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뚱보 김씨아저씨의 서울때밀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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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9-08-11 09:34|본문
○ 김성호
어느날 오래동안 사우나안에 갇혀있던 나는 한 손님이 밖에 큰눈이 내렸다고 하길래 구경을 나갔다가 그만 찬바람에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을 느껴 벽을 지탱하며 겨우 사우나로 들어왔다. 따가운 물에 몸을 한참 담가서야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너무 무리하게 때밀이를 한것이 허리병을 초래한것이다. 그냥 힘을 써야 하는 오른팔도 약간 부어나며 아파났다. 오른팔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는데는 약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내 나를 긍정해주는 손님이 있었다. 한 손님은 고맙다며 팁으로 5천원을 주었다. 이를 지켜보던 《전형》이 2천원을 가로채여 자기 호주머니에 넣고 나한테는 3천원만 뿌려주었다. 그후부터 그 손님은 전씨가 없을 때 몰래 나에게 팁을 건네주군 하였다.
까다롭게 구는 손님도 더러 있었는데 힘이 너무 약하다, 너무 아프게 민다, 풋내기다 하며 별별 소리를 다 내뱉으며 트집을 잡았다. 그제야 나는 서비스업이 이래서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저녁 쉬는 참에 나는 중국으로 전화를 했다. 장인의 생일이다. 월급이 안 나와 장인생일이지만 송금도 못해 무척 미안했다. 장인은 파킨슨병을 앓고있어 바깥출입도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약으로는 별로 호전이 안되는 병이라서 수술해드리고싶었지만 돈이 원쑤였다. 일년후 병마로 고생하시던 장인은 마침내 이 세상을 떠나고말았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놈이 학교유리를 깨서 벌금을 냈단다. 걱정거리가 한두가지 아니다. 집사람과 통화하고나면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였다.
탈의실안의 텔레비죤뉴스에서 이천랭동창고 화재로 인한 참사를 보도하고있었다. 모두 40명이 사망하였는데 그중에 조선족이 13명이나 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항일독립운동가 김규식장군의 후손도 사망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한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우리는 할아버지시대의 《독립운동가》, 《월간(越왐)민》으로부터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겨우겨우 《할아버지 나라》를 찾아서 《더럽고 어지럽고 힘든 3D 막벌이족》으로 뛰고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손자세대에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강물이 거꾸로 흐른다 해도 그때에는 제발 지금의 우리처럼 루추한 모습으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나라》에 나타나지 말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음력설 전날 전씨는 설 쇠러 집에 가고 나 혼자만 우두커니 남아서 사우나를 지켜야 하였다. 명절이라 손님이 없어 한가했으나 이럴 땔수록 가족과 부모형제들이 더욱 사무치게 그립다. 한국에 나와있는 친구들이 전화가 와서 모임을 가지니 만나자고 했으나 나는 출근해야 한다면서 핑게를 대고 거절하였다. 그들은 유감을 표시하며 나에게 불행한 소식 한가지 알려주었다. 내가 잘 알고있는 고향선배 한분이 에이즈로 얼마전에 사망했다는것이다. 그는 돈벌이를 위해 한국어선에 올랐다가 어떻게 되여 에이즈에 걸려 목숨마저 잃고만것이다. 아직도 한창 할 40대 나이에 실로 너무나 큰 대가다. 그는 젊었을 때에는 멋쟁이 사나이여서 련애도 많이 했으며 후에는 또 파혼도 많이 해본 사람이다. 옷도 항상 정갈하게 차려입고 다녔으며 일도 깐지게 하였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에이즈로 잘못되였다니 상상할수 없는 일이였다. 우리 주변에서 지금 출국으로 인한 에이즈가 점점 늘어나고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와 거리가 멀어보이던 에이즈가 점점 가까와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