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잉꼬부부] '하얼빈 김서방', 김희천-리융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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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1-09-29 10:19본문
▲ 김희천(오른쪽), 리융훙(왼쪽) 부부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 특별보도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이해 중국인과 외국인의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이 중 헤이룽장의 여성 판사가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한중간의 국제교류가 얼마나 많이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헤이룽장성(黑龙江省) 지역신문 헤이룽장일보(黑龙江日报)에서 2008년 4월 25일 개혁개방 30주년 특집판에서 '한국 남자, 하얼빈 '사위'가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된 김희천(41)-리융훙(李永红, 42) 부부의 이야기다.
김희천 씨는 현재 하이룽장성 하얼빈시(哈尔滨市) 샹팡구(香坊区)법원 집행국에서 집행판사로 일하고 있는 리융훙 씨와 지난 2005년 결혼해 하얼빈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리씨는 법원에서 판결에 따라 법적 집행을 책임지는 집행판사로 일하고 있으며, 김씨는 현재 식당 개업을 준비 중에 있다.
어학사이트가 맺어준 인연
두 부부의 인연은 서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찾은 어학사이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얼빈 둥리구(动力区) 지방법원의 판사였던 리융훙 씨는 베이징 정법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단기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었으며, 한국어를 배우려고 어학사이트를 방문했다가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 역시 장자제(张家界), 항저우(杭州) 등지를 여행하면서 중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중국어를 배우려던 찰나에 리씨를 알게 됐다. 어학으로 맺어진 온라인 인연은 서울 명동에서 첫만남을 가지며 구체화됐다.
1년여 간의 열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혼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희천 씨의 가족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물설고 낯선 타국에 가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특히, 부모님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선입견이 그들의 사랑에 녹녹치 않은 걸림돌로 작용했다.
리융훙 씨의 가족들 역시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국 가정의 가부장적 문화, 무서운 시어머니, 한국 남자의 폭력성 등이 부정적 인상으로 흔쾌히 동의할 수 없었다. 또한 ‘판사’라는 직책의 특성으로 외국인 남자와 결혼하는 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반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가적 선입견과 생활 환경이 이들의 사랑을 식힐 수는 없었다. 부모님이 허락할 때까지 설득해서 지난 2005년 하얼빈에서 온가족의 축하 속에 웨딩 마치를 올렸다.
울고 웃는 한중커플 스토리
김희천, 리융훙 부부는 결혼 후 서로 다른 생활문화의 결합인 국제커플만이 겪는 문화적 조화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인 리씨는 김씨의 친형에게 ‘아주버님’ 대신 중국식으로 ‘형’이라고 불러 가족들에게 뜻밖의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중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한의사 매형과는 한자로 묵언의 대화를 나눈다.
결혼하기 전까지 부엌 문턱도 넘지 않았던 리씨는 신혼 때 한국 음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미역국에 된장을 넣는 등 기괴한 퓨전요리들을 만들어 밥상을 차려 남편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된장찌개, 김치찌개는 물론 겉절이도 곧잘 담굴 정도로 한식 솜씨가 좋아졌다고 한다.
한중 축구경기가 열리면 리씨는 남편을 위해 한국팀을 응원할 정도로 마음이 넓고 깊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한국 야구경기를 너무 열정적으로 응원해 이웃집에서 부부 싸움이 난 줄 알고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다툼도 있었다. 결혼 초기에는 가사 분담문제로 부부 싸움이 잦았다. 한번은 홧김에 남편 김 씨가 집을 나가 사우나에서 외박을 했는데 리융훙 씨가 놀라서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하는 잊지못할 사건도 있었다.
또한 한중합작병원을 준비하던 김씨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병원 개원이 무기한 연기되는가 하면 임신 8개월째이던 아내가 갑자기 유산돼 부부 생활에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 고향 사람끼리 결혼을 해도 같이 살면 온갖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국제커플인 그들의 생활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희천 씨는 “모든 다툼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서로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좁히기 위해 서로 노력한 것이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고 말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중국인 아내와 함께 생활하는 김희천 씨에게 중국인은 어떤 사람일까? "먼저 중국 여성은 주동적인 면이 강하며,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진취적이어서 가정에서 충실히 내조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에서는 택시 기사, 버스 기사 등을 보면 심심치 않게 여성들을 볼 수 있으며, 아내 역시 일 측면에서는 일반 남성들 못지 않게 주도성을 발휘한다”며 “개인별로 성향은 다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받은 교육이 적지 않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중국인들과의 교류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가 합자병원을 준비하던 시기에 한국에서 온 의사들이 수술을 하고 있는데 중국측 관계자들이 사전 통지도 없이 갑자기 수술실에 들어와 촬영을 하는 바람에 한국측 의사들이 당황해 황급히 수술실을 벗어난 적이 있다”며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도 중국에서는 인식이 다른 경우가 있으며 이는 중국인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희천 씨는 중국에서 살면서 중국을 알려면 중국인을 ‘외국인’이 아닌 ‘모국인’으로 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희천, 리융훙 부부는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는 상대를 ‘남의 나라 사람’으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다”며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