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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뚱보 김씨아저씨의 서울때밀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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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7-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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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점심이면 한시간동안 휴식할수 있어서 수강생들은 밖에 나가 식사를 했다. 나는 아침에는 일절 식사를 안했고 점심과 저녁은 모두 천원짜리 김밥으로 끼니를 에때웠다. 배가 고픈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식은땀까지 빠직빠직  배여나와 정말 죽을것만 같았다. 중국에선 고생 한번 안했고 육식을 주로 하던 나였으니 말이다. 저녁에는 그래도 고시원이라고 하는 잠잘데가 있어서 다행이였다. 수강생 남녀 몇몇은 수중에 돈이 없어 습기가 축축한 학원의 지하 안마용테이블우에서 덮을것도 없이 취업이 될 때까지 잠을 자야 했다. 그것도 주말이면 숙박이 금지되여 싸구려사우나로 전전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려관은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어느 일요일 날, 영등포역 주위를 할일 없이 돌다가 고향선배 한길남씨를 만났다. 그는 정육점에 들어가더니  수입산 돼지고기를 뒤다리 살코기쪽으로 1킬로그람정도 사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나는 그 김에 반찬가게에 들려 염장고추와 김치도 조금 사들고 왔다. 모든것이 천하별미였다. 어쩌다가 40살을 넘어먹고 한국이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땅까지 건너와서 굶주리고 허기진 고생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으로, 그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였다.
 
20일동안 악전고투하여 나는 서툴게나마 때밀이요령을 일부 장악하여 충청남도 서천의 한일장사우나로 《사업배치》를 받게 되였다. 사장은 인자해보였다. 나를 데리고 삼겹살집에 가서 포식하게 하고는 일을 시켰다. 사우나안에는 잠자는 방에 전기담요까지 있어 조건이 괜찮아보였다. 식사는 식모가 따로 있어 다른 직원들과 같이 하면 된단다. 그리고 새벽 5시부터 기상하여  목용탕안에 더운물을 가득 채워놓고 반시간에 한번씩 바닥을 닦아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사장은  리발과 머리염색을 주로 하고 짬이 나면 구두도 닦고 음료도 팔았다.
 
나는 짐을 풀어놓기 바쁘게 사장의 지시대로 손님들이 쓰고난 목욕수건을 가지고 지하실로 내려가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기에 말리워 다시 손님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끔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손님들이 들어오면 《어서 오십시오!》 하고 큰 소리로 인사하면서 옷장열쇠를 손님들에게 건네주었다. 사장이 바쁠 때는 내가 손님의 구두를 닦기도 했는데 아무리 해도 베터랑(老手)인 사장의 실력을 못 따라가 첫시작부터 꾸지람을 당했다. 한참동안 때를 밀려는 손님이  없어 나는 다른 잔일같은것을 보이는족족 거들었다. 마침내 한 손님이 때밀이를 불렀다. 나는 학원에서 배운 순서에 따라 때밀이를 시작했다. 유리창너머로 가만히 감시삼아 지켜보던 사장이 급기야 다가오더니 나의 손에서 타올을 와락 빼앗아서는 자기가 빡빡 밀면서  나를 성난 둥굴소 눈으로 찔러보았다. 이제 금방 강습을 마치고 처음으로 실전에 참가한 내가 눈에 들리 만무했다. 나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찍소리도 못하고 꾹 참으면서 사장의 《현장지도》를 받았다.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사장은 밖에 나가서 누구한테 뭐라고 한참 통화하더니 되돌아와서 나보고 오늘 저녁 다른 때밀이가 올거니까 당장 떠날 준비를 하라고 호통친다.
 
하루도 안되여 해고당한 나는 그만 김이 푹 빠져 지지벌개진 모습으로 때밀이는 못하고  저녁때까지 잔일을 견지하였다. 퇴근후  우람진 조선족때밀이가 트렁크를 들고 나타났다.  2년동안 때밀이를 했다는 그는 연변에서 사온거라며 마른 명태 두마리를 꺼내더니 소주나 한잔하자고  말을 건네왔다. 워낙 술을 모르는 나였지만 그날만은 남의 정신으로 소주 한병 다 굽을 냈다. 나는 때밀이가  천하고 더러워 때려치우고 다른 일 찾아간다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지르다가 어느새 남가일몽에 빠졌다. 꿈속에서 나는 한 대형사우나에서 10여명의 때밀이를 거느린 오야지가 되여  수하사람들을 호령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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