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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조선족의 북한 '동포애'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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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3-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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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변 조선족의 '동포애' 손길 ◈
 
“온나라가 굶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아니 민족의 수치지요. 같은 겨레인데, 어떤 식으로든 도와야지요.” 연길시의 한 조선족은 말한다.
 
그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친척이 전해주는 말을 듣고, 또한번 놀랐다고 한다. “`기름이 없어 청진에서는 배가 뜨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다. 온 나라가 해바라지고 있다' `어느 곳에선가는 인부들이 집단적으로 항거하자, 북한 당국이 이들을 탄광에 몰아넣은 뒤 탄광입구를 막아버려 모두 몰사시켰다' `한마을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군인들이 마을을 포위해 모두 총으로 쏴 죽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들어왔다가 슬그머니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실상이다. 같은 동포들이 나서 이렇게 어려운 북한을 도와야 한다.” 식당일을 한다는 40대 초반의 조선족 아주머니도 목소리를 높인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 북한 사람들도 잘 살아야지. 남쪽 사람들은 북한이 못 산다고 비웃지만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도와줄 것인가' 생각을 해야지. 같은 민족이라는 게 뭡니까.” 그는 최근 궁지에 몰려 있는 북한 친척들에게 쌀과 돈을 보냈다. 미화 5백달러와 쌀 75㎏, 중국의 보통 노동자가 1년을 벌어야 하는 액수라고 그는 설명한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한 형편이 아닌데도 그가 북한 친척을 돕는 것은 “여러 차례 북한 현지에 직접 가봤는데, 북한 사람들이 너무 비참한 생활을 해 같은 동포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선족들의 북한동포에 대한 사랑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두만강변 중국 ××지역, 조선족들의 민가. 이곳에 사는 김씨는 “죽지 못해 넘어오는데 어떻게 합니까. 민족끼리 같이 살아야죠. 그래서 기꺼이 먹을 것을 내줍니다.” 최근 밤이 으슥해지면 으레 북한쪽에서 몇몇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너비가 20m도 안되는 두만강을 통해 이곳으로 넘어온다고 김씨는 말한다. 그들의 첫마디는 한결같다. “밥 좀 달라.” 인민군들도 있고, 민간인 여자들도 눈에 띈다고 한다. 개를 끌고 오는 경우도 있다. 쌀과 옥수수, 심지어 담배 같은 것과 바꾸기 위해서다. 김씨는 거의 매일 밤 이런 광경이 벌어진다면서 “불쌍한 동포를 돕는 차원에서 창고에 있던 옥수수 가루도 다 줘버렸다”고 말한다.

“최근 연변 조선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굶주린 북한동포 돕기 움직임은 단순히 친척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인정과 동포애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연변대학 김강일 정치학부 학부장의 말이다.
“사실 여기 사람들은 남한보다 북한 쪽에 더 가깝습니다. 요사이는 사람들이 돈벌이에 바빠 크게 신경은 못쓰는 편이지요. 하지만 아직까지 북에서 온 사람들 냉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도우면 도왔지. 북한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해관(세관) 넘어 물건을 놓고 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김씨는 남쪽 사람들도 북한돕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남쪽에서 민간차원의 북한돕기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남쪽 사람들의 친척관계를 보면 인심이 각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쪽이 잘 사니까, 어려운 북쪽을 도와야 합니다.” 그는 또 남쪽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돌린다. “남쪽 정부는 좀더 어른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쪽에 대해 싸우려 들지만말고, 이념 갈등부터 해소하고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사람이 정권을 잡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체제 자체가 그런데 어떻게 할 것입니까. 백성이 굶주리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게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 조선족들에게 남·북한은 `원망'과 `한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4월7일 밤, 중국 연길시 한 식당. 한참 열변을 토하던 정씨의 눈에 눈물이 핑돌았다. “남편은 돈벌려고 한국 기업에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구가 됐죠…, 북쪽에 있는 친척들은 먹을 게 없어 굶주리고 있죠….” 조선족인 정씨 부부에게 경제적으로 부유한 한국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런 대로 먹고 살 만은 했지만 더 벌겠다는 생각에서 남편인 김아무개(43)씨가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동아건설에 취업을 했다. 그러던 중 93년 공사현장 8m 높이에서 떨어진 구조물에 맞아 하반신 반신불구가 됐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10년 이상을 방안서 누워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런 그들 부부도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동포돕기에는 적극적이다. 정씨는 말한다. “청진에 사는 외삼촌께서 얼마 전 옥수수와 죽은 뒤 입을 옷을 보내달라고 편지를 해, 우리 형제들이 도와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조만간 먹을 것과 옷가지를 들고 북한에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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