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휴대전화 통화시간 한국과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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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1-11-22 06:21|본문
북한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올해 말을 전후로 100만 명을 돌파하며 특히 평양에서는 20∼50대의 6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휴대전화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
○ 열풍을 넘어 가입 폭풍으로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북한 내 유일한 통신망사업자인 오라스콤은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가 9월 말 현재 80만90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6월 말 가입자 66만6000명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에 14만3000명 증가한 셈. 이런 속도면 연말 안에 10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현재 15개 주요 도시, 86개 소도시, 22개 주요 도로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다. 북한 인구의 94%가 이들 지역에서 살고 있다. 평양에 거주하는 국제변호사 마이클 헤이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 커피숍 종업원들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20, 30대는 이제 휴대전화가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고 전했
○ 통화시간 한국과 맞먹어
가입자가 늘면서 초기에 1000달러에 육박하던 휴대전화 구입비용은 많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막대기형 저가 휴대전화는 200달러 안팎, 폴더 고급형은 450달러까지 총 10여 종이 팔린다.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접수비와 가입비를 별도로 수백 달러씩 따로 받는다. 중고 기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구입하기도 쉬워지고 있다.
통화료도 비싸지 않은 편이다. 월 850원 기본요금에 1분에 10원20전의 통화료가 부과되는 저가형 요금제, 월 2550원에 1분에 6원80전이 부과되는 고급형 요금제 등이 존재한다. 최근 북한 암시장 환율이 1달러에 4000원까지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통화료는 1달러 미만이다. 오라스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가입자의 지난해 1인당 월 평균 통화시간은 327분. 2009년 한국의 1인당 월 평균 통화시간은 320분이었다.
북한 평양 영광거리에서 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걷고 있다. 동아일보DB
물론 북한의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휴대전화는 여전히 비싸다. 북한 4인 가정이 1년간 먹고 쓰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500달러 정도. 휴대전화 한 대 구입비용과 맞먹는다. 하지만 북한에서 1000달러 이상은 보유해야 중산층 축에 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맘먹고 장만할 수는 있다. 북한 인구는 2400만 명, 4인 가정 기준 약 600만 가구가 있다. 이 중 중산층 이상이 절반이라고 추산하면 휴대전화 가입자는 200만∼300만 명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 북한 당국엔 '독 묻은 사과'
정보 유통을 통제해온 북한 당국으로서는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다. 북한 휴대전화는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입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면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용자 증가를 용인하는 이유는 단 하나, 외화 확보 때문이다. 자금줄이 바짝 마른 북한에 휴대전화 개통으로 주민들로부터 빨아내는 외화는 상당히 크다. 오라스콤의 올 상반기 북한 영업실적이 세전 영업이익만 5160만 달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가입비, 접수비, 휴대전화 판매비 등으로 북한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개성공단의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는 값비싼 제품을 살 때 중국 위안화나 달러화가 선호된다.
휴대전화 보급으로 시장과 정보유통의 활성화는 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 일반전화가 개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보급됐을 때 제일 먼저 구입한 사람도 상인들이었다. 사진, 동영상 전송까지 가능한 휴대전화로 가격, 상품이미지 등이 오가면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아 구전(口傳) 문화가 발달했던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타 지역 소식을 전국에 더욱 빨리 퍼뜨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확산은 아날로그식 통치방식을 유지하는 북한 당국엔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