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사판의 조선족 로동자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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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9-04-28 09:26|본문
"취업 못할까 두려워"
취업에 성공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회사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지만, 공사판에서 일하는 이들은 집을 세들어 살 수밖에 없다.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범벅이 되도록 일하고, 겨울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일하는 것이 고생스럽고 힘들다고는 하지만, 실상 이들이 더욱 두려워하는 것은 실업(失業)이다.
소개소에 갔다가도 일자리가 없으면 그 날은 돈을 벌 수가 없는데다, 비가 올 때나 명절기간에는 공사장 일이 없어 할 수 없이 쉬어야 한다. 일이 없을 때는 하루 세 끼 식사도 자비로 해결해야 하고 집에 있으면 집세, 수도세, 전기세도 나가니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나을 판이다.
다음날의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대부분의 조선족들은 공사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때문에 소개소에서는 한국인과 조선족을 동등하게 대우한다.
새벽 4시께 일어나 차를 타고 소개소에 가 일자리를 배정받은 후, 또 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해 일을 한다. 이런 일정은 보통 저녁 7시나 돼야 끝난다. 현장에서 노란 종이에 사인을 받아 다시 차를 타고 소개소로 가면 일당을 받는다. 그제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또 차를 타고 세들어 사는 집으로 향하면 밤 8시. 16시간 가까이 바깥에 있게 되는 것이다.
어느 국가에서든 공사현장은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일이나마 잡고 있어야 하는 일부 조선족들은 소개소 인력배치원에게 중국에서 가져온 인삼정, 웅담같은 ‘뢰물’을 슬쩍 건네거나 심지어는 현금을 쥐어주며 일자리를 부탁하기도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사고가 빈번하다. 고층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장에서 무방비하게 널려있는 못을 밟아 다치거나 쇠파이프를 헛디뎌 넘어져 머리, 허리, 발목 등이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으른 사람은 어딜 가나
건설현장에서는 철근을 절단하거나 묶거나 운반하는 일, 형틀기술자 보조 등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는 처음엔 일당 7만 원, 세 달을 일하면 8~9만 원까지 오른다. 그런데 이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며 소개소로 돌아오는 조선족들도 있다.
공사현장에는 꾀를 부리는 이들때문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하루는 한국인 28명과 조선족 2명이 큰 건물 지하에서 자재정리를 하게 됐다. 조명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하인지라 어두컴컴했다. 30명이 왔다갔다하니 한두 명이 빠져도 모를 상황이었다. 이날 왕청(汪清) 출신의 한 조선족은, 오전에 30분 정도 일하고는 밖에 나가서 놀다 점심시간에 맞춰 돌아와 점심을 먹고는 오후에 또 나갔다 일이 끝날 무렵 들어와 일당을 챙겨갔다. 함께 일하던 다른 조선족이 “일할 때 왜 보이지 않았냐”고 물으니 “힘들어서 밖에 나가있다가 왔다”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사정했다.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이렇게 꾀를 부리는 사람이 있으면 일이 힘들어진다.
한 번은 조선족 네 명이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데, 한 명이 화장실에 간다며 두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넷이서 할 일을 세 명이 나눠 하려니 나머지 사람들은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조선족은 돌아와서는 미안하다며 “맥주 살게”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다.
공사현장 찾는 또다른 이유
재한 조선족들에게 있어 공사판은 또 공사판대로의 장점이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임금을 체납하는 경우가 없다. 일을 하면 일당이 꼭 나온다. 만약 건설회사측에서 돈이 나오지 않으면, 용역사무소에서라도 대신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머슴을 부리려면 배불리 먹여라." 애처로운 리유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큰 장점이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배불리 세끼는 먹을 수가 있다. 수입에서 그만큼의 식비를 아낄 수가 있으니 더없이 좋은 것.
이렇게 조선족의 남편, 아들들은 거액의 빚더미를 지고 한국을 찾아 공사판에서 힘들고 위험한 길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식비마저 아끼며 돈을 벌어 빚을 갚고 가족의 생계, 자녀 학비까지 책임지며 힘든 나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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