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운동가•한글학자 김슬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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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12-17 18:23|본문
한글운동가•한글학자 김슬옹 교수
[인터뷰]
“한글의 정신과 가치, 인류 문자의 꿈”
한글운동가•한글학자 김슬옹 교수
[인터뷰]
“한글의 정신과 가치, 인류 문자의 꿈”
한글운동가•한글학자 김슬옹 교수
한글운동가, 한글학자 김슬옹 교수는 “세종의 리더십은 인재들을 키워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하고 하층민을 배려하고, 천지자연의 이치를 탐구해 거의 모든 분야에 사람다움의 가치를 반영하게 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왕위에 오른 32년간 많은 업적을 이룬 세종대왕을 통해 우리의 자부심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글과의 인연부터 최근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을 펴내기까지 그의 한글사랑을 들어본다.
한글과의 인연, 한글사랑은 어떻게 시작됐나?
1977년 철도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글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글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게 됐다. 학교가 서울 용산에 있었는데 시골 출신들이 많았다. 기숙사가 없다 보니 일부 가난한 친구들은 신문을 배달하면서 다녔다. 그 바람에 점심 시간마다 신문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신문에 어려운 한자가 많이 실려 있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천자문을 공부했는데도 ‘嬰兒(영아)’의 ‘영’자처럼 천자문에 안 나오는 한자가 쓰이는 걸 보고 가장 뛰어나고 과학적인 한글을 만들어 놓고 500년 넘게 무시해 온 사실을 알고 한글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 당시 한글학회에 전국국어운동고등학생연합회(지도: 오동춘 교사)인 ‘한글나무’라는 동아리가 있어 가입해 한글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이라는 책을 읽고 아예 이름을 순우리말식인 ‘우리 말글의 슬기롭고 옹골찬 옹달샘이 되자’는 의미에서 ‘庸性(용성)’이라는 한자식 이름을 버리고 ‘슬옹’이라고 개명을 했다. 이때가 1학년 말인데 2학년 개학하면서 친구들한테 새 이름을 알리려고 이름표를 바꿔 달고 갔는데 그때 사진이 남아 있다.
늘 ‘한글운동가’라는 수식이 따른다. ‘한글 운동’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한글 운동은 별거 아니다. 한글에 담긴 사람다운 세상을 위한 인문 정신, 민주주의 정신, 자주 정신 등을 나누자는 것이다. 세계 문자사에서 한글처럼 하층민을 배려하고 소통의 평등성을 지향하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이러한 정신과 가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자의 꿈이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가인 존맨이 한글은 모든 알파벳의 꿈이라고 한 것이다. 한글이 쉽고 과학적이다 보니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문자가 된 것이다.
물론 한글 운동이 이런 문자 운동만을 하지는 않는다. 문자는 말을 담는 그릇이므로 말에 관한 운동도 한다. 결국 한글 운동은 말과 글의 문제를 바로잡고 발전시키는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운동과 말과 글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간접적인 언어 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한글 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한 것과 같은 것이다. 해방 후에는 일본말 찌꺼기 몰아내기를 통한 역사 바로잡기 운동,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어려운 말 사용, 영어 남용 막아 내기 등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서 한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한글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신다면?
한글이 쉽고 편리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한글을 통해 우리가 어떤 언어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편리한 한글이 악성 댓글을 다는데 악용된다면 약이 독이 되는 격이다. 그리고 “커피가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잘못된 표현에서 한글의 가치는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우리가 제대로 말하고 소통하는 도구로서 한글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상하이 강연 주제인 ‘세종대왕의 리더십’란?
세종대왕은 22살에 임금 자리에 올라 32년간 서양의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게 된다. 바로 사람다움을 지향하는 문화, 예술, 과학, 문학 등을 꽃피운 것이 르네상스인데 서양은 200-300년에 걸려 완성을 하게 된다. 세종은 이를 대략 30년 만에 이루게 되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세종대왕의 리더십이다. 인재들을 키워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하고 하층민을 배려하고, 천지자연의 이치를 탐구해 거의 모든 분야에 사람다움의 가치를 반영하게 한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을 펴내는데 핵심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무엇이며 복간본 간행은 어떤 의미가 있나?
1446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기 위해 펴낸 책이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적, 내용 등이 담겨 있는 세계기록유산이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가지보라 하여 인류 최고의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446년에 펴낸 원본이 1940년에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을 색깔, 촉감까지 똑같이 하여 간송민술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복간하여 펴냈고 제가 복간 학술 책임자로서 해설서도 같이 펴냈다. 그 동안 복사 수준의 영인본을 통해 그 가치를 나눠왔지만 이제는 현상 복제본을 통해 실감나게 책의 내용과 가치를 두루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문자 꿈을 담은 이러한 책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는 점에서 복간본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그래서 무려 120개 언론에서 보도하여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해외 교민들에게 한글사용의 자부심, 자존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상하이교민들에게 한 말씀.
한글은 이제 한국인만의 자부심이 아니다. 인류 보편의 자부심이다. 중국의 노신 작가라든가 위안 스카이 같은 분들이 중국의 한자 문맹을 없애기 위해 한글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자존심 때문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쉬운 문자를 통해 서로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한글의 가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므로 우리가 한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야말로 한글의 자부심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이제 한글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생각과 어떤 삶을 담아서 서로 나눌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자와 한문은 그 자체로서 위대한 문자로 거대한 문명을 담아 왔다. 이제는 그러한 한자 한문에 담긴 내용을 쉬운 한글로 풀어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정민, 안대회와 같은 한문학자들은 맛깔스런 한글 문체로 방대한 한문 문헌을 풀어내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이 지식인들은 한글을 철저히 무시하고 번역 한문으로 학문을 하고 공문을 작성했다. 일본이 자신들의 가나 문자를 한자와 똑같이 존중하고 한자를 자기식으로 쓰면서 번역한문이 아닌 자신들의 문체로 지식과 정보를 나눈 것과 대조된다. 결국 조선의 지식인들과 지배층이 한글을 무시하는 바람에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같은 상상조차 어려운 비극을 겪어온 것이다. 이중언어 시대에 이중언어 전문가들이 다른 언어를 잘 배우고 그 실력으로 한글로 풀어내는 일을 잘 했으면 좋겠다.
고수미 기자
1977년 철도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글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글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게 됐다. 학교가 서울 용산에 있었는데 시골 출신들이 많았다. 기숙사가 없다 보니 일부 가난한 친구들은 신문을 배달하면서 다녔다. 그 바람에 점심 시간마다 신문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신문에 어려운 한자가 많이 실려 있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천자문을 공부했는데도 ‘嬰兒(영아)’의 ‘영’자처럼 천자문에 안 나오는 한자가 쓰이는 걸 보고 가장 뛰어나고 과학적인 한글을 만들어 놓고 500년 넘게 무시해 온 사실을 알고 한글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 당시 한글학회에 전국국어운동고등학생연합회(지도: 오동춘 교사)인 ‘한글나무’라는 동아리가 있어 가입해 한글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이라는 책을 읽고 아예 이름을 순우리말식인 ‘우리 말글의 슬기롭고 옹골찬 옹달샘이 되자’는 의미에서 ‘庸性(용성)’이라는 한자식 이름을 버리고 ‘슬옹’이라고 개명을 했다. 이때가 1학년 말인데 2학년 개학하면서 친구들한테 새 이름을 알리려고 이름표를 바꿔 달고 갔는데 그때 사진이 남아 있다.
늘 ‘한글운동가’라는 수식이 따른다. ‘한글 운동’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한글 운동은 별거 아니다. 한글에 담긴 사람다운 세상을 위한 인문 정신, 민주주의 정신, 자주 정신 등을 나누자는 것이다. 세계 문자사에서 한글처럼 하층민을 배려하고 소통의 평등성을 지향하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이러한 정신과 가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자의 꿈이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가인 존맨이 한글은 모든 알파벳의 꿈이라고 한 것이다. 한글이 쉽고 과학적이다 보니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문자가 된 것이다.
물론 한글 운동이 이런 문자 운동만을 하지는 않는다. 문자는 말을 담는 그릇이므로 말에 관한 운동도 한다. 결국 한글 운동은 말과 글의 문제를 바로잡고 발전시키는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운동과 말과 글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간접적인 언어 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한글 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한 것과 같은 것이다. 해방 후에는 일본말 찌꺼기 몰아내기를 통한 역사 바로잡기 운동,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어려운 말 사용, 영어 남용 막아 내기 등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서 한글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한글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신다면?
한글이 쉽고 편리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한글을 통해 우리가 어떤 언어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편리한 한글이 악성 댓글을 다는데 악용된다면 약이 독이 되는 격이다. 그리고 “커피가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잘못된 표현에서 한글의 가치는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우리가 제대로 말하고 소통하는 도구로서 한글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상하이 강연 주제인 ‘세종대왕의 리더십’란?
세종대왕은 22살에 임금 자리에 올라 32년간 서양의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게 된다. 바로 사람다움을 지향하는 문화, 예술, 과학, 문학 등을 꽃피운 것이 르네상스인데 서양은 200-300년에 걸려 완성을 하게 된다. 세종은 이를 대략 30년 만에 이루게 되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세종대왕의 리더십이다. 인재들을 키워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하고 하층민을 배려하고, 천지자연의 이치를 탐구해 거의 모든 분야에 사람다움의 가치를 반영하게 한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을 펴내는데 핵심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무엇이며 복간본 간행은 어떤 의미가 있나?
1446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하기 위해 펴낸 책이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적, 내용 등이 담겨 있는 세계기록유산이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가지보라 하여 인류 최고의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446년에 펴낸 원본이 1940년에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을 색깔, 촉감까지 똑같이 하여 간송민술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복간하여 펴냈고 제가 복간 학술 책임자로서 해설서도 같이 펴냈다. 그 동안 복사 수준의 영인본을 통해 그 가치를 나눠왔지만 이제는 현상 복제본을 통해 실감나게 책의 내용과 가치를 두루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의 문자 꿈을 담은 이러한 책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는 점에서 복간본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그래서 무려 120개 언론에서 보도하여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해외 교민들에게 한글사용의 자부심, 자존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상하이교민들에게 한 말씀.
한글은 이제 한국인만의 자부심이 아니다. 인류 보편의 자부심이다. 중국의 노신 작가라든가 위안 스카이 같은 분들이 중국의 한자 문맹을 없애기 위해 한글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자존심 때문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쉬운 문자를 통해 서로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한글의 가치는 인류 보편의 가치이므로 우리가 한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야말로 한글의 자부심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이제 한글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생각과 어떤 삶을 담아서 서로 나눌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자와 한문은 그 자체로서 위대한 문자로 거대한 문명을 담아 왔다. 이제는 그러한 한자 한문에 담긴 내용을 쉬운 한글로 풀어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정민, 안대회와 같은 한문학자들은 맛깔스런 한글 문체로 방대한 한문 문헌을 풀어내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이 지식인들은 한글을 철저히 무시하고 번역 한문으로 학문을 하고 공문을 작성했다. 일본이 자신들의 가나 문자를 한자와 똑같이 존중하고 한자를 자기식으로 쓰면서 번역한문이 아닌 자신들의 문체로 지식과 정보를 나눈 것과 대조된다. 결국 조선의 지식인들과 지배층이 한글을 무시하는 바람에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같은 상상조차 어려운 비극을 겪어온 것이다. 이중언어 시대에 이중언어 전문가들이 다른 언어를 잘 배우고 그 실력으로 한글로 풀어내는 일을 잘 했으면 좋겠다.
고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