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는 조선족 만나본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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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23 09:06본문
10월17일 오후, 서울 가리봉에 있는 중국동포타운신문의 편집국장 김용필씨를 만났다. 중국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중국동포타운쎈터까지 운영하고있는 김용필씨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있었다.
중국동포들의 취직알선, 법률구조, 고민상담 등 많은 실질적인 봉사내용들이 있었고 요즘은 방취자들의 입국이 늘고 거처가 불편한것을 헤아려 40여명을 수용할수있는 쉼터도 운영중이다.
1인당 월 10만원만 내면 잠자리를 제공받을수 있는데 지금 35명이 이 곳에서 지내고있단다. 돈벌이를 떠난 조선족들은 이 곳에서 먼저 기회를 기다리면서 림시거주하고있다가 회사로, 건설현장으로… 일자리를 배치받아 떠나가고 성장한다는것이다. 낯선 한국땅에 첫발을 들여놓은 중국조선족들에게는 한국사회로 진출하는 첫 부화장같은 곳인것 같다. 가리봉에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거개가 중국조선족들일만큼 연변사투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한국생활에 바쁜 조선족들이라고 느낄만큼 표난다.
동포타운쎈터에서 연변의 청년시인 K씨와 우연히 상봉했다. K씨는 한국에 나온지 9개월 되지만 일은 힘들어 하지 못하고 돈도 모으지 못했다는 소리를 했다. 자기는 한국의 거칠고 힘든 로동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무가내한 표정을 짓는 K씨한테서 한국돈벌이의 엄연한 현실과 어려움들을 읽을수 있었다.
래일이면 귀국하게 된다.
그 동안 한국생활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싶다.
오늘은 모든 일정을 쉬고 모처럼 느긋하고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아침식사후 그냥 침대우에 누워 궁싯대다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바람쏘일겸 밖으로 나갔다. 참 좋은 날씨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은 그냥 바쁘고 분주한듯 보인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데 나 혼자만이 할일없이 맹랑하게 바쁜 사람들이 모여사는 서울거리에서 서성거리고있다는것이 죄스러워 보인다.
내가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은 참으로 바쁘게들 살아가고있다. 누님과 녀동생은 아침 9시 30분이면 일하는 음식점들에 나갔다가 저녁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일당 근무시간이 12시간이다. 하루중 절반시간은 내처 일하는것이다. 친구 김걸이도 영실이도 바쁜 일때문에 전화마저 자주 통화하기 힘들다. 근무시간에는 전화를 받기 힘들다고 한다. 광호도 요즘부터는 월급을 안주는 회사에서 나와 양말공장으로 자리를 옮기고부터는 일이 바빠 몸을 빼기 힘들다고 전화왔다.
몇년전에 한국에 온 친구 철수도 일이 바빠서 도무지 시간을 맞추지 못하다가 끝내는 만나보지 못하고 귀국했다. 중국에서는 일이 바빠 만나야 할 손님을 만나지 못한다는것은 거의 있을수 없는 일이다.
특별한 근무지 혹은 요원 외에는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그래도 하루쯤 말미를 맡을수 있는 여유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자리에서 빠지면 일당도 많이 날아갈뿐만 아니라 심지어 잘리기까지 한다니 일의 천국이 따로 없다.
늘어난 일자리 시간이 창조하는 일의 가치와 경제적인 가치는 크다. 바로 그런 꾸준함과 근면한 한국사람들의 일본새가 오늘날 한국의 눈부신 경제와 부를 창출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국에 일하러 나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모두 잘 알고있는 말이 하나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산다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