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투자 아직은 험난…중국기업 '열에 아홉은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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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1-13 05:49본문
조선투자 아직은 험난…중국기업 '열에 아홉은 쪽박'
北, 가는 곳마다 뇌물 요구
오전 계약, 오후에 파기 일쑤
기업 철수도 맘대로 못해
북한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무역 사업을 했던 중국인 기업가들은 북한의 계약 파기와 약속 불이행 등으로 10명 중 9명은 실패하고 나온다고 했다. 북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동열(53) 전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 무역대표부 대표는 "북한 당국이 발급한 합법적인 허가증을 갖고 있어도 가는 곳마다 뇌물을 요구한다"며 "뇌물을 주지 않으면 원자재나 생산품 등 물건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 파트너인 북한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거나 일을 지연시켜 공장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는 "대박을 기대했다가 쪽박을 차고 나오기 십상인 것이 대북 사업"이라고 했다.
사업 수익 회수가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선족 대북 사업가 이승규(50)씨는 1990년대 중반 북한 나선시 인민정부와 합작으로 직원 120명 규모의 가방·액세서리·비누 생산업체를 설립했다. 이씨는 "수익의 70%를 북한에 주고 나머지 30%를 본인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20년간 계약대로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북 당국은 '중국인들은 돈이 많으니 공화국에 헌납하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북한의 잦은 계약 파기도 대북 사업가들이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다. 이동열씨는 "내각에서 나온 사람들이 오전에는 계약했다가 오후가 되면 문제 있다며 다시 계약하자고 뒤집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대북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북 투자를 했던 중국 업체 중 철수를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瀋陽)의 대북 사업가인 이성원(가명)씨는 "평양에 약 1억달러를 들여 생필품 생산 공장을 세웠지만 몇 년이 지나도 이윤이 발생하지 않아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그런데 북측이 자본 회수를 막고 있어 그것마저 어렵다"고 했다.
중국에서 빚을 내 북한에 투자했다가 사업이 망하거나 돈을 돌려받지 못해 북한에 눌러앉아 있는 중국인 사업가들도 상당수다. 한 대북 사업가는 "30억위안(한화 5300억원)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못 건지고 12년째 중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 같은 처지의 중국 사업가가 300명쯤 되는데 북 당국은 이들을 관광 통역원 등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