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국 알린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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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작성일23-03-12 20:35본문
중국에 한국 알린 일등공신
중국에서 빅 히트를 친 첫 번째 한국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였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중국 시청자들에게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한국 대가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1992년 수교로 교류의 길을 튼 양국 교류는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문화의 힘이다.
한국 드라마는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큰 힘이 됐다. '대장금'은 2003년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줬고, 2013년 히트 친 '별에서 온 그대'는 한국 화장품을 중국 시장에 퍼뜨린 으뜸 공로자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 판매 중인 기아자동차㈜의 '천리마(千里馬)'가 2004년 상반기 중국 소형차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자동차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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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인기인 드라마 봤나, ‘싱싱(星星)’ 뭐라던데.
2014년 3월 주최된 양회(兩會)에서 왕치산(王岐山)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베이징 대표단에 한 말이다. 그가 가리킨 드라마가 바로 〈별에서 온 그대〉(중국명 来自星星的你)다. 당시 한국 대중문화의 중국 내 위상을 느끼게 한 일화였다.
별에서 온 그대 방영 후 中 온라인 쇼핑몰서 관련 상품 인기
한·중 수교 30년 동안 양국 문화 교류는 빠르고 큰 폭으로 전개돼왔다. 요즘 흔히 쓰는 ‘한류(韓流)’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도 중국에서였다.
ADVERTISEMENTADVERTISEMENTADVERTISEMENT음악도 한류를 타고 중국으로 흘러갔다. H.O.T., NRG 등 아이돌 그룹들은 역동적인 랩과 댄스로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2001년 H.O.T.가 해체할 땐 청소년들이 중국 전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후로도 슈퍼주니어, EXO 등 많은 그룹들이 중국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장나라는 중국에서 최고의 여성 연예인에게 붙이는 ‘천후’로 불렸고 추자현, 홍수아 등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어 한국으로 역수입되기도 했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로, 송중기와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로 한류 스타의 정점을 찍었다. 전지현은 드라마 대사를 통해 자피(炸啤)로 불린 ‘치맥’을 유행시켰다.
이명박대통령이 25일 국빈방문중인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을위한 만찬행사장에서 영화배우 이영애씨를 소개하고 있다. 2008.08.25
다음 올해 첫 화웨이 ‘천재소년’ 탄생…그리고 발탁된 두 명의 러시아인?
한류에 심취한 허한쭈(合韓族)도 등장했다.
가오리양(高麗樣·고려양)으로 불리는 한국 스타일로 옷을 차려입고 한국 젊은이들처럼 화장하며 한국으로 와서 한국식 성형미인으로 개조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본방영된 드라마를 몇 시간 만에 바이두 같은 검색엔진을 통해 챙겨보고(그 짧은 시간 동안 자막도 완벽하게 달린다),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도 한다. 어우바(歐巴·오빠), 망내이(忙內·막내) 같은 중국어화 된 한국어 단어들도 생성됐다.
〈런닝맨〉, 〈나는 가수다〉, 〈프로듀스101〉처럼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거나 얻을 것 같은 수많은 프로그램들의 판권이 중국으로 팔려나갔다.
부작용도 생겨났다.
예전에 한국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들을 베꼈던 것처럼, 상당수 프로그램은 판권 구입 없이 사실상 표절의 형태로 제작됐다. 많은 중국 네티즌은 한국 드라마를 포털에서 해적판으로 시청했다. 이런 일들은 상당히 개선됐거나 나아지고 있다.
회사를 한국계라고 소개하거나 브랜드 명을 한국 브랜드와 유사하게 또는 한국스럽게 지어 한류를 이용하려는 ‘위장한류’도 등장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한 업체는 ‘MUMUSO 무궁생활’이라 상호를 짓고 “한국 브랜드”라고 자사를 소개했다가 ‘한국식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중국 브랜드’란 뉘앙스로 수정했다.
중국에서 한류는 2010년대 중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중문화가 한국 문화를 빠르게 흡수해 격차를 좁힌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대중문화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고 민간에서도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것이 계기였다.
중국 네티즌들은 BTS가 한·미 관계를 강조하는 발언에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고, 이효리가 예명을 ‘마오’라고 짓겠다고 했다가 ‘국부 마오쩌둥(毛澤東)을 모욕하는 것’이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서 한류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어쩌면 중국 대중문화가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날이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BTS의 컴백을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계했을 때 시청자 수가 600만을 기록했고, 송중기·송혜교의 이혼 기사의 웨이보 조회수가 12억 건에 이른 일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인의 여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연예인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비난도 그들의 관심을 반증한다. 양국 문화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