지런한 사람이 일자리를 잘 찾고 꾀 부리는 사람은 일자리 찾기 힘들다." 새벽에 건설현장 측에서 인력소개소에 전날 일한 사람들 중 누가 일을 잘했네 못했네 귀띔을 해주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조선족은 어려운 일을 마다않고 노력한 것은 물론, 쉬운 일도 성심성의껏 하는 것이 알려져 매일같이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그가 지하철 공사 현장에 배치받은 날, 순수입 5만 원을 위해 현장에 나갔다. 철관, 콩크리트 등을 날라 철관을 세운 후 시멘트를 채워넣어 시멘트가 굳은 후 받치고 있던 철관 등을 거둬낸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일이었다.
 
일이 끝나고, 현장책임자는 그에게 일을 잘 해줬다며 노란 싸인지에 일당 8만 원을 적어준다. 인력소개소에 소개비 10%를 떼어주면 수입은 7만 2천 원. 거기에다 현장 책임자에게 보너스 조로 현금 2만 원을 더 얹어 받았다. 현장책임자는 한 시간만 더 일해주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인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힘든 일, 위험한 일도 마다 않는 재한 조선족 건설현장에서의 하루는 오늘도 계속 된다.
 
조선족이라 손해 보기도
이렇게 힘들게 일해 버는 사람도 있지만,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한 조선족은 같은 날 다른 한국인 2명과 함께 건설현장에 배치받았다. 현장 책임자는 한국인 하나를 불러 "셋이서 오늘 4, 5, 6층에 모래를 나르면 일당 12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 셋은 오전에는 열심히 일했지만, 오후가 되자 한국인 둘은 조선족이 하는 일 양의 절반정도만을 하고 있었다. 조선족은 화가 치밀었지만 12만 원을 보고 꾹 참고 일했다. 셋이서 함께 같은 양을 일했다면 오후 3시에 끝날 수 있었던 일을, 6시 반이 돼서야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장책임자에게 36만 원을 받은 한국인이 조선족에게는 단 6만 원을 쥐어주는 것이다. 왜 이것뿐이냐 따졌더니 9만 원을 주고, 또 항의했더니 "그럼 얼마요?"라며 되물었다. 이에 "몰라서 물어요? 내가 다 아는데"라고 따지자 딱 만 원을 더 쥐어주는 것이다. 이 조선족은 그날, '주먹이 운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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