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많은 재한 조선족 아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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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7-13 08:45|본문
"이모같이, 누나같이"-동북대식당 구선화 씨
"술 한잔이 고플 때, 고향, 가족생각 날 때... 여긴 중국 사람들 아지트예요."
조선족이 많이 사는 경기도 성남. 이곳의 조선족들이 한 목소리로 추천하는 '동북대식당'은 첫 발길이든 단골이든 누구나 그리운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투먼(图们) 출신의 조선족 구선화(47) 씨. 구 씨가 경영하는 중식집 동북대반점은 입구부터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중문 간판(东北大酒店)에서 식당 안 풍경까지 모두 중국이었다.
손님도 모두 중국인. 동북 어투의 중국어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게다가 연변(延边) 함경도 말투, 랴오닝(辽宁) 평안도 말투, 지린(吉林), 하얼빈(哈尔滨)의 경상도 말투까지,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손님들은 "이웃집같다. 주인은 누이같기도 하고 관자포(管家婆, 집사·살림꾼 등)같기도 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싼 음식을 권하는 여주인이 아닌, 피로를 풀러 온 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편안한 아줌마로, "돈 아끼세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가족같은 사장으로 늘 자리를 지키는 구선화 씨는 조선족들을 위해 중국식품 구입, 송금부탁도 군소리 없이 들어주는 그야말로 이웃이다.
정이 넘치는 동북식당에서는, 손님이 직접 맥주를 가져다 마시는 것은 자연스러웠고, 구선화 사장이 계산을 하고 나가는 연길 김 씨에게 "오늘 기장쌀이 들어왔는데 괜찮은 것 같다"며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모습은 매우 정겨웠다.
쌀을 파는 것이냐는 물음에 김 씨는 "자주 얻어다 먹어요", 구 사장은 "아니, 맛좀 보라는 거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앉아있는 손님들 중에는 "밑반찬도 자주 나눠준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음식에 잘 손을 대지 않는 손님의 테이블로 다가가 "왜요, 오늘 맛이 별로에요?"라며 거리낌없이 집어 먹어보는 구선화 씨는 손님을 대한다기 보다는 가까운 친구, 이웃을 초대해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동북식당은 구선화 씨의 지난 10여년 동안의 한국 적응기, 창업 스토리를 담고 있음은 물론, 재한 중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도 묻어있다.
구선화 씨가 재한 조선족 노동자들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한국에서 얼마나 고생들이 많은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은 잘 모를 겁니다.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요. 그래서 잘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고생해서 번 돈을 또 펑펑 쓰는 걸 보면 또 그렇게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절제하라고 잔소리도 많이 합니다. 입맛이 없다는 손님한테는 밑반찬도 싸주고 고향 음식도 해주면서 힘들고 고된 마음 달래드려요.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식당을 찾아주니 고마워할 사람은 오히려 저죠. 덕분에 돈도 벌었고. 고향사람들을 위해 일하면서 돈을 버니까 한국에서 일하는 보람이 있어요."
‘이모님’ 신월화 씨
한국에는 중국집, 중국물품 상점, 무역회사 등 중국 관련 소규모 업체가 많다. 이런 곳들에서 중국식 곡주, 해바라기씨, 썩은 두부 등 대부분의 중국 식재료를 구할 수가 있다.
중국과 한국을 잇는 소규모 무역시장에서도 조선족들이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월화(48) 씨도 이런 중국식품 무역상 중 한 사람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오고 8년동안은 식당일, 포장마차 경영을 거쳐 두 나라를 오가며 식재료 보따리장사를 했다는 그녀는 "한국에 수십개의 상점, 식당에 물량을 공급하거나 대리무역을 맡고 있는데 1년 무역액이 한국돈으로 수십억 대"라고 설명했다.
신 씨는 현재 한국에 물만두, 순대, 닭고기 등을 가공하는 중국식품가공공장을 경영하고 있는데, 공장에 5명의 조선족 직원을 두고 있다.
지금의 무역 루트를 닦기까지 한국과 중국 양국을 수도 없이 오가며 눈물과 땀방울도 말도 못하게 쏟았다는 신월화 씨. "품질 보장과 빈틈없는 신용이 지금 나의 성장을 만들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무단장(牡丹江)의 평범한 노동자였던 그녀는 지금 한중상업무역추진회 회장, 서울중국교민협회 부녀회 회장, 중국 재한동향연의총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을 정도로 재한 조선족 인사가 되었다.
신 씨는 한국에서 재한 중국인 관련 행사가 있을 때면 후원을 아끼지 않으며 재한 중국인들의 화합을 돕는다. 동향회 사람들은 이런 그녀를 '이모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8년 넘게 중국과 한국을 드나들며 일한 그녀는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동북식당', 그리고 '이모님'들이 있어 재한 조선족들의 타향살이기 외롭고 고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