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한국 국악을 중국에 전파하겠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9-10-16 09:08|본문
예술계열 특수목적 고교인 한국 전남 진도군 석교고등학교 부용관에서는 최근 매우 의미 있는 국악 발표회가 열렸다.
국악을 전공하는 석교고 1학년생 20명이 지난 9개월간 갈고 닦은 국악 실력을 뽐내는 이 발표회에서 서툴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열연한 중국 조선족 유학생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국땅에서 조국의 얼과 아름다움을 계승발전시키고자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 혈혈단신으로 유학 온 이들의 숭고한 도전을 격려하는 의미도 담겼다.
중국 길림시가 고향인 권춘화(20)양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한 대목을 불렀고, 장백현에서 온 김명일(17)군은 친구들과 함께 기악 합주에 이어 사물놀이 공연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장래에 재외동포의 국악 계승발전에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들이 유학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10월. 석교고에서 국악과 신입생 20명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할아버지 땅에서 조상의 지혜와 얼이 담긴 국악을 공부하기로 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의 한국행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악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전남도교육청과 진도군이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하기로 해 한국에서 국악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지난 3월 입학한 이들은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서로 잘 어울리며 국악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 수업으로는 부족한 실기 연마를 위해 방과 후 인근 남도국악원 연습실을 찾아 밤늦게까지 실기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전통 국악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중학 과정을 마치기까지 현지의 여건에 맞춰 조선 쪽의 국악을 배우고 익히며 성장했다. 권양은 조선 성향의 무용과 민요를, 김군은 조선에서 연주되는 개량 악기 장세납(남한의 태평소를 개량한 악기)을 연주했다.
하지만, 석교고에서 권양은 판소리를, 김군은 타악을 각각 전공하고 있다.
'장백현 조선 예술단원'인 부모 밑에서 자란 김군은 15일 "중국에는 조선 쪽 국악이 대부분으로 전통 국악인 한국 쪽 국악은 배울 기회가 없어 늘 아쉬웠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기량을 연마해 국악 명인이 돼 선조의 얼이 흐르는 국악을 중국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권양은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에 진학해 판소리를 더 공부해 중국에 돌아가 후진양성을 하고 싶다"면서 "판소리 자체가 중국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어렵지만, 더욱 열심히 공부해 꼭 꿈을 이루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남도국악원 허산 과장은 "재외 교포들이 사는 중국, 일본, 캐나다, 미국, 러시아 등지에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갈 국악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문화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재외 교포 학생들이 한국의 정리된 국악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