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보호위해 ‘마작방’ 뿌리 뽑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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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1-12-23 09:41본문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주위에 수상한 사람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아이고 수사관님 잠깐만 이것 좀 보세요…."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17일 오후 7시 중국동포들이 모여 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술집.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순찰에 나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의 한 수사관에게 술집 사장이 명함을 한 장 건넨다. ‘전화만 하면 어디든 간다’는 중국동포 성매매 명함이었다. 수사관들은 이같이 ‘첩보’를 얻었다. 외국인 1만5000여명이 모여 사는 이곳은 국제범죄수사대가 직접 관장한다. 외국인 범죄 동향 등 각종 ‘첩보’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대림동의 중국동포 밀집지역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의 한 수사관(왼쪽)이 술집 주인에게 여러 범죄 유형이 적힌 전단을 전해주며 범죄 예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거리는 한산했지만 술집 등에는 중국동포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수사관들은 술집, PC방, 여행사 등에 들어가 전단을 나줘 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단에는 ‘불법체류 등 약점을 이용한 금품 갈취’ 등 여러 범죄 유형이 적혀 있었다.
수사관들이 만난 사람의 절반은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사이. 모르는 사람도 처음엔 “누구세요?” 하며 경계하다가 수사관들이 설명을 하자 이내 웃으며 이들을 맞는다.
이재원 수사대장은 “여러 번 찾다 보면 친해지고 첩보도 받는다. 이곳에 자리 잡은 이들의 환경도 안정적인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어가 오가는 한 PC방, 수사관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불심검문에 나섰다. 미심쩍은 사람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요구하자 수사관을 흘겨보며 경계한다. 마지못해 꺼내 놓은 외국인등록증을 조회하는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수배자가 아닙니다’라는 문장이 조회 단말기에 뜨자 PC방은 이내 평온을 되찾는다. 이 대장은 “PC방은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이라 불심검문을 종종 한다. 수배자가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인 김모(30)씨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당연히 도와야 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대림동 일대에서 ‘마작방’이 성행하고 있다. 올해 수사 5대에서 검거한 외국인 1500여명 중 1300여명이 마작도박 사범. 이날도 수사관들이 첩보를 입수하고 마작방을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대장은 “마작방에서 외국인 범죄가 조직화할 수 있는 ‘자금’이 형성되고, 노동자 등이 힘들게 번 돈을 날리기도 한다”며 “중국동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뿌리 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관들이 찾은 여행사는 늦은 시간에도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여행사 사장 이귀향씨는 “여기에 사는 중국동포의 대부분이 설을 쇠러 중국으로 간다“며 “설이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연변쪽은 이미 비행기 표가 매진됐다”고 전했다. 이 대장은 “이동이 많은 연말연시에 범죄가 빈발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범죄 피해로 한국을 원망하며 떠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