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망 중국동포 권씨의 '쓸쓸한 빈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5-20 09:39본문
18일 오후 8시께 경기 화성시 남양동 동수원남양병원 영안실.
이곳에는 이날 오전 7시께 인근 남양뉴타운 택지개발 현장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에 깔려 5시간만인 12시께 주검으로 발견된 중국 동포 故 권태원씨(57·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권씨의 영정사진도 채 올려지지 못한 휑한 빈소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등이 보낸 흰 국화꽃의 조화 몇 개만이 쓸쓸한 빈소를 덩그러니 지키고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TV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권씨의 형 태욱씨(59·서울 거주)와 조카 영학씨 등 가족 3명이 뒤늦게 영안실에 도착했다.
형 태원씨는 "동생이 죽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살아 있을 것만 같다" 며 꿈같은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살아보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발버둥쳤는데…애들 다 키우고 집도 마련하고 이제 겨우 살만하니까 이렇게 되다니…"
헤이룽장성에서 5남매 중 3남인 권씨는 고향에서 고량주를 만드는 술공장 기술자로 근무하다 돈을 더 벌어보겠다며 1987년 한국에 입국해 10여년 간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목수 기술을 익힌 뒤 성실성을 인정받아 기술자로 일해왔다.
2006년 중국에 돌아갔다 2007년 재입국 허가를 받아 들어온 권씨는 줄곧 건설현장에서 일해 매달 약 300만여 원을 벌어 꼬박꼬박 고향집 아내에게 돈을 보내 두 자녀를 모두 대학까지 마쳤고 작은 아파트 한 채도 마련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고향에 있는 부인은 20여년 전부터 기관지병이 심해 살림살이 이외는 전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한 병을 앓고 있어 약값도 상당히 들어가는 형편이고 큰딸 영매씨(24)는 갓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미용 공부를, 아들 영남(22)는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경찰 수습 중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형 태욱씨는 "지난 설에 마지막으로 만났고 일주일 전 동생한테 전화가 와서는 형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미안하다. 항상 건강하시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 "한 1~2년 더 고생하고 중국으로 들어가 병든 아내와 함께 살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게 믿기지 않는다" 며 울먹였다.
조카 영학씨는 "작은 아버지는 참 부지런하고 성실한 분이다. 성실한 면이 가족들의 본보기가 됐다" 며 "한국 생활 중 그동안 일해주고 임금을 못받은 경우가 많았는데도 상대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면서 못받은 돈이 많아도 남을 욕하지 않는 착한 분이었다" 고 말했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한 번 하시지 않고 이해심이 많은 작은 아버지는 법 없어도 사실 분인데 하늘도 무심하다" 며 "성격이 워낙 좋고 마음이 넓어 건설현장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대인관계가 원만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다" 며 영학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가족들은 권씨의 두 자녀가 한국에 입국하게 되면 훼손된 시신 일부를 추가 발굴하는대로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