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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의 현주소와 미래지향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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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3-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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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의 현주소와 미래지향에 대한 고찰
 
류연산 연변인민출판사 사장조리
 
1. "평양기준”

필자가 이 글에서 다루는 우리말이란 조선족의 언어와 문자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조선과도, 한국과도 다르고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이나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한인들과도 구별되는 조선족 특유의 우리말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말은 조선과 많이 닮아있다. 그것은 조선반도가 남북으로 갈리고 3.8선을 경계선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구조가 형성되면서 언어자체도 조선말과 한국어로 갈린것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있다. 리념대결로 인한 편가르기 구조속에서 이빨과 입술의 관계로 비유되는 중국과 조선의 정치, 외교 수요에 의해 우리말은 자연히 조선을 본받게 되였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 1957년 주은래총리가 «조선어는 평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한 지시를 들수 있다. 주은래는 언어학자6
가 아니다. 더구나 우리말도 모른다. 그런 분이 우리말의 발전방향을 정해주었다고 하면 학술에 위배되는 일이 아닐수 없지 않다는 추측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그랬으면서도 그 지시정신이 당시 조선족사회에 복음이나 다름이 없었던것도 사실이다.

1950년대 중,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연변의 개별적인 언어학자들은 우리말 순수성을 고집하면서 한어를 걸러낼것을 주장하였다. 비행기(飛機)를 날틀, 기차(火車)는 불수레라는 식으로 억지로 려과를 하려고들 하였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반우파투쟁이 시작되고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운동이 심화되면서 순수성을 주장하던 학자들은 반동적인 민족주의자로 억울한 루명을 쓰는 상황에 부딪쳤다. 그러한 때 주덕해동지는 주은래총리를 만나 정황을 회보하면서 방향을 잡아줄것을 건의했다고 하며 그때 주은래총리가 “평양기준”을 정해주었다는 일설이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이러저러한 설에 비추어서 나름대로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지시를 했는가 하는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지시정신이 당시 언어문제로 학자들을 민족우파로 루명을 씌우던 정치적 국면에 종지부를 찍게 한 동시에 무모한 언어개혁에 제동를 걸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아주 적시적이였고 정확한것이였다. 그후 19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이래 당의 민족정책은 점차 무시되기 시작하였는데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적인 동화정책이 살판을 치던 때인 1972년 당시에 이르러 주은래총리의 이 한마디는 다시 우리말을 죽음의 낭떠러지에서 구해주기도 했었다.

그러지 않아도 광복후 우리말은 평양을 따라서 변화, 발전해왔다. 1952년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성립되기전까지 조선족은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인이였다. 당시의 신문이나 책을 보면 조선이 조국으로 기록되여있다. 그러한 력사적상황에서 학교의 조선어문교과서와 력사교과서 등은 조선의것을 가져다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가 건립되여서부터 문화대혁명전까지 서점가에서 팔린 조선문 도서들 상당수는 조선에서 출판한것들이였다. 그러한 문화교육환경속에서 우리말은 자연히 조선을 닮게 되였고 그러한 전통은 언어문제에 대한 정치의 간섭을 거부감없이 받아드리는 전제조건을 만들기도 했다.

만약 주은래총리의 이른바 “평양기준”이 없었다고 하면 반우파투쟁으로부터 문화대혁명까지 계속된 오랜 력사시기에 우리말은 기시되고 우리의 문화는 계속 짓밟혀서 릉지처참을 당하지 않을수 없었을것이다. 모든 학술이 무시되고 정치기준이 유일한 진리로 간주되던 당시에 있어서 “평양기준”은 우리말 생존과 발전의 정치적담보였다.

2.《조선어문사업조례》

1988년, 연변조선족자치주인민대표대회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헌법», «중화인민공화국 민족구역자치법», «연변조선족자치주자치조례»의 관련 규정에 좇아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어문사업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는 조선족들이 민족언어를 사용하고 발전시킬데 대한 정책을 법적지위로 끌어올린것이였다. 그전까지는 정책으로 민족언어가 보장되였을뿐이였다. 그런데 정책이라는것은 지방정부가 지방의 구체적실정에 의해 조절이 가능한것이였다. 그러므로 당상관(堂上官)이 바뀔 때마다 당상관의 의사에 의해 앞뒤로 흔들리고 좌우로 휘청대고 상하로 오르내릴 여지가 충분했었다.

이 조례에서는 조선어문자의 규범화, 표준화와 조선어문자의 건강한 발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여러 법적인 조목들을 제정하였다. 이 조례에서는 조선족인민의 민족언어사용과 자치주 기관, 법원, 검찰 등 모든 부문에서 조선어를 한어와 똑같이 사용할것을 규정하였고 조선족간부들이 본민족의 언어를 사용하는것과 동시에 한족간부들이 조선어를 배우는것을 제도화하였으며 간판으로부터 정부문건, 회의, 시험 등에서도 조선어를 한어와 병용할것을 규정하였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바로는 조선어연구와 교육, 해외와의 학술교류 등에 대한 조목이다. 조례가 만들어질 당시 해외와의 학술교류는 조선을 상대로 한것이였다. 그것은 주은래총리의 “평양기준”을 좇아서 조선의 언어규범을 따른다는것을 전제로 한것이였다.

그로부터 15년후인 2003년에 연변조선족자치주인민대표대회에서는 «조선어문조례»에 대한 수정을 하였다. 시장경제체제가 초보적으로 건립되고 경제와 사회 각 방면에서 변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계획경제체제에서 만들어진 조례의 여러 조목들은 이미 효률성을 잃었거나 현실에 부합되지 않았기때문이였다. 그런데 한가지만은 드팀이 없었는데 바로 평양을 규준으로 한 조선언어규범화에 대한것이였다. 그것은 신성시된 유럽 중세의 카톨릭사원처럼 감히 범접할수 없는 금지구역으로 되였다. 주은래총리의 “평양기준”은 50년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있음을 통감하지 않을수 없다.

3. 우리말의 현주소

조선족의 언어환경은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우리는 언어문자에서 날따라 우리 본래의 “우리말”이 위축되고 갈수록 한국어가 흥성하고있음을 본다. 지난 세기 80년대말 연변에서 한국을 다녀온 사람이 한국말을 하면 왕따를 당하기가 십상이였지만 오히려 지금은 한국말을 하지 않으면 무식한 사람취급을 당한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은 23만 5천명, 지금까지 한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어림짐작을 해도 연인수로 50만명 이상일것이다. 조선족의 30%를 웃도는 사람들이 한국을 다녀왔다는 계산이다.

한국뿐만아니라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가있는 조선족도 상당한 수자이고 북경, 천진, 상해, 청도 등 대도시와 연해지구에 가있는 조선족도 상당하다. 국내에서의 조선족의 집거구가 재구성되고있는것이다. 연변을 중심으로 동북3성 각지에 분포되여있던 조선족은 관내 대도시와 연해지구에 대거 이주하고있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수자는 없지만 청도에만 25만 이상이라는 설에 미루어볼 때 관내 조선족이 50만 이상이 된다고 추측된다.

2000년 전국인구조사에 의하면 조선족의 인구는 193만, 현재 절반 이상이 해외로 나가고 관내로 진출했다. 새롭게 생겨난 이러한 조선족의 거주구역과 재중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과 잡지는 모두가 한국어이다. 그 대표적인 신문으로는 «흑룡강신문»의 일요일판이고 대표적인 잡지는 할빈 조선족문화관에서 발행하는 월간 «송화강»이다.

산해관을 경계로 둘로 나뉜 조선족사회의 언어환경은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의 언어가 갈리듯이 조선어와 한국어세계로 나뉘고있다.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이 30만이라고 하고 2010년이면 100만, 2020년이면 200만이 될것이라는 추측도 나와있다. 그와 같이 그들은 또 중국내에서 새로운 조선민족의 군체를 형성할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이 있는 곳에 조선족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기 마련이라 혈연의 관계를 가진 동족이라는 친밀감과 언어소통으로 말미암아 조선족은 운명적으로 고국을 떠날수 없고 한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을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이 관내와 동북 어디에든 없는 곳이 없으므로 조선족은 한국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을수 없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달한 국가로서 한국의 문화도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근년에 아시아에서 한류가 휘몰아치고있다. 그 영향으로 말미암아 중국에서 한국으로의 류학붐이 일고있다. 동시에 전국에서 60여개소의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설립하였다. 한족들은 한국어를 배우고있다. 지금 조선어를 가르치는 대학으로는 연변대학과 민족대학밖에 없다.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에서도 한족을 상대로 하여서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조선족학생을 상대로 하여서는 조선어를 가르쳐 일원량제(一院兩制)정책을 실시하고있는 실정이다.

신문출판업에서도 한국어를 점차 사용하고있다. 대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신문과 도서의 판매량도 조선어를 사용하는 신문과 도서에 비해 훨씬 많다.

우리는 한국어를 매개로 하는 언어환경속에 처해있다. 그런데도 우리말을 계속 고집한다면 세계 조선민족과의 교류에도 장애를 만드는 격이 될것이다. 한국어를 하는 모든 조선민족한테서 소외될것이고 한국어를 선호하는 한족들한테서도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다.
한족들은 한국어방향으로 나가고있는 때 조선족들은 조선어의 옛규범에 발목이 잡혀있어야 하는 리유가 무엇인가?

4. 우리말의 미래지향
 
2006년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북경에서 열린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전문가 초청회의»에서 남북한과 중국의 언어학자들은 겨레말의 미래지향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돌렸다. 최윤갑교수는 “ㄹ, ㅇ”의 두음법칙을 두고 그외의 모든 방면에서 한국어를 따를수 있다고 했다. 그분의 견해에 대해 한국학자들과 조선의 학자들도 동감을 표시했다.

우리말의 미래지향은 한마디로 한국어이다. 필자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인민대표대회 대표의 신분으로 지난 2월 제12기 제5차 회의에서 «조선족의 언어환경을 한국어로 전환할데 대한 의안»을 제기했고 대회에서는 중요한 건의로 받아드렸다. 그것은 올해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사업의 의사일정에 올랐다는것을 의미한다.

역시 문제는 «조선어문사업조례»이다. «조례»속에 한국어방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우선시하는 연변의 정치환경에서는 주은래총리의 “평양기준”이 걸림돌이 될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반우파투쟁과 문화대혁명이라는 특수한 정치상황에서 조선족의 언어문자를 보호하는 지시라는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때로부터 세월은 벌써 반세기가 지났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이미 세상은 다섯번이나 변한 셈이다. “평양기준”은 때지난 골동품이 되였다. “한국어방향”으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있다.

지금도 실제를 떠난 허상을 붙잡고 앉아서 준엄한 현실을 외면하는것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것이며 자살행위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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