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달을 넘나들다 한인사회에 상륙한, NASA 출신의 ‘김봉전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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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5-10-17 18:39|본문
NASA에서 근무한 흔치않은 이력의 김봉전 콜로라도주 한인회장이 지난 10월1일 세계한인회장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
현지 교민사회를 리드하는 한인회장 가운데 우주항공공학 박사로서 NASA에서 근무하며 우주왕복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ICBM(대륙간탄도탄) 설계 책임자로 일하는 등 흔치않은 이력을 보유한 사람이 있다. 지난 10월1일 세계한인회장대회장(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김봉전 미국 콜로라도주 한인회장의 이력을 소개받는 순간, 귀가 솔깃해 현장에서 바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커피숍에서 기자와 마주한 김 박사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우주항공공학을 공부한뒤 해당 분야에서 쌓은 화려한 이력을 줄줄 이어갔다. 우주항공 및 무기 분야 해박한 지식에 비해 한인회장을 맡은지는 얼마되지 않아 한인사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자연히 인터뷰는 그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여의도에서도 이어져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NASA와 함께한 과학자의 길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복무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첫 국산차 포니 개발에 참여했던 김봉전 박사는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퍼듀대학교에서 우주항공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2년 NASA의 주요 계약사인 라크월 인터내셔널(Rockwell International)에 입사, 우주왕복선 ‘콜럼비아’의 설계 및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NASA는 행정기관입니다. 실제 우주선 개발은 민간 기업이 맡습니다. 당시 우리는 인공위성 탑재, 재진입 시스템, 연료 효율화 기술을 개발했죠. 지금 일론 머스크가 하는 건 그 당시 기술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후 그는 덴버의 마틴 마리에타(Martin Marietta, 현 록히드마틴)로 자리를 옮겨 대륙간 탄도탄(ICBM) ‘피스키퍼(Peacekeeper)’ 프로젝트의 핵심 설계자로 참여했다.
“탄두 10개를 개별 목표에 정밀하게 투하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도 정확도는 30m 이내였어요.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정밀도를 넘는 시스템은 거의 없습니다.”
김 박사는 미국의 첨단기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1990년대 중반 한국의 무궁화위성 1·2호 발사 감리 책임자로 참여하며 모국의 위성개발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위성 통신망 구축은 통일 이후를 내다본 훌륭한 전략이었다”면서,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과 한화의 로켓엔진 개발 자문을 맡기도 한 그는 한국의 기술력이 “이미 미국·러시아 다음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인력이 뛰어나요. 다만 개념과 방향성이 부족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개발 방식은 비용이 너무 큽니다. 이미 확보된 기술을 응용하고, 국제 협력을 유연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인터뷰 내내 “우주는 새로운 전장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전쟁의 핵심은 우주”라며, “위성 정찰, 통신, 유도체계, 탄도미사일 모두 우주를 경유한다. 누가 우주를 먼저 장악하느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독자적 우주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이 ‘전략적 자립’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우주 로봇이나 무인 정비선, 위성 수리용 소형 셔틀 같은 신개념 우주기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미국도 아직 본격화하지 못했어요. 우리가 먼저 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봉전 콜로라도주 한인회장. 콜로라도에서 꿈꾸는 ‘모국의 미래’
은퇴 후에도 그는 콜로라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차세대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멘토링을 이어가고 있다.
“이민 1세대가 경제를 일으켰다면, 2세대는 과학과 기술로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가 돼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는 한국의 우주·방위산업 발전 가능성에 깊은 확신을 갖고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우주산업 주도권을 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회가 오면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고국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 김봉전 박사 약력
▲서울대 공대 졸업, 퍼듀대 우주항공공학 박사 ▲前 NASA 주요 계약사 라크월 인터내셔널 엔지니어 ▲前 록히드마틴(마틴 마리에타) 대륙간탄도탄 설계 책임 ▲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자문 ▲現 콜로라도주 한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