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정체성 살릴 ‘한문화마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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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10-26 09:55본문
60여년 전 10대 소년으로 미국에 입양돼 한국을 떠날 때 아쉬움도 미련도 갖지 않았다. 가난한 나라, 배고픔의 나라,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나라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는 생각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나는 20년 만에 조국을 찾게 됐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무릎을 꿇고 한국 땅에 입맞춤을 했다. 이것은 모국에 대한 무언의 사과였고 화해였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조국을 떠난 나와 같은 입양아들, 세계 각지로 흩어진 한민족 디아스포라들에게 있어서 한국이라는 땅은 애증이 교차하는, 결코 잊을 수 없고 뗄 수 없는 모국인 것이다.
이제 한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이제는 그간 무관심했던 해외 입양아들과 해외동포들에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조국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그 필요란 바로 민족의 정체성이다. 우리에게는 남다른 한이 있다. 마땅히 받아야할 당연한 권리를 잃었다는 것과 버림을 받았다는 한이다. 조국을 잃었고 부모형제를 잃었고 내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잃었다. 한민족으로 태어나 받을 당연한 권리를 우리는 잃었던 것이다.
해외 입양아들과 해외동포들에겐 모국의 언어를 깨우치는 것이 필요하다. 내 모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의 교정이 필요하고 올바른 역사와 문화를 통해 민족의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뿌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잃었던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이 필요조건들은 한민족이라는 역사 앞에 이 시대와 민족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한국방문 중 지인의 소개로 세종시 건설청을 방문했다. 나는 그곳에서 깜짝 놀랐다. 세종시가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한민족의 정체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한문화마을'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정부들이 해주지 못한 한민족 국제학교와 한글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비록 불행했던 과거 역사로 인해 조국을 떠나 국적을 바꾸고 살아가는 이방인이 됐지만 이 나라는 영원한 내 어머니의 나라이다. 세종시에 '한문화마을'이 건설된다면 이 도시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역할모델이 되어 세계 속의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