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기술교육, 베일에 가려진 정체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12-20 11:17|본문
지난 3일 흑룡강신문사 서울지사에서 C-3입국 중국동포 정책관련 토론회를 가졌다.
40~50대 시골농민, '한국의 선진기술 배워 취직하라'
용접학원 4개월째 이론교육에 용접봉 만져도 못보고
보름 교육이면 가능한 민간인 자격증 9개월 강의라니?
수강생들 정당한 권익 주장에 '뒤통수 맞고 싶냐' 협박
''중국동포들이 이제부터 한국의 선진기술을 배워 힘들고 어지러운 3D업종을 벗어나 노임이 높은 직종에서 버젓하게 일하며, 귀국 후에도 배운 기술을 널리 활용하기 바랍니다.''
이는 요즘 단기비자(C-3)입국동포를 받아들이기에 열중하는 재외동포기술교육관련 학원장이나 기술교육지원단 관계자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꺼내는 말이다.
정말 그대로 될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단기비자입국 동포들의 경우 대부분 학력이 낮은 40~50대의 시골농민이고 손에서 책을 놓은 지도 수십 년이 되는 사람들이다.
''부동한 사회언어환경에서 자란 우리는 금방 입국하여 일상 한국어대화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강사는 학식을 자랑하듯 칠판에 영어를 마구 써내려 가며 연설을 해대니, 저희들에겐 교육이 아니라 일종 고역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말 머리가 아프고 부아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영등포구 모 기술학원에 다닌다는 박씨 남성(53,연변)이 12월3일 오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흥분에 젖어 꺼낸 얘기다.
가정부로 일하며 서울의 강서구 모 제과(제빵)학원에 다니는 50대 여성(흑룡강)은 현행 교육에 불만이 컸지만, 월 30만원이란 비용을 지불했으니 장차 가정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여 제빵기술이라도 배우려 했다.
하지만 처음 한두 번 제빵강의를 대충 하고는 줄곧 쓸모 없는 제과기술을 강의하여 강사와 여러 번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빵 기술을 배워달라고 하면, 강사는 한국인도 따내기 어려운 자격증을 동포들이 취득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니 체념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라는 식이란다.
''이렇게 전혀 먹혀 들지 않는 강의를 반년,9개월씩 끌고 가며 사람을 괴롭히느니 차라리 사발 씻는 재간을 배워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울화가 치민 여성의 말이다.
종로구에 위치한 제일에너지 교육원(용접,보일러,배관)은 한국 내 여러 동포 매체에 광고를 싣고 중국의 연변에 가서도 홍보전을 벌이며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설명회를 열어 학원생을 대거 유입하였다.
''신체가 약한 저는 용접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넉 달 동안 알아듣지 못할 이론 강의만 하고 실기수강은 한번도 없었습니다.용접은 2~3년 실천을 거쳐도 자격증취득이 어렵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용접봉을 만져보지 못했으니 학원교육의 목적이 정말 우리한테 기술을 배워주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교육은 1년이 아니라 10년을 받은들 취직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학원에 다니며 취직하려니 너무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오후, 기자를 만난 최씨 남성(연변 왕청)의 토로이다.
기자가 알아본데 의하면 강북구에 있는 메디칼 간호학원은 기능사자격증 발급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기술교육지원단과 학원측 관계자가 이 학원의 동포수강생모집 경위를 여차여차하게 설명하기까지 진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 학원에서 9개월 수강 후 차례지는 건 간병인이란 민간인 자격증, 이런 증서는 해당 간병인 협회에 등록하여 10~15일간 교육을 받고 15만~20만원 비용을 지불하면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학원생들이 3개월이 지나도록 시험을 치지 않으니 영문을 따지고 자격증 관련 질문을 들이대자 학원 측은 ''누가 이렇게 선동하는가, 주모자는 단속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전부 교육과정을 마치고 취업비자로 변경만 시켜주면 되지 않는가 하며 수강생들 흥분을 무마시키고 있단다.
지난 11월의 하루, 기자를 만난 자리서 강한 불만을 표하던 수강생들이 학원측 ‘훈시’를 받고 난 다음엔 전화로 연락을 해도 피해가 걱정된다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떤 수강생은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어 대통령한테 편지를 써 보낼 생각마저 가졌다고 한다.
가정의 중임을 떠메고 돈을 벌려는 일념으로 한국에 왔고, 비자변경에 명운을 건 중국동포라고 정당한 권익을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내지 말라고,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며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해도 되는지 정말 곤혹스러울 뿐이다.
이 밖에도 적지 않은 학원의 수강생들이 현행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과목을 보다 실용적인 내용으로 조절하거나 교육기간 단축요구를 제기하면 학원 측은 ''뒤통수 맞고 싶냐?'',''출입국에 통보해 조치한다!''는 식으로 못을 박기가 일쑤라 한다.
''참으로 대부분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지 않으면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혹은 먼산 바라보듯 앉아있는데 강의를 하려니 멋 적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서울 용산의 모 학원 강사는 자신이 비록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어려운 동포를 상대해 왜 이런 강의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된다며 무거운 심중을 토로했다.
''정말 실력에 따라 자격증을 발급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주지 않고 3개월이 지나니 학원측은 무조건 다음 3개월 학비를 내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제도가 과연 동포들이 기술을 배우도록 제정한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학원비를 더 챙기려는 게 목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린컴퓨터학원에 다니는 30대 남성(길림)은 원래 중국에서도 컴퓨터를 많이 다루어 이론이나 실기에 모두 자신이 있다며 3개월에 자격증을 취득하려 했지만 학원측이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과연 학원기술교육이 비자변경과 연관이 없다면 취업을 위해 9개월(원 규정은 12개월)이란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들이며 지금의 학원을 선택할 동포가 전체적으로 1%가 되겠습니까?이것이야 말로 대가성 비자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기자를 만난 여러 학원 수강생들이 하나 같이 들이대는 질문이다.
동포기술교육을 맡은 학원,기술교육지원단 그리고 관련 정책을 출범한 법무부 관련 부처들에서 끓어오르는 동포사회 목소리를 도외시하고, 현행교육제도를 강행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더는 이대로 덮어 감추거나 묵과해버릴 수만 없는, 절체절명의 사안인 듯 싶다.
한 겨울 추위가 점점 여물어 가는 요즘,취직마저 힘들어 학원비,식비,교통비를 이어대기도 어렵다며 실용성이 없고 불합리한 학원교육기간을 단축해 달라는 동포 수강생들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