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0 사회> `안보 vs 평화' 갈라진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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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12-21 07:16|본문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안보 우선론' 비등
"불필요하게 北 자극해선 안돼" 목소리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동호 김효정 기자 = 한해가 저물어가는 11월 말 연평도를 강타한 북한의 포격 도발은 지난 1년간의 모든 기억을 잠시나마 지워버릴 만큼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3월의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거푸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을 경험한 많은 시민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대북 강경론자'로 돌아섰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힘을 잃은 것도 아니다.
20일 실시된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세밑 남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여론의 갈라짐 현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보와 평화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되살아난 전쟁 악몽…"안보 최우선" = 3월26일 천안함 침몰로 승조원 46명이 전사한 지 8개월 만인 11월23일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억울하게 숨지자 국민은 엄청난 충격과 분노, 비탄에 휩싸였다.
햇볕정책 이후 10여년 동안 남북 화해무드에 젖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분단국가의 현실과 전쟁의 공포를 되살리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
지난 1일 한국국방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가 불안하다'는 응답이 81.5%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불안감은 강한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0.3%가 `연평도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해야 했었다'고 답한 것은 이런 기류가 단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 13일 마감된 해병대 모집에서 971명 정원에 무려 3천488명의 지원자가 몰려 3.6대 1의 높은 경쟁률(평년 2대1)을 기록한 것도 `안보 강화'를 외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논란에도 20일 우리 군이 연평도 사격훈련에 나서자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격훈련을 지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강한 안보를 주문했다.
`연평도는 우리가 지키자'라는 아이디의 50대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올려 "요새 북한이 우리의 주권을 쥐고서 흔들고 싶으면 흔들고, 갖고 놀고 싶을 때 갖고 노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북한 때문에 군 훈련도 못하는 국가가 되면 그게 대한민국이냐"고 반문했다.
TV로 사격훈련 뉴스를 접한 시민 음영호(60)씨는 "불안하기는 해도 계속 우리가 당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훈련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대응 공격으로 일이 커질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강한 안보 정책을 지지했다.
◇"안보 명분으로 北 자극할 필요없어" = 국가안보를 강화하자는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안보 제일주의'에 빠져 불필요한 마찰을 빚거나 또 다른 도발의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는 평화론도 만만찮다.
연평도 포격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분노에 사로잡혔던 민심이 냉정을 되찾으면서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여론이 일각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연평도 도발 원인에 대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에 의한 지원으로 (북한이) 무력을 증강했기 때문'(39.4%)보다 `대결과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는 응답(51.3%)이 더 많았다는 결과도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일 사격훈련이 강행되자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 "군사적 대결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사격훈련 강행과 북한의 대응포격은 남과 북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뿐"이라며 "지금은 군사행동이 아닌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이디 `푸른 소나무'는 다음 아고라 토론장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총 6조7천억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추산을 근거로 내세우며 "우리가 북한보다 약해서 전쟁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충돌의 연쇄반응으로 인한 한반도 공멸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호소했다.
회사원 김경민(31)씨도 "북한의 경고에도 굳이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것은 일부러 분쟁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국제사회 여론이 안 좋은 데다 이번 훈련으로 연평도가 확실한 분쟁지역으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 "단결이 중요…안보ㆍ평화 균형 맞춰야" = 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안보 중심론과 평화 중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국론이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이는 현실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져 싸우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안보와 평화가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 가치가 아닌 만큼 그때그때 현실에 맞춰 두 가지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안보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나 이전 정부의 포용정책에 모두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강경정책과 유화정책, 강압정책과 포용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느 하나의 정책만 갖고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 정치권도, 시민 여론도 둘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보와 평화는 대립적 개념이 아니다. 항상 강경책과 온건책을 상황 국면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도 "한반도의 평화는 지키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강력한 국방력과 남북간 교류협력이 균형을 맞출 때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며 안보와 평화 사이의 균형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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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실시된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세밑 남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여론의 갈라짐 현상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보와 평화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되살아난 전쟁 악몽…"안보 최우선" = 3월26일 천안함 침몰로 승조원 46명이 전사한 지 8개월 만인 11월23일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억울하게 숨지자 국민은 엄청난 충격과 분노, 비탄에 휩싸였다.
햇볕정책 이후 10여년 동안 남북 화해무드에 젖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분단국가의 현실과 전쟁의 공포를 되살리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
지난 1일 한국국방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가 불안하다'는 응답이 81.5%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불안감은 강한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0.3%가 `연평도 사태 당시 우리 군이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해야 했었다'고 답한 것은 이런 기류가 단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지난 13일 마감된 해병대 모집에서 971명 정원에 무려 3천488명의 지원자가 몰려 3.6대 1의 높은 경쟁률(평년 2대1)을 기록한 것도 `안보 강화'를 외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논란에도 20일 우리 군이 연평도 사격훈련에 나서자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격훈련을 지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강한 안보를 주문했다.
`연평도는 우리가 지키자'라는 아이디의 50대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올려 "요새 북한이 우리의 주권을 쥐고서 흔들고 싶으면 흔들고, 갖고 놀고 싶을 때 갖고 노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북한 때문에 군 훈련도 못하는 국가가 되면 그게 대한민국이냐"고 반문했다.
TV로 사격훈련 뉴스를 접한 시민 음영호(60)씨는 "불안하기는 해도 계속 우리가 당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면 훈련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대응 공격으로 일이 커질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강한 안보 정책을 지지했다.
◇"안보 명분으로 北 자극할 필요없어" = 국가안보를 강화하자는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안보 제일주의'에 빠져 불필요한 마찰을 빚거나 또 다른 도발의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는 평화론도 만만찮다.
연평도 포격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분노에 사로잡혔던 민심이 냉정을 되찾으면서 대화를 통한 갈등 해소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여론이 일각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설문조사에서 연평도 도발 원인에 대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에 의한 지원으로 (북한이) 무력을 증강했기 때문'(39.4%)보다 `대결과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는 응답(51.3%)이 더 많았다는 결과도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일 사격훈련이 강행되자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 "군사적 대결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사격훈련 강행과 북한의 대응포격은 남과 북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뿐"이라며 "지금은 군사행동이 아닌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이디 `푸른 소나무'는 다음 아고라 토론장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총 6조7천억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추산을 근거로 내세우며 "우리가 북한보다 약해서 전쟁을 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충돌의 연쇄반응으로 인한 한반도 공멸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호소했다.
회사원 김경민(31)씨도 "북한의 경고에도 굳이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것은 일부러 분쟁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국제사회 여론이 안 좋은 데다 이번 훈련으로 연평도가 확실한 분쟁지역으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 "단결이 중요…안보ㆍ평화 균형 맞춰야" = 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안보 중심론과 평화 중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국론이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이는 현실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져 싸우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안보와 평화가 공존할 수 없는 대립적 가치가 아닌 만큼 그때그때 현실에 맞춰 두 가지 가치를 균형있게 추구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안보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나 이전 정부의 포용정책에 모두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강경정책과 유화정책, 강압정책과 포용정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느 하나의 정책만 갖고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 정치권도, 시민 여론도 둘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보와 평화는 대립적 개념이 아니다. 항상 강경책과 온건책을 상황 국면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도 "한반도의 평화는 지키고 만들어가는 것으로, 강력한 국방력과 남북간 교류협력이 균형을 맞출 때 평화가 지속될 수 있다"며 안보와 평화 사이의 균형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