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면 동포, 못하면 조선족… 서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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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9-12-07 09:00|본문
2009년 12월 06일(일) 오후 07:09 가 가
한맺힌 설움 쏟아낸 ‘이주민 희망발언대’
“월급·수당 알려주지도 않고 툭하면 체불
‘네 나라 돌아가라’ 막말·욕설에 큰 상처”
“일할 때는 나쁜 말 하지 마세요. 월급명세도 자세히 알고 싶어요.”(외국인 이주노동자) “잘한 일을 하면 동포라고 부르고, 잘못했을 때는 조선족으로 부릅니다.”(중국 동포)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이주 아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와 인권단체연석회의가 6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이주민 희망발언대’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 이주아동, 난민, 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작정하고 쏟아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디랑커(27)씨는 “월급에는 기본급이 얼마인지, 잔업이나 연장 근로수당이 얼마인지 나와 있지 않다”며 “사장님들이 우리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일하다 다치면 산재혜택도 못 받는다. 일할 때 제발 나쁜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동포 김용철(50)씨는 “뉴스를 보면 잘한 일에는 동포라고 하고, 잘못한 것을 보도할 때는 조선족이라고 한다”며 “한국에서 일하며 시간당 4000원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임금체불도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결혼이주여성인 단가옥(32)씨는 “‘네 나라에 이런 것 없지’ 또는 ‘네 나라에서 이런 것 안 먹어봤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해서 살기 싫어진다”면서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없이는 온라인 쇼핑도 할 수 없고 은행 통장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나라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 온 지 10년 된 몽골인 소녀 온드라는 “7살 때 한국에 온 직후 거의 갇혀 살았다”며 “초등학교 때 친구들로부터 들은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 큰 상처가 됐다. 지금은 몽골어를 거의 잊어버려 고교를 졸업한 다음 몽골로 돌아가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주민이 연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야 한다는 뜻에서 가칭 ‘100만 이주민 희망연대’를 발족하기로 하고 그 준비 차원에서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고 외노협 관계자는 전했다.
최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이 인간다운 사회,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길 기대한다”며 “이들의 외침을 경청하는 것이 한국 사회를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연대사에서 “이들을 형제자매처럼 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인간으로 대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