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를 망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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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2-06-28 09:51|본문
곽대중 칼럼
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를 망쳤다고?
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를 망쳤다고?
MB정부 임기 동안 한중관계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지난 칼럼의 내용에 대해 어떤 독자께서 반박 메일을 보내주셨다. 평소에도 부족한 내 칼럼에 이런저런 의견을 주시는 분인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 분의 반박인즉, “MB정부 들어 양국간 비자 발급이 강화되는 등 서로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왜 견강부회(牽强附會)를 하느냐”는 것이다. 비자 문제는 뒤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최근 4년간 한중관계가 정말로 좋지 않았는지 팩트(fact)에 근거해 이야기해보자. 지난 칼럼에 대한 보론(補論)의 성격이 있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 박지원, 달나라에 가서 사시길!
양국 사이의 관계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데 몇 가지 척도가 존재한다.
첫째,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이 정기적으로 잘 열렸느냐 하는 것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이 매년 이어져왔고, 각종 국제회의를 통한 정상회담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었다. 알다시피 국제사회에서는 양국 간에 껄끄러운 사안이 있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대화를 회피하여 강력한 유감의 표시를 전하곤 한다. 한중간에서는 수교 이후 2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고 MB정부 들어서도 그렇다.
혹은 회담 참석자의 격(格)을 달리하여 불만의 표시를 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컨대 한국에서는 장관급을 보냈는데 중국에서는 차관급을 보내 은근히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 주한중국대사의 격이 북한보다 약간 낮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관례(?)이니 그렇다치고, 지난 4년간 우리가 특별히 무시를 당했다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한중관계는 기존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어 이제는 군사 안보 분야의 접촉과 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둘째, 양국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거나 우리 외교부에 불러들여 따져 묻는 초치(招致)라는 외교 행위를 하는데, 알다시피 소환은 없었고,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한 대사급 초치는 딱 한 번 있었다. 2008년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해 중국 측이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따져 물은 것이다. 당시에 “중국대사를 두 번이나 초치했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기도 했으나, 그것은 중국대사가 우리 외교부에 초치당한 다음, 연이어 부임 인사차 찾은 통일부장관과의 만남에서 불만의 의견을 들은 것이 와전되었다. 그밖에도 몇 번의 대사급 초치와 총영사급 초치가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와 선상 폭력 행위 등에 대한 항의였다.
초치는 아니더라도 외교라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대변인 브리핑 등의 형식을 빌려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항의로는 2010년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전쟁은)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누가 북한을 찾아갔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였다고 볼 수 있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부이든 항의를 표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MB정부니까 시진핑이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 MB정부니까 유독 그런 발언에 항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MB정부에서 중국 측에 사과를 한 적도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때문이었다. 박 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MB정부는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외국 지도자와의 대화 내용을 그런 식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지만, 실제로 시진핑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에 문제가 되었다. 우리 외교부에서 중국 측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다.
참고로, 이 사건에 대해 박지원 대표는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고 “달을 가리켰는데 왜 손가락만 보느냐”는 식의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까지 무턱대고 “한중관계가 최악이다”라는 식의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양국간에 싸움을 붙이지 못해 안달인 것인지,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어처구니가 하나도 없다. 달을 가리키지 말고, 그냥 달나라에 가서 토끼랑 사시지 그러나.
◆ 제발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하자
셋째, 양국간 신뢰관계를 가늠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아그레망’(신임 대사에 대한 주재국 동의 과정)을 얼마 만에 접수하느냐 하는 것도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치명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아그레망은 접수되기 마련이지만, 아그레망을 일부러 늦춰 그것을 통해 양국관계나 대사 내정자에 대한 불만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류우익 대사는 2주, 이규형 대사는 8일이 걸렸다. 다른 외국과 비교해볼 때 완전히 ‘최고속’ 절차였다.
넷째, 정부간 관계와는 별도로, 양국 국민간의 반중(反中) 또한 반한(反韓) 시위나 역사 ․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싼 여론상의 충돌이 얼마나 잦았냐 하는 것을 따져보자.
확실히 2008년을 전후하여 중국에는 이른바 혐한(嫌韓 ; 한국 혐오) 흐름이 생겨났고, 한국에도 중국 또는 중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자라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서울에서 진행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 중국 유학생들이 폭력시위를 하여 논란이 된 바 있고, 최근에는 일부 중국 동포들의 범죄행위가 전체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정부가 촉발한 문제란 말인가. 사건 초기에 개입하여 문제의 확산을 막거나 오해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텐데, 이런 측면에 있어서도 MB정부가 딱히 부족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기존 정권에서도 동북공정, 김치공정, 심지어는 한글공정이라는 오해와 갈등까지 발생한 바 있다.
기존에 썼던 칼럼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MB정부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MB정부를 옹호해줄 정치적, 금전적 이유가 하등 없다. 다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당연한 듯 내뱉지 말자는 것이다. 내 주위에도 ‘한중관계 문제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거를 말해보라면 제대로 팩트를 열거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냥 자기감정의 표출인 것이다. 국내 문제에는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그렇게 자기감정을 싣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외국(중국)과의 관계를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애국심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존재하는 않는 사람’이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
그럼 마지막으로 내게 메일을 보내주신 독자께서 지적하신 비자 문제를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갈수록 양국의 비자 정책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비자라는 건 양국관계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대체로 발급이 용이해지는 법인데, 한중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중 양국 사이에 비자 발급이 가장 쉬웠던 때는 체감으로 추정하기에 2002~2005년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자는 어차피 상호주의 원칙으로 가는데, 이 시기에 한국은 재외동포법 개정 등을 통하여 특히 조선족 동포들의 국내 입국과 취업 활동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었고, 한국인들도 중국 비자 받기가 참 쉬웠다. 회사 명함 한 장만 제출하여도 1년짜리 방문(F)비자가 척척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내 주위의 조선족 친구들이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무분별한 비자 발급이 지금 약간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확 풀렸던 비자정책이 약간 긴축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지난 4년 동안 한국 정부의 대(對)중국 비자정책이었고, 중국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중국 정부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 대해 합법 체류의 원칙을 강화하는 중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더욱 심해졌다. 이것도 모두가 느끼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예전처럼 관광(L)비자나 방문비자로 대충 취업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MB정부 들어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비자 문제가 꼬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글을 마치면서 이야기하자. 독자 여러분에게는 내가 쓰는 칼럼이 그저 가볍게 느껴지겠지만, 어쭙잖은 지식 밑천을 갖고 있다보니 내 나름대로 ‘근거’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 반론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와 관련한 모든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읽어보았다. 꼬박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내린 결론인즉, MB정부 이전의 10년과 비교하여, 그리고 그 이전의 정부와 비교하여도, MB정부 들어 한중관계가 특별히 나빠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무리 MB정부가 밉더라도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한중관계를 일부러 어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지식’의 문제이기에 앞서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족한 칼럼에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않는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bitdori21@naver.com)
그 분의 반박인즉, “MB정부 들어 양국간 비자 발급이 강화되는 등 서로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왜 견강부회(牽强附會)를 하느냐”는 것이다. 비자 문제는 뒤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최근 4년간 한중관계가 정말로 좋지 않았는지 팩트(fact)에 근거해 이야기해보자. 지난 칼럼에 대한 보론(補論)의 성격이 있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 박지원, 달나라에 가서 사시길!
양국 사이의 관계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데 몇 가지 척도가 존재한다.
첫째,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회담이 정기적으로 잘 열렸느냐 하는 것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상호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이 매년 이어져왔고, 각종 국제회의를 통한 정상회담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었다. 알다시피 국제사회에서는 양국 간에 껄끄러운 사안이 있을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대화를 회피하여 강력한 유감의 표시를 전하곤 한다. 한중간에서는 수교 이후 2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고 MB정부 들어서도 그렇다.
혹은 회담 참석자의 격(格)을 달리하여 불만의 표시를 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컨대 한국에서는 장관급을 보냈는데 중국에서는 차관급을 보내 은근히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이다. 주한중국대사의 격이 북한보다 약간 낮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관례(?)이니 그렇다치고, 지난 4년간 우리가 특별히 무시를 당했다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한중관계는 기존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어 이제는 군사 안보 분야의 접촉과 대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둘째, 양국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거나 우리 외교부에 불러들여 따져 묻는 초치(招致)라는 외교 행위를 하는데, 알다시피 소환은 없었고,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한 대사급 초치는 딱 한 번 있었다. 2008년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곧바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해 중국 측이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따져 물은 것이다. 당시에 “중국대사를 두 번이나 초치했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기도 했으나, 그것은 중국대사가 우리 외교부에 초치당한 다음, 연이어 부임 인사차 찾은 통일부장관과의 만남에서 불만의 의견을 들은 것이 와전되었다. 그밖에도 몇 번의 대사급 초치와 총영사급 초치가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와 선상 폭력 행위 등에 대한 항의였다.
초치는 아니더라도 외교라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대변인 브리핑 등의 형식을 빌려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항의로는 2010년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전쟁은)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누가 북한을 찾아갔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였다고 볼 수 있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부이든 항의를 표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MB정부니까 시진핑이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 MB정부니까 유독 그런 발언에 항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MB정부에서 중국 측에 사과를 한 적도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때문이었다. 박 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MB정부는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외국 지도자와의 대화 내용을 그런 식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예의가 아니지만, 실제로 시진핑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에 문제가 되었다. 우리 외교부에서 중국 측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다.
참고로, 이 사건에 대해 박지원 대표는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고 “달을 가리켰는데 왜 손가락만 보느냐”는 식의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까지 무턱대고 “한중관계가 최악이다”라는 식의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양국간에 싸움을 붙이지 못해 안달인 것인지,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어처구니가 하나도 없다. 달을 가리키지 말고, 그냥 달나라에 가서 토끼랑 사시지 그러나.
◆ 제발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하자
셋째, 양국간 신뢰관계를 가늠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아그레망’(신임 대사에 대한 주재국 동의 과정)을 얼마 만에 접수하느냐 하는 것도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치명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아그레망은 접수되기 마련이지만, 아그레망을 일부러 늦춰 그것을 통해 양국관계나 대사 내정자에 대한 불만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류우익 대사는 2주, 이규형 대사는 8일이 걸렸다. 다른 외국과 비교해볼 때 완전히 ‘최고속’ 절차였다.
넷째, 정부간 관계와는 별도로, 양국 국민간의 반중(反中) 또한 반한(反韓) 시위나 역사 ․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싼 여론상의 충돌이 얼마나 잦았냐 하는 것을 따져보자.
확실히 2008년을 전후하여 중국에는 이른바 혐한(嫌韓 ; 한국 혐오) 흐름이 생겨났고, 한국에도 중국 또는 중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자라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서울에서 진행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 중국 유학생들이 폭력시위를 하여 논란이 된 바 있고, 최근에는 일부 중국 동포들의 범죄행위가 전체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정부가 촉발한 문제란 말인가. 사건 초기에 개입하여 문제의 확산을 막거나 오해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텐데, 이런 측면에 있어서도 MB정부가 딱히 부족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기존 정권에서도 동북공정, 김치공정, 심지어는 한글공정이라는 오해와 갈등까지 발생한 바 있다.
기존에 썼던 칼럼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MB정부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MB정부를 옹호해줄 정치적, 금전적 이유가 하등 없다. 다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당연한 듯 내뱉지 말자는 것이다. 내 주위에도 ‘한중관계 문제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근거를 말해보라면 제대로 팩트를 열거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냥 자기감정의 표출인 것이다. 국내 문제에는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그렇게 자기감정을 싣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외국(중국)과의 관계를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애국심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존재하는 않는 사람’이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
그럼 마지막으로 내게 메일을 보내주신 독자께서 지적하신 비자 문제를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갈수록 양국의 비자 정책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비자라는 건 양국관계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대체로 발급이 용이해지는 법인데, 한중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중 양국 사이에 비자 발급이 가장 쉬웠던 때는 체감으로 추정하기에 2002~2005년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자는 어차피 상호주의 원칙으로 가는데, 이 시기에 한국은 재외동포법 개정 등을 통하여 특히 조선족 동포들의 국내 입국과 취업 활동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었고, 한국인들도 중국 비자 받기가 참 쉬웠다. 회사 명함 한 장만 제출하여도 1년짜리 방문(F)비자가 척척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내 주위의 조선족 친구들이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좋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무분별한 비자 발급이 지금 약간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확 풀렸던 비자정책이 약간 긴축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지난 4년 동안 한국 정부의 대(對)중국 비자정책이었고, 중국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중국 정부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 대해 합법 체류의 원칙을 강화하는 중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더욱 심해졌다. 이것도 모두가 느끼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예전처럼 관광(L)비자나 방문비자로 대충 취업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MB정부 들어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비자 문제가 꼬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글을 마치면서 이야기하자. 독자 여러분에게는 내가 쓰는 칼럼이 그저 가볍게 느껴지겠지만, 어쭙잖은 지식 밑천을 갖고 있다보니 내 나름대로 ‘근거’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 반론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와 관련한 모든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읽어보았다. 꼬박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내린 결론인즉, MB정부 이전의 10년과 비교하여, 그리고 그 이전의 정부와 비교하여도, MB정부 들어 한중관계가 특별히 나빠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무리 MB정부가 밉더라도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한중관계를 일부러 어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지식’의 문제이기에 앞서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족한 칼럼에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않는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bitdori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