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 코리안 드림 이주여성 정착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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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0-05-21 09:42본문
언어, 문화차이 극복 '난관' 부딪쳐
아세안의 어린 여인들이 제주도에 정착하는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제주도내 결혼 이주여성은 2003년말 293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말 기준 1444명으로 5배나 증가했다. 나이차가 나지만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제주에 정착한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소통과 문화적 차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재는 부부갈등에 이어 가정폭력으로, 더 나아가 파경을 맞는 다문화가정도 생겨나고 있다.H씨(51)는 "일을 시키려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상습적으로 중국인 아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중국 조선족 20대 여성은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의 구타를 견디지 못해 쉼터로 피신하기도 했다.
외국인 아내를 함부로 다루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에다 언어적, 문화적 이질감에 시달리다 못한 일부는 결국 이혼을 선택 '코리안 드림'이 눈물로 끝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이혼사유로 가정법률상담소 제주지부를 찾은 이주여성과 남편은 모두 37명으로 이혼을 고민하는 주요 원인으로 생활 및 가치관차이가 40%(15명)를 보였다. 이어 남편의 알코올 중독 6명, 의처증 5명, 잦은 외박.가출 5명 등의 순이다.
이렇다 할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월 100만원 전후의 비정규직에 투입돼 빈곤에 시달리고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국제결혼의 증가로 '다(多)문화가정'이란 말이 익숙해졌지만 이주여성 앞에 놓인 또 하나의 난관은 국적 취득이다.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국적 취득 전 이주여성의 신분은 '국민의 배우자'로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다. 제주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하려면 국적 취득이 필수다.
그러나 결혼 후 2년이 지나야 국적 신청자격이 부여된다. 신청을 해도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아이가 없으면 취득기간이 늦어질 수 있다. 또한, 국적 취득 전 이혼하면 체류자격은 박탈된다. 이혼사유가 자신에게 있으면 체류기간 연장도 불가능하다.이처럼 까다로운 절차로 지난해말 제주도내 이주여성 1444명 중 국적 취득자는 334명(23%)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의 신분은 전적으로 남편에게 달려 있어 폭력뿐 아니라 경제적, 성적 학대 등 무형의 피해에 대해서도 적극 알리지 않고 복종하거나 참는 경우가 많다"며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이주여성들을 보호하고 고충을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