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모녀, "한국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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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5-17 10:40|본문
서울 영등포구, 외국인 무료 진료 서비스
외국인 등록증만 있으면 진료비 걱정 No!
불법체류자라도 건강관리 필요해
“그 동안 몸이 많이 아팠지만 외국인인지라 진료비 걱정에 제대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요.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으니까요.”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했던 중국인 이순희씨(52).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이씨는 건강상태가 나빠져 3년 전부터 원인불명의 하혈을 했다. 지혈제를 맞아야 할 정도로 이씨의 건강상태는 심각했지만 그녀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없는 살림에 비싼 병원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외국인 무료 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이순희씨.
하지만 이런 이순희씨가 최근 ‘지구촌 한가족 건강서비스’ 덕분에 진료비 걱정 없이 무료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선 몸이 불편해도 말이 통하지 않거나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관내 외국인들을 위해 3월부터 ‘외국인 토요 무료 진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영등포구 다문화빌리지센터에서 마련하고 있다.
영등포 보건소 ▲의사 1명 ▲간호사 2명 ▲행정요원 2명과 영등포구 약사회 소속 약사 1명이 진료에 참가한다. 이들은 외국인에게 내과 1차 진료는 물론 건강 상담도 해준다. 처방도 무료고 약도 무료로 지어준다. 이번 외국인 무료 의료 서비스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등포구에는 외국인 거주자가 3만5000여명으로 영등포구민의 5%를 차지한다. 영등포구는 서울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이씨는 외국인 등록증을 꺼내며 “제가 불편한 곳이 많은데 괜찮을까요?”라며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씨의 증상을 듣던 의사는 우선 혈압 체크를 했다. 다행히도 이씨의 혈압은 정상이었다. 빈혈기가 심한 이씨의 경우, 건강에 대한 세밀한 검사가 필요했다. 진료 외에도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증상의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한편 이씨의 곁에는 이씨를 꼭 닮은 딸이 함께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상태를 걱정해 한국에 잠시 방문한 이분녀씨(26)였다. 그녀는 외국인 토요 무료 진료 서비스를 간다는 엄마의 말에, 긴가민가하며 함께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엄마 이씨가 접수를 마치고 의사에게 진료 받는 모습을 보던 딸 이씨는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녀는 “엄마 홀로 타국에 계신데, 몸까지 안 좋으셔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친절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실제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의 경우 감기 진료만 받아도 1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3000원만 내면 되는 건강보험가입자에 비하면 다섯 배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큰 검사나 수술의 경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지불해야 하는 병원비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의사는 밝은 얼굴로 “외국인 등록증을 가지고 영등포구 보건소로 오시면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니 비용은 걱정 말라”며 보건소 내과검진을 추천했다.
현재 영등포구 보건소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영등포보건소 최정화 의학과장은 “심지어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도움을 드리고 싶으니, 건강문제가 있는 경우 언제든 부담 없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