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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통해 일제 손에 들어간 임시정부 극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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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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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획 취재를 통해 임시정부 초기 인물 225명이 나온 단체 사진을 단독 발굴했다.

 

취재진이 사진을 발견한 장소는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이다. 1919년 7월 9일 조선군참모장이 육군차관에게 올린 보고서에 첨부돼 있었다. 임정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이 어째서 일제 보고서에 첨부돼 있던 걸까?

 

<"조선인 상인 곽윤수의 집에 걸려있던 것">

 

보고서에는 일제가 이 사진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자세히 서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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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랑스 조계 안장리(장안리의 오타) 상인 배일 조선인 곽윤수의 집에 걸려 있던 것"이라고 쓰여 있다. 프랑스 조계지는 당시 상해로 건너간 독립운동가들이 주요 거점으로 삼은 장소로 사실상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만큼 일제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기 때문이다.

 

곽윤수 선생은 자신의 집을 임시정부에 사무소와 숙박소로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은 독립운동가이다. 1919년 4월 30일부터 약 3개월 동안 곽 선생의 집이 임정의 임시사무소로 사용됐다. 인삼 가게 등을 하며 벌어들인 돈을 임시정부에 지원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단체 사진은 임정의 임시 사무소이자, 교민단 사무소였던 곽 선생의 집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은밀히 단시간 밀정에게 가져오게 해 복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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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다음 장을 보면 "곽윤수 처의 남동생으로 하여금 은밀히 단시간 밀정에게 가져오게 해 복사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일제가 고용한 밀정이 곽윤수의 처남을 통해 사진을 몰래 받아 복사한 뒤, 상부에 보고했다는 얘기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상해로 건너가 임시정부를 세우며 그 뜻을 이어갔다. 만세운동에 크게 놀란 일제는 독립운동가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상해에 수많은 밀정을 파견했다. 일제에게는 독립운동가들의 신원, 무엇보다 얼굴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런 단체 사진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사진을 확보하려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곽 선생의 처남이 어떤 이유로 일제의 밀정에 이 사진을 넘겼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일제에 동조해 밀정 노릇을 했는지, 아니면 밀정의 꼬드김에 넘어가 사진을 넘겨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문서의 또 다른 단락을 보면 "이 사진을 분실할 시에는 제재를 가한다는 서약 아래 엄밀하게 보관한 것"이라고 나와 있어 독립운동가들도 사진이 일제의 손에 들어가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특별히 경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사진은 일제의 손에 넘어갔다. 분명한 것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심어놓은 밀정 중 한 명이 곽 선생 가족 주변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밀정은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일 가능성이 크다.

 

<곽윤수 선생의 후손들이 말하는 당시 기억>

 

 

취재진은 곽윤수 선생의 당시 집 주소였던 '장안리 267번지'에서부터 과거의 흔적을 추적했다. 또, 국가보훈처의 기록을 토대로 후손을 수소문한 끝에 올해 104세이신 곽 선생의 첫째 딸을 중국 상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임정 관련 사진 가운데 초기 사진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와 함께 기존에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토대로 비교해 본 결과 김구, 여운형, 신익희, 김홍서, 엄항섭 지사 등 지금까지 26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이 당시 임정 수립 초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KBS 탐사보도부는 오늘(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뉴스9'에서 곽 선생 후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사진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장소까지 추적하는 등 이 사진이 담고 있는 뒷이야기들을 모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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