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조선족 다단계 덫에 걸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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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5-26 09:50|본문
'중국 동포 피해자를 함정에서 구해 주세요'란 플래카드를 들고 대한법률 구조공단을 찾은 재한 조선족 피해자들.
▲ (주) '나눔의 사람들' 동포 등쳐 먹는 사기꾼 집단
▲ 연변동포 선봉장으로 내세워 연변동포를 무더기 벼랑끝으로 내몰아
▲ 다단계 늪에 빠진 사람을 구해줄 '구세주'는 없다
▲ 다단계를 멀리하는것이 건강을 지키고 가정을 지킨다
▲ 소탐대실-작은것을 바라다 큰것을 잃는다
일찍 한국 부산에서 하브쎄이 다단계업체를 운영하다 페업하고 서울시에서 (주)‘나눔의 사람들’로 탈바꿈한 이 회사는 처음부터 사기의 본성을 드러냈다. 총 한화 13억원 투자를 130억원이라 부풀려 ‘엄청난 실력’을 갖추었다며 회사 설립자는 한국의 실정과 다단계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중국 동포를 '사냥감'으로 하여 사기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중국의 조선족집거지 연변에서 온 동포중 몇몇을 선정하여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회사측의 '특혜'를 받은 이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일정 직급에 오르면 ‘고정수당, 평생 연금이 보장되고 주식이 2~3세까지 상속이 가능하다’는 등등의 감언리설로 한화 수백만원, 1000여만원, 수천만원, 나중에는 억대에 이르는 피라미드식 구조의 피해집단을 량산해 많은 동포가정을 벼랑끝에 내몰았다.
현재 한국 서울시 '장한평' 피해자 가운데 연변에서 온 동포가 많은 또 다른 리유는 회사가 연길에도 이미 지사를 차려 곧 오픈하게 되니 재입국 관련자나 체류만기 자들이 귀국해도 계속 영업을 할수 있다고 끊임없이 유혹했기때문이다.회사측은 연길 기차역앞 부유보건병원 근처의 전진가 ××번지에 ‘모모 일회용품회사’란 간판이 걸린 건물과 실내 인테리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돌리며 금년 여름이면 오픈한다고 끊임없이 선동했다.
다단계에 투자하고 이미 귀국한 이들은 연길 회사가 오픈하기만을 고대하고 있으며 귀국일자가 림박한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동영상에서 밝힌 주소대로 회사를 찾아가 확인하게 했으나 아무리 훑어봐도 연길에 그런 간판이 없다고 했다. 회사측이 어느 거리에서 만들었는지 모를 동영상은 더 많은 연변 동포를 함정에로 끌어들이기 위해 꾸며낸 기만술책의 일단이었다. 연변에서 온 50대의 김모 녀성, 홀몸으로 식당일, 간병을 두루 하던 그녀가 친구로부터 다단계투자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손만 놀리면 되는 일’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그녀가 '다단계'에 가입한 시간은 2009년 1월, 반년을 간신히 버티다가 퇴출했다. "저로선 악몽이라고 할수 밖에 없습니다" 4월 23일, 피해자들이 두번째로 서울 남부지검을 찾아 집단신고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에게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다. 그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을 전부 밀어 넣고 연길의 집마저 팔려했으나 대학에 다니는 아들애가 반대하여 주춤하고 있었다.
후에 어느 지방의 현장에서 일하는 고향 사람 최모를 설득하여 가입시켰다. 가져온 물건이 심상치 않아 최모는 이틀 만에 반품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김모 녀인을 찾아 배상을 요구했으나 그녀에겐 돈이 없었다. 최모는 집에 있는 아들더러 대학공부를 하고 있는 김모의 아들을 찾게 했다. 주먹질로 이름난 최모의 아들이 "네 엄마가 우리 아버지를 해쳤으니 그 책임을 네가 져라" 며 울러메였다.
김모의 아들은 저녁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매달 인민페 1000원씩 갚는다고 했다. 전화에서 금방 20대에 들어선 아들이 이마에 주름이 생겨난다는 고백을 듣고 장밤 눈물을 흘렸다고 그녀는 말했다. 바로 김모 녀인처럼 한국에서 친척이나 고향사람을 다단계에 끌어들였다가 재입국을 위해 들어간 사람들이 가족을 상대로 협박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며 어떤 가정은 성화에 못 이겨 집을 팔거나 연해지역으로 잠적 해버린다고 한다.
24일 오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경기도 일산 소재 장씨 녀성은 다단계에 4년 동안 모은 밑천을 밀어 넣고도 고향사람 돈을 수천만 원 꿔 대다 빚을 갚는데 아들이 장가들면 주려고 마련했던 집을 팔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날이 막막하여 ‘장한평’의 9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을 가진 게 한두 번 아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에 남보다 일찍 들어온 윤씨 녀성은 8년 전 수하에 6명 직원을 두고 사우나의 맛사지 일을 도맡았다.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몸은 고달팠으나 소득이 알찼다.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힘들지 않고도 두둑한 고정수당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있다며 꼬드겨 나중에 출입하게 된 것이 ‘장한평’이였다. 그동안 돈을 좀 벌었다는 내막을 낱낱이 조사하였으니 한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허투루 놓아줄리 없었다.
피땀으로 모은 돈을 날린 건 물론 친척들마저 끌어들였다가 모든 꿈이 깨지고 말았다. 동생이 찾아와 집에다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하는 소동마저 벌어졌으며 지금은 여러 형제와 조카들까지 모두 거래가 끊겨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자살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대학을 나온 딸애가 매달리며 위로해 지금까지 버티어냈다고 윤씨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직도 큰 걱정거리가 있다. 자기가 소개하여 한화 1000여만원 투자하고 재입국을 위해 들어간 사람이 있는데 언젠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단다.
40대 중반의 강씨 녀성, 가정부로 일하는 그녀를 친구가 여러 번 동원해도 걸려들지 않으니 어느 날 대여섯이 그녀가 일하는 가정집에 찾아들어 ‘공세’를 들이댔다. 처음부터 불안한 심정이었지만 이들의 기염에 눌리었는지 어리둥절한 김에 뭉치 돈을 밀어 넣었다. 팀장인지 하는 사람은 본인의 동의도 없이 한 박스에 한화 58만원 하는 장뇌삼을 27박스 선택해 주었다. 남편 몰래 한 일이라 그 많은 물건을 집에 가져갈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장뇌삼 10박스를 모모 상급에 ‘코밑치성’ 했단다.
나머지는 두루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평소 한화 5만원,10만원 짜리 옷 한 벌 사는데도 다리가 시큰대도록 여기저기 돌아야 한다는 그녀의 아픈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강씨의 경우처럼 다단계직원이 찾아오거나 '사냥감'으로 잡은 사람의 집에서 련일 묵으며 당사자가 어리둥절해 지도록 끈질긴 ‘공세’를 들이대여 ‘식구’로 만드는 사례가 너무도 많다고 한다. ‘나눔의 사람들’엔 회사가 모든 걸 책임지니 ‘식구’들은 보험이 필요 없다는 말이 습관처럼 나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4월25일 저녁 10경,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 온 50대 초반의 전씨 남성이 다단계 피해자 여러 명이 모인 대림동의 한 식당에 들어섰다.
다단계의 ‘식구’였던 전씨는 지난해 의외화재로 엄중한 화상을 입어 피부의식수술까지 받으며 병원비를 한화 600만원 지불했다. 약속대로 한다면 비용은 당연히 회사 측이 전담해야 할 것이다. 전씨가 병원치료를 받는 동안 회사 측은 ‘우리 식구’를 돕자며 련일 동원하여 모금활동을 벌렸다. 1층부터 9층까지 층마다 설치한 모금상자에 동포들은 너도 나도 따뜻한 손길을 보냈다. 한화 만원, 3만원 5만원...지갑을 전부 털어 14만원 낸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한주일 남짓한 동안 수천 명이 동원되어 상자마다 지페가 두둑하였으니 모두들 수천만원, 어림잡아도 한화 1000만원은 문제없다고 짐작하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번 모금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나중에 회사 관계자가 전씨에게 전달한 모금 봉투에 담긴 돈은 고작 한화 22만원, 전씨는 그 자리서 봉투를 찢어버리려 했으나 동료가 말리고 나섰다.다단계 ‘식구’의 병원비 전담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제쳐놓고, 동포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돈을 회사 측이 가로챈 셈이니 이야말로 날강도의 소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 뿐이 아니다. 회사 측은 후에 신규고객을 상대한 교육에서 번마다 상기 전씨의 병원비를 회사 측이 전담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그동안 ‘장한평’을 수없이 나든 동포들은 이 내막을 거의 모르고 있단다. 기자와 만난 자리서 전씨는 후에야 사연을 알게 되었다며 "문 × ×씨(‘나눔의 사람들’ 회장)‘란 이름만 들어도 눈에서 불이 난다, 아무 때든 인피를 뒤집어 쓴 그자를 요정 내고야 말겠다"며 이를 갈았다. 군복무 경력이 있는 전씨는 의리를 중히 여기는 천성이라 전에는 한화 500만원, 1000만원 쯤은 전화 한통으로 친구들이 통장에 입금시켰으나 지금은 단돈 5만원을 꾸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었단다.
서울시 대림의 어느 호프집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정모 녀성. 일찍 한국에 들어와 가정부로 일하다 후에 옷가게를 꾸려 괜찮은 소득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초 다단계에 손을 대어 자기 돈을 밀어 넣고 지방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도 끌어들였다. 약속대로 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니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화목하던 가정에 불화가 잦아지며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지금까지 한해 두 번씩 건강검진을 하였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단계에 다니며 너무 시달리다 보니 실면이 잦고 온몸이 괴로워 지난해 말 병원에 갔다. 과로와 스트레스 루적으로 인한 갑상선암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그녀는 회사를 찾아 병원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회사 측은 ‘출근’을 제대로 안했다는 리유로 지원을 거부했다. 갑상선 제거수술을 마치고 난 정모는 중증 장애인 판정을 받았으며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딸애를 일본 류학 보내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이 거덜 났다며 한탄했다.
40대 한 부부는 일찍 중국에서 다단계에 손을 댔다가 집과 재산을 전부 날렸다. 그런 후 죽어도 다단계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백번 다짐하고 3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대구에 집을 잡아 아내는 식당일을 했다. 현장에 다니던 남편이 친구의 소개로 서울을 나들다 언제부턴가 ‘장한평’출근을 시작했다. 몇 달 후 우연한 장소에서 사연을 전해들은 아내는 당장에서 까무러쳐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지금도 다단계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단다. 아내는 발이 퉁퉁 부어 걷기조차 힘들다며 여기저기 빚을 갚느라 대학을 다니는 아들애 뒷바라지가 걱정이고 말했다.
다단계의 피해가 이처럼 크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요즘은 진급, 주식배당 등에 특혜를 준다며 사람을 끌어들이기에 발광이란다. 이미 한화 8000만원 밀어넣고 1년간 ‘장한평’을 출입하다 몇 달 전 맥을 놓고 있는 박 모는 요즘 한화 1억2천만원 더 넣으면 당장 ‘주인자리’를 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사처에 돈 꾸러 다닌다고 했다. 중국에 집을 팔아 갚는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설득했지만 다단계를 한다니 누구도 응대를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