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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을 사랑한다”는 ‘박걸’의 묵직한 인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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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작성일25-12-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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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소재 커시안(可喜安)그룹의 박걸 회장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백두산 천지에서 흘러온 물 위에 찻잔이 떠 있는 설치작품이다. 잔을 집어 들면 물결이 일렁이고, 그 순간 천지의 풍경이 잔 속으로 옮겨진다. 그 옆 벽면에는 금방이라도 포효할 듯한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다. 이 두 장면은 우연한 장식이 아니다. 박 회장의 인생, 그의 정체성, 그리고 기업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지난 11월 21일 북경에서 우연하게 박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호랑이는 민족의 기상이기도 하지만, 제가 또 호랑이띠라 연변에 있는 후배가 만들어 가지고 왔다”고 웃었다. 그의 눈빛에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버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묻어났다.

 

박걸 회장의 삶은 성공보다 실패가 먼저였고, 확장보다 붕괴가 앞섰던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이다. 1977년 연변으로 이주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넉넉하지 않았다. 집안 사정, 잦은 이사, 생계 문제 속에서 그는 학교보다 삶의 현장을 먼저 배웠다.

 

“공부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왜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는 분이 없었어요. 모두가 바쁘게 살았으니까요.”

 

그는 고등학교마저 졸업하지 못했다. 선생님과 갈등으로 자퇴를 했다가 1년쯤 뒤 다시 복학을 했지만 학교 분위기는 달라진 건 없었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득 안고 또 다시 교정 밖으로 튀어 나왔다. 생존을 위해 장사를 하면서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노점, 유통, 중개, 잡화, 조선족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현재 의료기기, 홍삼, 무역, 건강식품 등 10여 개 계열사에서 연매출 5000억원대를 올리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고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이 흑룡강성 출신”이라며 “중국에서 조선족은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생활 수준과 교육수준이 최상위권”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조선족은 현재 200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장족, 회족 등 4개 소수민족은 1000만명이 넘는다. 조선족은 12~13위 권이다.

 

“연길에 의료기기와 홍삼 공장을 세운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는 바보나 하는 짓이예요. 물류비 부담이 워낙 크고, 홍삼 공장은 단체 관광객 유치에 따른 수익이 적지 않은데 이를 포기하고 고향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공장을 상해나 대도시 인근에 세웠다면 회사 이익의 20%는 더 올라갔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한중수교, 그리고 첫 성공과 몰락

 

1992년 한중수교는 박걸 회장의 인생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연길에서 중국돈 2000위안(한국돈 40만원)을 들고 한국과 무역을 시작했고, 비행기표·기차표 매매, 노래방 사업까지 손을 뻗었다. 돈은 빠르게 불어났다. 하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씀씀이가 컸다. 주변 사람을 챙기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돈은 물처럼 흘러 지나가버렸다. 결국 그는 부도를 맞았다.

 

“순식간이었어요. 있던 게 다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그는 1만 위안을 들고 도망치듯 북경으로 들어왔다. 사실상 도피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무역도 해보고, 일식당도 해보고, 요식업과 술집 운영까지 가리지 않았다. 체면을 내려놓아야 했고, 때로는 불편한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사람을 다시 배운 시기”라고 말한다. 돈이 없을 때, 진짜 사람이 남았고, 사업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의료기기 사업,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2001년 말, 우연히 의료기기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한국에서 들어온 온열치료기, 세라젬이었다. 그는 계산보다 직감을 믿었다. “될 것 같았다.”

 

천진, 대련, 청도에서 시작해 산둥성 총대리를 맡았다. 270개까지 대리점이 늘어나는 등 거침이 없어 보였다. 규모가 늘어나면서 그는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한 번 시작하면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2007년, 한국인 사업가들과 함께 ‘커시안’을 설립했고, 여세를 몰아 2009년 결국 회사를 인수했다. 한국식 시스템과 중국식 현장을 결합한 경영 방식은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사업이란 매 순간 살얼음판 위를 걷는 사람들이지요. 커시안 인수 전후로 사스도 터졌고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매 순간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사고가 터졌어요. 2013년 중국의 공영방송인 CCTV의 시사프로 ‘조디안방탄’에 노출되면서 270개 대리점이 일주일 만에 100개가 문을 닫았고, 이어서 또 100여개가 날라갔어요. 당시 본사의 문제라기 보다 일부 대리점의 과대광고를 문제 삼은 것입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 시청자가 2억 6000여만명. 이 방송이 지방으로 이어지면서 전 국민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남은 직원들에게 “지옥까지 갔으니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일이 없다”, “나 박걸을 믿고 다시 재기하자”고 설득한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걸쳐 대리점만 600여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다. “무슨 일을 하든 최고가 되자.”

 

그 말에는 허세보다 각오가 담겨 있다. 그는 배수관 청소를 예로 들었다.

 

“똥 푸는 일도 최고가 되면 존중받습니다.”

 

 호랑이띠인 박걸 회장의 집무실에는, 금방이라도 화폭을 뛰쳐나올 것 같은 범상치않은 기운의 백호 그림이 방문객들의 기선을 제압한다. 박 회장의 바로 앞에 놓인 것은 백두산 천지를 형상화한 설치작품이다.     

 

 홍삼 공장, 그리고 나눔의 시작

 

그는 2012년 연길에 홍삼 공장을 세웠다. 장백산 자락에서 자연 재배한 5년근 이상 인삼만을 고집했다.

 

“우리 제품이 한국의 정관장보다 좋다고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시장에는 정관장 보다 약간 비싸게 내놓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 때문이죠.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국은 밭에서 인공적으로 인삼을 키우지만 우리는 장백산자락에 씨를 뿌려서 자란 5년근 이상을 골라서 홍삼을 만듭니다. 밭에서 기르는 것보다 토질이나 공기, 환경이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6년근 이상은 약재로 들어가니까 5년근만 골라서 제품을 만듭니다. 사포닌 등 성분분석을 해봐도 저의 제품이 정관장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시설이 아니다.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연변 조선족 사회와 수익을 나누는 거점이기도 하다. 고향 사랑에 대한 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연변의 학교, 어려운 가정, 의료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꾸준히 손을 내밀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안창호 커시안그룹 부회장은 “제가 34년간 회장님을 모셨는데,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엄청난 기부를 하셨어요. 훗날 기부받은 수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찾아오게 되면서 저희들이 알게 된 거죠. 조선족 사회에서 어려운 일이 닥치면 박걸을 찾아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박 회장님 개인이 기부하는 금액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다만 커시안 그룹의 기부액은 연간 한국돈 10억 이상은 됩니다.”

 

연변대학을 비롯해 중앙민족대학, 조선족 관련 민간단체인 노인협회, 조선족 골프협회, 기업가협회, 중국 정부의 사회복지종합협회, 중국 시정부 등 커시안 그룹과 박 회장의 기부는 마침표가 없다. 수없는 실패를 거듭했던 박걸 회장은 “나도 도움 받으면서 살아왔으니, 이제는 그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원이나 자녀들에게도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한다.

 

현재 연변대학에는 ‘박걸의료교육재단’과 ‘박걸체육관’이 있다. 당시 기부약정서에 조선족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최근 학교 당국에서 기부약정서 변경을 제안했다. 장학금 수혜자를 넓히자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그래서 현재는 50%는 조선족, 나머지 50%는 56개 소수민족에게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날 인터뷰 말미에 박 회장은 “요즘 한국의 조선족들이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며 “재외동포신문이 애정을 가지고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누구보다 우리 민족을 사랑합니다”라는 묵직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백두산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처럼, 그의 기부정신이 조선족 사회를 조용하게 적시고 있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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