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남북관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1-12-30 18:22|본문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정은 시대의 남북관계는 긴장 속에서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30일 국방위 성명을 통해 북측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주민들에게만 위로를 표하고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제한한 남측 당국의 조치를 비난했다. 또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남측이 군과 재외공관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등 마치 급변사태가 날 것처럼 대응한 것과 보수단체들이 김정일 부자를 비난하는 심리전 삐라를 계속 살포하는 것도 거론했다. 특히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하루 만에 정부가 담화를 내고 이희호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을 허용한 것을 북한이 전혀 평가하지 않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 일각에는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리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했던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성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방위가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상 못한 반응은 아니지만 최고권력기관의 입장인 만큼 왜 지금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내부 결속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좀 긴장상태로 가져갈 것이라는 의도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민간단체들이 휴전선 부근에서 김정은 부위원장과 생모 고영희를 거론하며 정통성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 심리전 전단 살포를 이어가고 있어 충돌의 불씨가 상존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모든 권력 엘리트들이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김정은을 비난하는 심리전을 방치할 경우 군사적 모험주의 성향을 지닌 충성파 군지휘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남북관계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국방위 성명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 번영의 길을 향하여 힘차게 나가게 될 것"이라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을 덧붙이고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 남북 정상 간의 두 선언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대북정책과는 다른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며 그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이 이날 국방위 성명에서 두 선언의 실현을 위한 '거족적 투쟁'을 언급한 것은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이 없을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1월1일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을 지켜보고 이튿날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30일 성명에 맞불을 놓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기조 전환을 밝힐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가져가는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후 지금까지 '미 제국주의'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았다. 결국 국방위의 이날 성명은 통미봉남의 의도도 담고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방위 성명은 통미봉남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과 달리 한·미동맹이 공고하기 때문에 북측 의도대로 통미봉남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5~16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식량지원 회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연초에 미국 측에 식량지원 협의를 속개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은 쌀을 포함한 대북 식량지원 이외에 뾰족한 길이 없어 보인다. 장용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대북 쌀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따라올 것이다. 다른 방법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 손제민·전병역 기자 jeje17@kyunghyang.com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정은 시대의 남북관계는 긴장 속에서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30일 국방위 성명을 통해 북측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주민들에게만 위로를 표하고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제한한 남측 당국의 조치를 비난했다. 또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남측이 군과 재외공관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등 마치 급변사태가 날 것처럼 대응한 것과 보수단체들이 김정일 부자를 비난하는 심리전 삐라를 계속 살포하는 것도 거론했다. 특히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하루 만에 정부가 담화를 내고 이희호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을 허용한 것을 북한이 전혀 평가하지 않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 일각에는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리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했던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성명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방위가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상 못한 반응은 아니지만 최고권력기관의 입장인 만큼 왜 지금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내부 결속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좀 긴장상태로 가져갈 것이라는 의도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민간단체들이 휴전선 부근에서 김정은 부위원장과 생모 고영희를 거론하며 정통성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 심리전 전단 살포를 이어가고 있어 충돌의 불씨가 상존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모든 권력 엘리트들이 김정은에게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김정은을 비난하는 심리전을 방치할 경우 군사적 모험주의 성향을 지닌 충성파 군지휘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남북관계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국방위 성명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 번영의 길을 향하여 힘차게 나가게 될 것"이라며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을 덧붙이고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 남북 정상 간의 두 선언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대북정책과는 다른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며 그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이 이날 국방위 성명에서 두 선언의 실현을 위한 '거족적 투쟁'을 언급한 것은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이 없을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1월1일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을 지켜보고 이튿날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30일 성명에 맞불을 놓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의 기조 전환을 밝힐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긴장상태로 가져가는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후 지금까지 '미 제국주의'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같은 표현들을 쓰지 않았다. 결국 국방위의 이날 성명은 통미봉남의 의도도 담고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방위 성명은 통미봉남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과 달리 한·미동맹이 공고하기 때문에 북측 의도대로 통미봉남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5~16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식량지원 회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연초에 미국 측에 식량지원 협의를 속개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은 쌀을 포함한 대북 식량지원 이외에 뾰족한 길이 없어 보인다. 장용석 연구위원은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대북 쌀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따라올 것이다. 다른 방법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 손제민·전병역 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