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족'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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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5-21 09:57|본문
작자 정인갑
우리 민족의 명칭은 ‘조선족’이다. 한어로는‘朝鲜族’이며 가끔 ‘朝’ 또는 ‘朝族’로 략칭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떤 도서를 출판할때 '본 도서의 소수민족어 번역본 (蒙藏哈维朝语)도 곧 출판된다’'라는 기사를 종종 볼수 있다. 또 리력서의 민족을 적는 칸이 한글자밖에 쓸수 없을 정도로 작을때 필자는 ‘朝’자를 적어넣군 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을 '선족'으로 략칭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는 일본식민주의자가 우리 민족을 폄하(贬下)하기 위해 만들어낸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식민주의자는 동아세아의 각 나라들을 침략하며 식민주의의 의도에 맞추어 새로운 명사들을 많이 고심해냈다.
우선 '조선왕조'를 '리조'라 고쳐불렀다. 이렇게 고치면 그들이 침략한 상대는 한개 나라가 아니라 한개 왕족에 불과한 것이니 많이 합리해지는 셈이다. 공식 이름 '대한제국'은 아예 없애버렸다. 또 '조선'을 '선'이라 불렀다. '내선일치'라는 말에서 '일본'은 '내'로 표현하고 '조선'을 '선'으로 폄하하였다. ‘日本’을 ‘태양의 나라’, ‘태양이 뜨는 나라’로 자처하는데 ‘해가 뜨는 나라’, ‘아침의 나라’를 상징한다는 ‘朝’자가 대단히 혐오스러웠던것이다.
‘중국’을 ‘支那’로 고쳐불렀다. 사실 ‘中国’은 자고로 나라이름이 아니다. ‘세계의 중심지’, ‘동아세아의 중심지’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1911년 신해혁명을 통해 세운 나라 ‘중화민국’을 략칭하며 ‘중국’이 공식 나라 이름으로 됐다. 바다속의 조그마한 섬이 ‘세계의 중심’ 또는 ‘아시아의 중심’을 침략한다는것은 도저히 명분이 서지 않으므로 ‘지나’로 고쳐불렀다. 또한 현재 베트남 등을 ‘인도지나’로 불렀다.
저들의 이름은 되도록 크게 팽창시키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본’은 ‘대일본제국’ 이고, ‘내국(내선일치)’이며, 저들이 세운 괴뢰정부는 ‘만주국’, ‘만주제국’이며 그 정부의 꼭두각시 ‘부의’를 ‘황제’라 불렀다. 또한 그들의 세력범위를 ‘大东亚共荣圈’로 자칭하였다. ‘만주국’도 ‘满州国’이 아니라 ‘满洲国’으로 표기하였다. 한어에서 아무리 큰 지역도 ‘州’로 표기하지(고대의 ‘九州’ 등) ‘洲’로 표기할 수 없다. 다만 나라보다 큰 ‘亚洲(아세아주), 非洲(아프리카주), 欧洲(유럽주), 美洲(아메리카주), 南极洲(남극주) 등 다섯 지역만 ‘洲’자로 표기할수 있다.
<중국조선족이민사>를 중화서국에서 출판할때 필자는 원고의 ‘满洲国’ 을 ‘满州国’으로 고치다가 ‘손춘일 교수가 왜 이런 실수를 하였지?’하며 사전을 둘춰보고 깜짝 놀랐다. ‘满洲国’이 맞았다. 손춘일의 실수가 아니라 필자의 식민지문화에 대한 지식이 천박하였던것이다. 일본제국주의자는 1932년에 ‘满洲国’을 세우고 1934년에는 ‘满洲帝国’으로 개명하였으며 내몽고 후룬벨맹의 ‘胪滨县’을 ‘满洲里’로 고쳤다. 중국지명에 ‘洲’자가 ‘满洲国’과 ‘满洲里’ 두곳에 등장하는데 모두 식민지문화의 잔여이다. ‘满洲国’은 이미 지나간 력사이니 별수 없고 ‘满洲里’를 ‘满州里’ 또는 ‘胪滨州’로 고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어떤 사물이나 그에 걸맞는 이름을 쓰는것은 십분 중요하다. 그러므로 공자는 ‘정명(正名)’설을 주장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 하여야 한다…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견해가 순통할수 없고 견해가 순통할수 없으면 일이 성사될수 없다(必也正名乎…名 不正则言不顺,言不顺则事不成).’ 필자는 지금 <중국민족백과전서>의 최종 심열과 수정의 일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 와중에 소수민족칭호의 중요성을 많이 체험하였다. 중국의 56가지 민족은 다 공식명칭이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중시를 돌렸다.
‘犭童族’ 이란 표기를 엄금하고 ‘僮族’이라 표기하다가 ‘壮族’이라 고쳤으며, ‘夷族’을 ‘彝族’ 이라 표기하고 ‘毛难族’을 ‘毛南族’이라 고치는 등, 모두 국무원과 주은래총리가 직접 참여하여 해당민족의 찬성을 받아 하나하나 규범하였다. 민족단결과 화해로운 사회의 형성에 기여하였다. 조선족의 명칭에 문제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1950년대~1960년대 초반까지 필자의 고향 료녕성 무순시 한족의 조선족에 대한 칭호는 오가잡통이였다:‘朝鲜族’ ‘鲜族’ ‘韩国人’ ‘朝鲜人’ ‘高丽人’ ‘高丽’ ‘小高丽’ ‘大裤裆’ ‘高丽棒子’…. 1960년대후반부터 뒷부분의 칭호가 점점 사라졌으며 1980년대부터는 기본적으로 ‘朝鲜族’ ‘鲜族’ 두 가지만 남았다.
조선족의 자칭에도 문제점이 있다. 조선어로는 ‘조선족’ 또는 ‘조선사람’ 두가지 칭호만 쓰고 한어로는 연변조선족은 ‘朝鲜族’ ‘朝族’ 두가지를 쓰고 연변외의 조선족은 ‘朝鲜族’ ‘鲜族’ 두가지를 쓴다. 지금부터라도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대서특필하여 ‘朝鲜族’이란 명칭만 쓰고 ‘朝族’를 쓸수도 있다는 관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민족 자체도 ‘鲜族’란 명칭을 쓰며 어떻게 다른 민족이 ‘鲜族’라 부른다고 나무람할수 있겠는가! 최근 몇년간 일부 인터넷사이트에 중국조선족을 모독하는 글이 나타나군한다. 심지어 어떤 문장은 상층지식인이 쓴것이다.
전형적인 례로 王아무개라는 녀석이 凤凰网에 쓴 문장에 1931년 만보산사건을 거들며 조선족을 ‘일본한간’ 즉 ‘二鬼子’ 민족으로 몰아부쳤다. 조선족이 항일에 큰 기여를 한것은 언급도 없다. 또 어떤 댓글에는 심지어 ‘高丽棒子’라는 욕찌걸이도 나타났다고 한다. 경악할 일이다. 우리 조선족은 중국혁명에 큰 기여를 한 민족이다. 필자는 이미 <중국민족 백과전서>의 20여개 민족의 원고를 마감했지만 다른민족은 몇명 또는 수십명의 혁명렬사가 나타난것도 대서특필되여있다. 그런데 조선족은 해방전쟁때만 해도 3만여명의 렬사를 배출하였다. 이처럼 전민족적으로 혁명에 一边倒한 민족은 56개 민족중 둘도 없다. 우리를 ‘일본한간’ 민족, ‘二鬼子’민족으로 보는것이 된 말인가!
최근 북경텔레비, 중앙텔레비 방송에 ‘鲜族’라는 호칭이 명번 등장하였다. 이에 김인철이란 지성인 방송국에 항의편지를 썼으나 해결을 못보고 국가 주요 령도에 편지를 써 끝내 방송국의 반성과 검토를 받아냈다. 또한 필자를 포함한 세사람이 가서 그들에게 세뇌교육을 하는 기회도 가졌다. 인터넷에 올려진 조선족을 모독하는 글을 보고 리수산 선생이 격분하며 우리민족의 지성인들에게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설것을 호소하고 있다. 참으로 가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