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해’에 그려진 조선족 이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작성일11-05-06 09:33본문
영화 ‘황해’에는 주인공 김구남 등 많은 조선족이 등장하지만, 등장인물 대부분 은 ‘불법체류자’로서 범법자들이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 시사회에서 조선족 비하논란에 대해 “다소 과격한 부분이 있겠지만, 영화의 본질은 조선족에 대한 애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중국동포들은 그의 말에 동감하기 어려워한다. 영화 속 조선족은 가난하고 폭력적이며 비극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조선족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각인시킨다. 또한 영화는 재한조선족을 한국사회를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묘사한다.
영화 ‘황해’의 흥행몰이 성공은 영화의 완성도와 스릴감 및 주인공 하정우·김윤석의 출중한 연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조선족의 ‘비극적 삶’을 부각시킨 ‘황해’를 보는 조선족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특히 조선족들의 ‘심기불편’은 영화 속에서 조선족을 폭력적·비극적으로 묘사하고 타자화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구남의 아내는 ‘코리안 드림’을 위해 가족과 헤어져 출국하지만, 가족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어렵게 살아간다. 결국 그녀는 비좁은 다세대주택에서 힘들게 생활하다가 살해당하고, 구남도 죽음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한편 ‘황해’가 범죄·폭력·외도 등으로 그린 ‘조선족 이미지’는 중국동포에 대해 극단적 범죄사례 중심으로 일관하는 한국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와 관련된다. 즉 조선족은 돈을 위해서라면 범죄도 서슴없는 ‘폭력적 범죄자’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실제 영화 속에는 조선족 중심으로 폭력적이고 피비린 장면들이 많다. ‘황해’ 제작진은 “영화 속 조선족의 범죄는 모두 실화”라고 매스컴에 전했고, 영화는 재한조선족을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하고 한국사회 변두리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로 그려낸다.
영화 ‘황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다. 한국 관광객들은 복잡하게 얽힌 영화의 스토리와 인물관계 설정 및 스릴에 신경을 쓰는 반면, 대다수 조선족들은 영화가 “조선족사회 현실을 왜곡하고 조선족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그렸다”고 평가한다. 한편 영화평론가들은 “중국동포 범죄·폭력의 근원은 동포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과 타자화”이며, 오로지 인기몰이에만 집착하는 영화의 상업성에 대해 비판한다. 일부 동포지성인들은 영화가 ‘코리안 드림’의 그림자를 조명해주었고, 동포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다고 지적한다.
영화 ‘황해’가 터무니없는 허구가 아닌, ‘코리안 드림’에 말려든 조선족사회의 ‘비극적 삶’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내를 한국에 보내고 마작판에 뛰어든 택시운전수 구남은 우리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산가족이며, ‘구남의 아내’와 같은 조선족여성의 사건사고들이 심심찮게 한국 TV뉴스에 보도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만연된 마장도박과 다단계판매 사기사건, 불법취업 등으로 범죄·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중국동포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이다.
영화 ‘황해’는 서울 변두리에서 사는 재한조선족의 실생활을 보여준다. 허름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은 3D업종과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또한 일부 동포여성은 노래방도우미로 일하다가 살해당하는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한편 영화에는 부자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중국동포의 불우처지에 대한 한국인의 동정심, 차별 속에서 동포대우를 받지 못하고 범죄에 노출된 동포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한국인의 ‘안타까운 시선’이 반영되었다.
영화 ‘황해’가 주는 메시지를 냉정하게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잠재적 폭력·범죄자’로 그려진 조선족 이미지는 평소 한국 언론의 중국동포 관련 극단적 범죄사건 보도와 크게 관련되며, 영화 제작진이 ‘조선족 비하’에 따른 동포사회 반발과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반면 영화는 ‘코리안 드림’ 이면에 숨겨진 중국동포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범죄·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재한조선족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적 대우에 일침을 가했다는 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