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이라는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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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3-25 15:18|본문
우리 가게에서는 중국의 다수 민족인 한족(汉族)이 소수 민족이다. 17명의 직원 가운데 한족은 단 2명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15명 가운데 1명은 몽고족, 14명은 조선족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한국어(조선어)로 이루어진다.
내가 딱히 의도했던 조직 구조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다. 주위에서는 "참 복 받았다"고 축하해주지만 복을 받은 건지는 계속 두고 볼 일이다. 여하튼 외국에서 사업하면서 내가 줄곧 사용해오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편한' 일이긴 하다.
한국인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지리적 접근성도 있지만 조선족의 존재가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일본인이 중국에 정착하여 나처럼 1년 만에 버젓한 식당을 창업할 수 있었을까? 일본인에게는 중국에 '일본족'이 없지만 한국인에게는 조선족이 있어 중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한국인에게 조선족의 존재는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논한 적이 있는데, 나는 단연 축복의 측면이 많다고 판단한다. 다만, 조선족에게 한국인의 존재는 축복인가 재앙인가는 좀 더 복잡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하는 의미 없는 논쟁을 벌이기에 앞서 서로가 밀접히 관계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관계하며 존재하는 한, 서로의 관계와 존재를 드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우리 가게 직원의 대부분을 조선족이 차지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모든 것이 중국어가 빈약한 나의 탓이지만, 주요한 지시를 모두 조선족을 통해 내리다 보니 유능한 한족 직원들이 소외받는 느낌을 받았나보다.
한편으로 일부 조선족 직원은 한족에게 주어질 일이 먼저 자신에게 전달되어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에 작은 불만을 갖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경력이 오래된 한족 직원보다 사장과 소통이 잘 되니 우쭐함도 느꼈다보다.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국 사업에서 나의 또 다른 숙제가 될 것 같다.
각설하고, 짧은 시간에 내가 중국 사업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준 조선족 펑요우(朋友)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들과의 교감이 중국 사업의 단기적 디딤돌이 되었다면, 앞으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인 모두와 풍부하게 교감하는 것이 사업의 장기적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조선족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에게 든든한 디딤돌이자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또 한편, 괜스레 조선족 사회에 민족주의 바람을 불어넣는 일부 한국인들에게 이번 기회에 하고픈 말이 있다. 그보다는 중국 내에서 조선족들이 든든한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중국인으로서의 조선족'을 존중하는 것이 백번 낫다는 말이다.
내가 너무 보수적이 된 탓인지, 오랜 시간 순리 있게 형성되어온 존재와 관계를 깨뜨리는 일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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