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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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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7-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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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에게 있어서 민족은 하나의 신화와도 같습니다. 서구에 민족국가가 형성되기 훨씬 전에 민족통일을 이룸으로써 오랜 세월동안 단일민족국가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주된 이유일 겁니다.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20세기에 우리민족이 겪었던 질곡의 역사를 들 수 있습니다. 외세의 침략을 받아 민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그도 부족해 해방과 더불어 민족분단을 겪어야 했던 슬픈 역사가 우리로 하여금 민족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으니까요. 말하자면, 단일민족국가의 오랜 전통에 20세기에 겪은 민족적 아픔이 더해지면서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 민족이 신화와 같이 구조화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중수교 직후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와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작하던 때로 돌아가 보면 우리들이 민족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사회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조선족동포들을 반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포들이 모국을 찾으며 가져온 약재들을 거리에 내놓고 팔라치면 약효는 아랑곳 않은 채 동포들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앞 다투어 물건을 사곤 했습니다. 40년 이상의 시간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민족이라는 유대감이 우리로 하여금 더불어 살아가도록 인도했던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마음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사람들은 동포들을 대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동포들은 한국사람들의 냉대에 마음이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서 민족이라는 감성은 점점 사라지고 현실적 이해관계를 따져야 하는 이성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지요. 적어도 이 부분만을 떼어놓고 보면 한민족 특유의 민족에 대한 신화는 이미 깨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구성원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갖지 못한 채 형이하학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대상으로만 서로를 대한다면 더 이상 같은 민족으로 부르는 것이 무의미할 테니까요.
 
여기까지만 말해도 울화가 치미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관계맺기가 뒤틀리면서 마음이 상해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조선족동포들에게 민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마음에 와 닿지 않을 테니까요. 새로운 관계맺기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마음이 상한 동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민족을 들먹이며 함께 한민족의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현상이 21세기의 새로운 역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한민족이 다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족을 넘어서자고 말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한다면 다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조선족 당신은 중국국민인 동시에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때 미래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령 서운한 일들이 많더라도 한민족임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이 민족에만 머물러 있는 다면 당신이 겪어야 하는 아픔도 그만큼 더 커지게 됩니다. 세상은 이미 민족의 범주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순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실을 뛰어넘어야만 합니다.
 

곽승지 (정치학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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