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든든한 경제적 버팀목 '신용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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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1-04 09:50본문
재한조선족연합회, 동포 기금 모아 설립..10억원 돌파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중국동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큰 힘이 돼주는 것이 있다. 재한조선족연합회의 '신용호조부'(信用互助部)가 운영하는 기금이 바로 그것.
3일 재한조선족연합회에 따르면 신용호조부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6년. 중국동포들을 위한 특례 고용허가제인 방문취업제가 도입되기 이전이어서 적지 않은 중국동포들이 입국 브로커들에게 '큰돈'을 주고 한국에 들어오던 때였다.
그 시절 한 중국동포가 브로커에 줄 돈을 마련하지 못해 재한조선족연합회를 찾았고 연합회의 임원들을 그 동포의 딱한 사정을 듣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그 동포에게 빌려줬다.
이후 한두 명이 연합회를 찾아 필요한 돈을 구해 가다 보니 동포사회에서 소문이 나 급전이 필요한 중국동포들이 연합회에 몰리게 됐다.
연합회는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연합회 내에 신용호조부를 설치해 '있는' 동포들이 '없는' 이들을 조직적으로 돕기로 결정했다.
신용호조부의 운영 원리는 간단하다. 연합회 회원 중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이 돈을 내고, 돈이 필요한 이들이 이 돈을 빌린다. 연합회는 둘 사이를 연계해준다.
대출 금리는 월 2%다. 기금 조성을 위해 돈을 갹출한 이들에게 1.5% 이자를 지급하고 나머지 0.5%는 연합회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일단 대출을 희망하는 이는 연합회 회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보증인 2명을 세워야 하는데, 보증인은 연합회 회원 중 신용호조부 기금에 돈을 보탠 이어야 한다.
1인당 대출한도는 500만원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이들에게 그 이상 대출해주지만 그럴 경우 보증인을 더 많이 세워야 한다.
이같이 엄격하게 대출 규정을 마련한 덕분에 4년이 넘는 기간 '돈을 떼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보증인이 대신 낸 경우도 없었다.
재한조선족연합회 유봉순 회장은 "신용호조부의 기금은 중국동포가 한국에서 피와 땀으로 번 돈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 된다"며 "중국동포들이 돈을 언제까지 갚겠다고 정하면 반드시 그 기간에 돈을 다 상환했다"고 말했다.
신용호조부가 시작 당시부터 중국동포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연합회 임원들이 중국동포들을 찾아다니며 기금 마련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할 때 사기꾼이나 다단계로 자주 오해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임원들이 자비를 들여 일하면서 내놓은 돈에 대해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해주니 곧 동포사회에서 신용을 얻게 됐다.
이에 따라 2008년말 3억원이었던 신용호조부의 기금이 지난해 말 10억원으로 급속하게 늘었다. 연합회는 올해 30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회장은 "과정이 힘들어서 그랬지, 일정한 선에 도달하니깐 기금이 상상 밖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기금에 돈을 넣은 이들이 더 넣고, 또 주변에 홍보하고 있어 기금이 증가하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일동포들이 신한은행을 설립한 것처럼 중국동포를 위한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유 회장은 "한국에 중국동포가 40만명이다. 한점의 불꽃이 광활한 들판을 태우는 것처럼 은행 설립이 실현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지만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